The.Seagull.2018.1080p.BluRay.X264-AMI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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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급ㅣ(주)뮤제엔터테인먼트

모스크바, 황실극장
1904년

브라보! 브라보!

- 지나갈게요
- 마차 준비됐습니다

왔어요?

- 내 누이는 어디 있소?
- 샴라예프가 극장에 갔으니

곧 도착할 겁니다

이 구식 생활이
그립겠군

조금...

- 조금 더 겪어보는 건데
- 그런 소리 마세요

나보단 선생이
많이 겪었지

오, 오셨나 보네
마샤, 따라오렴

- 부인
- 오, 폴리나

- 선생님
- 안녕하세요

마샤

- 콘스탄틴
- 어서 오세요, 어머니

안색 좀 봐!
어떠신 거야?

나 어떠냐고?

네게 오라고
연락한 거 보면

많이 아픈 거겠지

콘스탄틴?

어머니 말론 내게
화가 풀렸디고

네 단편 실린 잡지를
가져오셨어, 보여줘요

신경 써주셔서
감사해요

어르신 쉬실 동안
게임이나 하죠

- 로토 가져올까요, 엄마?
- 그러렴

모스크바에
팬이 많더군

다들 계속 묻던데

제 단편은
맘에 드세요?

모스크바에 돌아가는
기차에서 읽으려고

곧 가시게요?

내일쯤 갈 것 같아

폴리나
뭘 도와줄까요?

- 준비 다 됐어요
- 그래요?

보리스, 이리 와요

여름에 와계실 땐
안 했었죠

대개 밤이 길어져야
하거든요

우리 어머니가
쓰시던 거예요

시시한 게임인데
하다 보면 할 만해요

콘스탄틴!

창문 닫아
바람 들어와

내게 보낸 환호를
들었어야 했는데

오, 세상에!
아직도 머리가 핑핑 도네

너 낄 거니, 콘스탄틴?

아뇨, 엄마
가서 일 좀 할래요

10코페이카씩 걸죠!

제 거 내주실 거죠
의사선생님?

- 그러죠
- 다 내셨어요?

냈어

그럼 갑니다

콘스탄틴이 연주하네요

울적한 모양이에요

신문에서 혹평들을
하는 거 보면

아직 자기 색깔을
못 찾은 듯해요

전 콘스탄틴 믿어요

뭔가 있거든요
비유적으로 표현하죠

작품들은 강렬하고요

- 느껴지지 않아요?
- 8

81...
아뇨, 아빠

"갈매기"

처음부터 한 번 더!

안 돼, 바로 집에 안 가면
아버지가 못 오게 하셔

같이 가자

안 돼
할 일이 많아

아네트 베닝

시얼샤 로넌

이따 밤에 봐

늦지 마
대사 연구해오고

잠깐!

사랑해

콘스탄틴!

안톤 체호프의
희곡〈갈매기〉원작

하나 줘요?

아뇨, 됐어요

왜 늘 검은 옷을 입죠?

애도하는 거예요
내 인생을...

왜요?

건강하고
돈도 충분한데

내 인생이
훨씬 고달파요

학교 선생이라
몇 푼 못 벌지만

상복을 입진 않는데

돈이 문제가 아니죠
가난해도 행복할 수 있고

매일같이 제겐
무관심하군요

그만해요, 메드베덴코

당신 사랑엔 감동해요
단지 돌려줄 수 없을 뿐

자, 여기가
극장이에요!

마샤, 잠깐만요!

커튼이 8시 반에 올라가면
달이 떠오르죠

멋진데

니나가 빨리 안 오면
망치는데

이런, 벌써 늦었네

진득하게 기다려
그 애 아버지 알잖냐

딱 하나 부탁했잖아

샴페인!

- 아침에 준비해달라고...
- 이리나

- 부탁 안 했니?
- 여기 있네

아니, 방으로
올려달랬잖아

왜 내 누이 심기가
불편할까?

왜냐고요?

심심하고
질투 나서요

벌써 저나 제 연극에
적대적이세요

본인이 아닌
니나가 나오니까

벌써 싫은 거죠

네 어머닌 널 아껴

제가 본인을 인정하지
않는단 것도 아시죠

신성한 예술로 인류에
기여하는 줄 아시지만

제가 보기엔...

현대 연극은 진부하고
틀에 박혀 있거든요

천박한 싸구려
구성에

천박한 싸구려
대사로

뻔한 교훈을
짜내려고 할 때면

뛰쳐나가
도망치고 싶어요

모파상이 에펠탑의
천박함에

뇌가 짓눌려
도망쳤듯 말이죠!

그래도 연극은
필요하지

새 형식이 필요해요

그게 안 되면
관둬야죠!

보리스!

이리 와요, 어서요!

저 사람은
어떻다더냐?

똑똑하긴 해요

가식 없고
우수에 찬...

멋진 사람이죠

마흔도 안 됐는데
유명해졌으니

좀 거만할 순
있겠네요

요즘은 맥주 퍼마시고
연상녀들과 자죠

난 어릴 때
두 가지를 열망했단다

결혼이 하고 싶었고

작가가 되고 싶었지

하나도 해낸 게
없구나

니나, 어서 와!

그녀 생각만 해도
심장이 터질 거 같아요!

저 미치도록
행복해요

나의 뮤즈, 나의 희망!

- 내가 늦은 건 아니지?
- 전혀!

종일 맘 졸이다
미친 사람처럼 말을 몰았어

괜찮아
우리뿐인데

거기 아코프야?

네

해지면 시작할 테니
다들 자리 지키게 해

- 달 떠오르지?
- 네

"밝은 태양아, 떠올라
샘내는 달을 죽여라"

"달은 이미 슬픔에
병들고 창백하네"

- 왜 그렇게 긴장했어?
- 아냐

사실 네 어머니 앞에서
연기하는 건 괜찮은데

보리스 트리고린은
너무 유명해서

그 사람 앞에서
연기하기 쑥스러워

젊어 보이더라

젊고 성공했지
나도 알거든

단편들도 굉장해

그분 단편들엔
생기가 넘쳐

네 희곡엔
살아있는 인물이 없는데

난 꿈속에서 경험했던 삶을
보여주고 싶어

실제나 이상향 말고

하지만 아무 일도
안 일어나잖아

대사뿐이고

사랑 이야기를 넣지

축축해지네요

연극 시작하기 전에 가서
부츠 신고 오세요

더운걸요

고집이 너무 세세요
발 다 젖을 텐데

의사시라
더 잘 아시면서

오, 저거 봐요!
숲속에 앉을 건가 봐

- 솔직히 저분 좋아하시죠?
- 당신은 누굴 좋아하죠?

마샤, 네 아빠한테
말 좀 해다오

목줄을 풀어줘야
안 짖을 거 아니냐

직접 말씀하세요!

부인이 옆에
앉으실 거예요

사랑하는 아들아
언제 시작하니?

곧 해요!
조금만 참아주세요

"다정한 아들아
열에 들뜬 네 마음에"

"인내심을 되찾아다오"

"오, 다정한 어머니"

"양심 있는 가슴이라면
제가 쥐어뜯어드리죠"

"여기 이 그림을
보세요"

"사랑이라 부를 순 없겠죠
어머니 나이엔"

"한창 끓던 피도
유순해지고"

"겸손해지니"

오, 고귀한
옛 그림자들이여

밤이 이 호수에 드리우면
우리 사이에 떠다닐지니

우릴 잠들게 하라

그리고 20만 년 뒤에 올 일을
꿈꾸게 하라!

20만 년 후엔
아무것도 없지

그럼 아무것도
안 보여주죠

그러든가
벌써 졸리네

인간

사자...
독수리, 자고새

뿔 달린 사슴

거위

물속에 사는
말 없는 물고기

불가사리 그리고 눈으론
볼 수 없는 것들

오, 고마워요

한마디로...

모든 생명, 모든 생명,
모든 생명은...

애절한 순환을
마치고

사라져버렸네

이미 수천 세기가
흐르기 전부터

지구상엔 그 어떤 생명체도
나지 않았건만

가엾은 저 달빛만이
부질없이 빛나고 있구나

어머, 세상에!

춥다

춥다, 공허하다
공허하다

끔찍하다, 끔찍하다

너무도 끔찍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 어머니!
- 미안

계속해
어서, 어서

생명체들의 육신은
먼지 속으로 사라지고

그 영혼들은 하나로
융합되었네

만물의 영혼으로

- 어르신
- 그게 나라네

나, 내 영혼 속엔...

알렉산더 대왕도

시저도 셰익스피어도
나폴레옹도

가장 하찮은
거머리도 있다네

이건 순수 예술로
갔어야지

어머니!

난 혼자라네

백 년에 한 번 나는
말하기 위해 입술을 벌리고

내 목소리는 이 음산한
공허 속에 울리건만

아무도 듣질 않네

그리고 악마,
영원한 물질의 아버지가

그대 안에 생명이
움트는 걸 막으려

계속 원자의 변형을
꾀하고 있네

깊고 텅 빈 곳에
내던져진 포로처럼

무엇이 날
기다리나 모른다네

이 집요하고 잔혹한
악마와의 싸움에서

내가 그를 이겨내리란 건
분명히 알 수 있지

뭔가 타는 거 같은데

- 어머니!
- 타는 냄새 나

그때까지는...

공포다! 공포다!
공포다!

나의 강력한 적,
악마가 다가오네

아, 알겠다

특수효과네

그의 끔찍한
시뻘건 눈을 보네

모자 다시 쓰세요
감기 걸려요

영원한 물질의 아버지인
악마 앞이라 벗은 거예요

그만 끝내죠!
됐어요!

커튼! 커튼 올려!
아니, 내려!

- 더는 못 참아! 됐어!
- 왜 화를 내니?

죄송하네요!
희곡 써서 무대에 올리는 게

선택받은 소수만의
특권인 걸 깜빡했네요!

이봐, 콘스탄틴!

쟤가 왜 저런대?
내가 뭘 어쨌길래?

널 기쁘게
해주려던 거잖냐!

저도 들으려 했어요
헛소리라도요

헌데 저건 새 형식이
아니라 허세잖아요

언제부터 병적인 성격을
자랑하는 게

새 예술 형식이 됐죠?

다들 쓰고 싶은 걸
최선 다해 쓰는 거죠

그럼 쓰고 싶은 거
최선 다해 쓰라죠

다만 전 가만히
놔두라고 해요

주피터께서 화가 나셨군

전 주피터가 아니라

여자랍니다
화도 안 났고

젊은 애가 어리석게

시간을 허비하는 게
실망스러운 거죠

고마워요

교사의 인생에 대한
희곡도 있어야 해요

힘든 삶이거든요

정말이지 힘들죠

보리스, 와서
내 곁에 앉아요

10년 전에 오시지
5년 전에라도...

음악이며
노랫소리가

거의 매일
밤새도록 들렸죠

떠들썩했던 웃음소리도
기억하시죠?

그리고 사랑...
다들 사랑에 빠져있었죠

마을 전체가
누굴 좋아했게요?

바로
의사선생님이었죠

지금도 수려하시지만
그땐 치명적이셨어요

내가 왜 애한테
상처 줬을까요?

콘스탄틴!

- 제가 가서 찾아볼게요
- 그래 줄래?

고맙다

콘스탄틴!

- 폴리나
- 난 도저히...

- 엄마?
- 여보

아빠!

난 이만...

아무것도 아냐

걱정 마
좀 서글퍼서 그래

실례할게요

콘스탄틴!

안티고네
이리나 아르카지나

몰리에르 작품
이리나 아르카지나

오, 들어오렴
들어와

극작가님은
아직 숨어있나?

못 찾겠어요

- 브라보!
- 그래, 브라보!

- 브라보!
- 브라보!

모두 푹 빠졌어
굉장하던데

이런 얼굴에
기막힌 목소리까지

시골에 박혀있긴
아까운걸

무대에 서야지!

그게 꿈이긴 한데...

한데 뭐?
하면 되지

오, 소개해줄게
보리스 트리고린 씨

수줍어 마

유명해도
영혼은 순박하셔

이리나

반가워요

영광이에요
선생님 작품 다 읽었어요

수줍어하신다

콘스탄틴!

- 이리나?
- 오, 고마워요

- 오! 왔어요?
- 네

연극이 좀 이상했죠?

하나도 이해
못 했어요

그래도 즐겁게 봤죠

진지하게
연기하더군요

또 무대배경도
아름다웠고

- 호수에 물고기가 있나요?
- 네

낚시를 좋아해서요

저녁에 낚싯대 들고
강둑에 나가있는 거보다

즐거운 건 없죠

아!
여기 계셨네

치켜세우진
않았겠지

칭찬하면
몸 둘 바를 몰라 하셔

실례하죠

그런 적이 있었어요

모스크바
오페라 극장에서

그 유명한 실바가
낮은 '도' 음을 냈죠

헌데 공교롭게

우리 교회 성가대
베이스 담당이

관람석에 있었는데

난데없이
깜짝 놀라게

관람석에서
들려오길...

브라보, 실바!

완전 한 옥타브 낮게요!
이렇게...

브라보, 실바!

정적의 천사가
날아들었군요

전 가봐야겠어요

이렇게 일찍?
안 보내줄래

안 돼요
아버지가 기다리세요

너무 아쉽다

- 한 시간만 더 있으렴
- 안 돼요

그러고 싶지만 안 돼요
안녕히 계세요

딱한 아가씨예요
정말로

어머니가 아버지한테
전 재산을 남겼는데

그걸 다 새 부인한테
남겨주기로 해서

니나는 한 푼도
못 받고

빈털터리가 될 테니
기가 막혀요

네, 솔직히
저 애 아버진 괴물이죠

이대로 몸이 굳기 전에
움직여야겠다

다리가 뻣뻣한
나무토막 같네

바람 쐬러 가죠
딱한 영감님

부인?

제발이지
저 개 좀 풀어주게

안 됩니다

헛간에 도둑 들면
큰일 나요

진짜로 한 옥타브나
낮았다니까요, 이렇게...

브라보, 실바!

유명 성악가도 아니고
교회 성가대원이요

교회 성가대원은
얼마나 벌어요?

내가 이상해졌나 몰라도
자네 연극 좋더군

여기 아무도 없죠?

나 있잖나

옆으로 가게

거기엔...
뭔가가 있었어

외로운 감정이
들었고

그러다 악마의 눈이
나타났을 땐

손이 다 떨리더군

콘스탄틴!
콘스탄틴!

마샤가 사방으로
찾아다녀요

콘스탄틴

자네 희곡
참 맘에 드네

분명 이상한 데다

끝까지 듣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강렬한
인상을 줬네

자넨 재능이 있으니
계속해 나가게

알다시피
난 꽤 흥미롭게 살았지

만족은 하지만

예술가들이 창작의
순간에 느끼는

영적인 황홀경을
경험한다면

분명 내 지금의 삶을
버리고 뒤로 한 채

새로운
황홀경을 좇아

다신 세속적인 삶 속에서
짓눌리지 않을 거네

니나는 어디 있어요?

집에 갔네

- 따라가야겠어요
- 콘스탄틴!

이봐, 콘스탄틴!

콘스탄틴, 여기 있게!

- 콘스탄틴
- 아뇨, 가야 해요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가 많이 걱정하셔

- 갔다고 해
- 잠깐만

- 왜 이래?
- 맘 상한 건 아는데

- 돕고 싶어
- 마샤! 됐다고!

난 이해한다고!

- 어쩌라고?
- 날 내버려 둬

왜 이러나!
그러지 말게

죄송해요
의사선생님

청춘이야, 청춘

딱히 할 말 없으면
"청춘이야, 청춘"

고약한 습관일세

마샤...

왜 그러나?
왜 그러는 건가?

아무도 제 고통을
몰라요

전 콘스탄틴을
사랑해요

오, 이런!

호수가 사랑의
주술들을 걸었군

어떻게 해줄까, 아가?

응? 말해봐

콘스탄틴!

콘스탄틴?

마샤

왜 내 아들이
우울해할까?

상심이 커서요

발이 저리네요

마샤?

늘 검은 옷에, 코담배에
보드카를 마신다

교사가 그녀를
사랑한다

좋아

내 옆에 와서 서봐

넌 스물여덟이지?

내가 거의 두 배 많아

이리 와

누가 더 젊어 보여요?

네?
누가 더 젊어 보여요?

물론 당신이죠

거봐, 봤지?

왜냐? 난 일하니까
계속 뭔가를 해

삶을 경험한다고

넌 쭉 앉아만 있지
사는 게 아니잖아, 응?

또 내겐 규칙이 있어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거

노년이나 죽음도
생각 안 해

올 건 올 테니까

저는 늘 몸을
꼿꼿이 한 채

품위 있는 옷차림과
머리모양을 하죠

밖에 나갈 때,
이렇게 정원에 나올 때도

머리 매만지지 않고
작업복 입은 적 있나?

없죠

또 당연히
햇빛은 피하고

그래서 이 나이에도
예쁘죠

전 자기관리에
철저해요

보이니?
마샤, 나 좀 봐, 보여?

깃털처럼 가볍게

열다섯 소녀도
연기할 수 있어

이 아가씨
아버지와 새엄마가

얄타로 사흘간
떠났다는구나!

그때까지 전
여러분 거예요

참 사랑스럽지?
한번 돌아보렴

- 정말로 사랑스러워!
- 네, 예쁘게 차려입었고요

총명한 소녀야
어서 와서 앉아

크로켓부터
준비해줘, 유제니

- 네, 부인
- 온몸이 다 아픈데

의사선생이
치료를 안 해줘

- 연세가 있잖아요
- 늙은이도 살고 싶다오

보리스는 어디 있지?

호숫가에서
낚시하세요

콘스탄틴하곤
얘기해봤니?

아뇨, 저하고 말하기
싫은 거 같아요

나중에 그 희곡
더 암송해줘요

결말 듣고 싶어요

정말요?
왜요?

그게 그러니까... 1873년
폴타바 축제가 열렸을 때

굉장했었죠

놀라운 공연을
해냈어요

혹시 희극배우 차딘이
어떻게 됐나 아세요?

라스플류예프 역을
훌륭하게 해냈죠

사돕스키보다도
잘했다니까요

지금은 뭐 한답니까?

자꾸 옛날 사람들에
대해서 묻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요?

다 먹었으니
음악 좀 들을까?

노래 한 곡 해주련?

- 싫어요
- 해주세요

- 못 해요
- 딱 한 곡만요

절대 안 돼요
난 노래에 약하거든

그럼 니나는 어떠냐?

노래 들려주련?

눈빛이 날 따라오네
눈빛이 날 조롱하네

날 보고 웃어주면
인생이 황홀했지

나 그대를 사랑해

나 그대를 두려워해
그대 가는 거 본 후로

내 기분은 저조해

운명의 눈빛이여
내게 오라 손짓하면

난 따라가야 해
들판과 언덕 넘어

사랑이여
나 어디 있든

늘 보게 될지니
희망의 별들이여

그대의 짙은
눈빛이여

이렇게 불러본 게
몇 년 만인지!

나 꽤 잘 부른다!

덥다
조용하고

다들 가만히 있네
왜 다들 가만히만 있지?

책 좀 읽자

네, 그거...
좋네요

시내에 나가볼까 봐

폴리나
같이 가줄 거죠?

기꺼이 모시죠

그럼 결정됐네

한 시간쯤 후에 시내에 나갈
말 좀 준비해줘요

근사한 생각 같아

부인?

좋은 계획이지만
어떻게 가시게요?

뭐라고요?

죄송하지만 오늘
호밀을 나를 건데

어떤 말을 쓰실
생각이셨죠?

어떤 말인지
내가 어찌 알죠?

마차 끄는 말 있잖나

마차 끄는 말...

대단히 죄송하지만

농장 일을
이해 못 하시는군요

아뇨!

댁이야말로 자기 일을
이해 못 하죠!

- 해결할 수 있어요
- 아뇨!

해마다 저래요!

해마다 이 농장 경영을
제대로 모르시니 그렇죠!

- 가르치지 말아요!
- 여보!

오늘 모스크바로
돌아가겠어요!

마을에 가서 말 좀
빌려와 줄래요?

불쑥 말을
대령할 순 없죠!

물론 능력 밖이겠죠!
해마다 같은 핑계라니!

그렇게 느끼신다면
그만두죠!

매년 여름 여기 내려오면
댁한테 모욕당해!

그럼 다른 지배인
찾아보시죠!

좋아요!

마을에 가선
돌아오지 않겠어요!

잘 가세요!

마법처럼 불쑥
말을 대령 못 해드려

심히 송구하군요!

말 찾는 게 그리 어렵나?
"내 왕국하고 바꾸라지!"

가서 사과해요!
맙소사!

무슨 일이죠?

이리나는 화내시고
폴리나는 우시고

샴라예프는
관두신대요

모두에게 진정제를
줘야겠군

이게 무슨 뜻이지?

난 오늘 비열하게
이 갈매기를 죽였고

그걸 네 앞에 놓은 거야

왜 이러는 건데?

곧 나 자신도
이렇게 죽일 거야

따라오지 마
널 이해할 수가 없어

나야말로
이해가 안 돼!

날 낯선 사람
보듯 하잖아

내가 창피한 거야?

그게, 요즘 넌 너무...

상징적인 얘기만
하질 않나...

갈매기만 해도 그래!
저게 무슨 뜻인데?

왜냐하면 미안한데
모르겠어서 그래

널 이해하기엔
내가 너무 단순한지

뭘 이해 못 하는데?

내 연극이 실패하니까
남들이 그러듯이

너도 날 하찮고
보잘것없게 여기면서!

니나!

오, 세르게이!

오, 세르게이...

제발 함께
살게 해주세요

우린 이제
젊지 않아요

생의 마지막이라도
숨기는 거 없이 같이 살아요

나 쉰다섯이에요

인생을 바꾸기엔
좀 늦었죠

다른 여자들이
있어서 그렇죠?

저 말고도 많을 텐데
모두 데려가

- 함께 살 순 없으니
- 오, 폴리나

- 폴리, 울지 말아요
- 죄송해요

여배우의 오라버니는
자주 잠을 자며

이발을 해야 하고

내내 불행하다

여배우의 아들

극도의 질투심에
명예를 좇는다

늘 글을 쓰시는군요

네, 전 그 생각뿐이죠

'써야만 한다'

'써야만 한다
써야만 한다'

연극 때문에 아직
속상해해요

나도 좀 속상한데

뜻밖의 일이 생겨
오늘 떠나야 할 듯해서

안 돼요

더 있고 싶은데

젊고 재미있는 아가씨
만날 기회 없으니까

진심이에요

열여덟, 열아홉 때는
진작 잊은걸요

그래서 내 책 속 아가씨들은
진정성이 없죠

한 시간만이라도
그쪽 입장이 돼서

어떻게 생각하나...

어떤 인물인가
알고 싶은데

그게, 전 선생님
입장이 돼서

유명작가는 어떤 느낌인지
알고 싶은걸요

그럼?

그럼 뭐요?

같이 갈까요?

유제니?

오늘 저녁엔 좀 더
근사한 게 좋겠어

가실 땐 편안하게
입겠다고 하셨잖아요

좀 더 근사한 거 없나

- 라벤더 색요
- 그렇지

유명한 건 어떤
느낌인가요?

어떤 느낌이냐?

유명하지 않은 거와
다를 바 없겠죠

신문에 난 본인 기사를
읽는 건요?

어떤 느낌이죠?

으쓱하게 하는
평이면 좋고

끔찍한 거면
하루 이틀 울적하죠

선생님처럼
훌륭하다면

제 삶을 통째로
팬들에게 바치겠어요

제 전차를 끌고 다니게
해줄 거예요

전 알거든요
그렇게 해야...

제게 가까이
다가와야

행복을 느끼게
되니까요

전차까지 나오고...

클레오파트라가
된 건가요?

그 느낌을 위해서면

가족과 친구들이
등 돌려도 참겠어요

가난도 견뎌내고

다락방에서 호밀빵만
먹고 살아도 돼요

하지만 대신
명예를 바랄 거예요

진정한
완벽한 명예요

니나 보셨어요?

보리스와
호수에 가던데

콘스탄틴!

전 모든 섬을
다 알아요

이 호수에서 평생을
살았거든요

신비한 곳에
사는군요

참 부러워요

따분하고
애매한 생활을

탈피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선생님은 멋지고 흥미롭고
의미 있게 사시잖아요

행복하신 거죠

내가요?
명예니 행복을 말하는데

세상 물정
모르게 들려요

제겐 배부른
잘난 척으로 들려요

그래요

잠깐, 돌아와요!

잠깐

내 아름답고 화려한
인생 얘길 하죠

뭐부터 할까요?

밤낮으로

난 한 가지 강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어요

'써야만 한다, 써야만 한다
써야만 한다'

소설 하나를
끝내자마자

왠지 모르지만
다른 걸 써야 하죠

또 쓰고 또 쓰고

대체 어디가 아름답죠?
우스꽝스러운 삶인데

지금 이런 얘길 하면서도
전전긍긍하거든요

저 구름 보여요?

그랜드 피아노 같죠

그럼 난
'소설에 써야지' 해요

'그랜드 피아노 같은
구름이 떠다닌다'

허브 향이라도
맡으면

바로 되새기죠
'짙은 내음'

'과부 풀의 색깔'

'다음에 여름 저녁
묘사할 때 써야지'

계속하세요

콘스탄틴?

저리 가!

- 아, 날이 참...
- 말 걸지 마요!

- 돌아가야겠군요
- 뭐, 가고 있잖아요

그래요

- 그러고 있죠
- 네

호수에선 나 자신을 잊고
긴장을 풀어야 하는데

여기서조차
편안하질 못하네요

뭐, 그게 낫다면 굳이
말 안 하셔도 돼요

콘스탄틴은 내내
머릿속으로

다음 작품을 그려요

내가 오래전
그 나이 땐...

처음 시작할 때면
무명에 무시당하니

집필이
괴롭기만 하죠

하지만 그때도

운도 없는 하찮은
작가일 때도

문단에 속하길
바라죠

하지만 영감을 받아서
창작활동이 활발할 때

그런 느낌 안 드세요?
그 순간만큼이라도

황홀해지는 기분이며
완전한 행복요

보리스!

날 부르는군요

짐 싸라는 거겠죠

더 있고 싶은데

보리스 알렉세예비치!

저게 뭐죠?

콘스탄틴이 쏜 거예요

아름다운 새군요

더 있자고 못 하세요?

보리스?

뭘 쓰시죠?

단편에 대한
발상요

호숫가에서 평생을 산
어린 소녀가

호수를 사랑하며

행복과 자유로움을
느낀다

갈매기처럼

그리고요?

그리고 우연히
한 남자가 와서

그녀를 보곤

그녀를 파멸시킨다

달리 할 게 없어...

보리스 알렉세예비치!

어리석은 녀석...

솔직히 털어놓죠

만일 심하게
다쳤다면

전 1분도 못 살아요

저 결심했어요

마음속에서...
이 사랑을 뜯어낼래요

아주...
뿌리째...

뽑아버릴래요

어떻게 할 건데요?

결혼할 거예요

베드베덴코하고

그건 심한 거 같은데

그래요?

희망 없는 사랑으로

결코 오지 않는 뭔가를
몇 년씩 기다리는 게

어떤 기분인지
모르세요

최소한 결혼하면

새로운 문제들로
옛 문제들이 덮이겠죠

- 변화만 주면 돼요
- 안 돼, 안 돼!

저 고등학교 교사는
아주 영리하진 않지만

- 안 돼, 안 돼
- 좋은 사람이고

가진 돈은 없어도...

안 돼, 가만있어
착하지

절 많이 사랑해요

그렇게 보지 마세요

술 마시는
여자들 많아요

저처럼 대놓고
안 마셔서 그렇지

선생님을 위하여!

좋은 분이세요

가신다니 아쉽네요

나도 그래요
가기 싫군요

- 그럼 있자고 하세요
- 아니요

그 아들이 아주...

자기 삶을
망치는 걸론 모자라

내 삶까지
망치려 들어요

결투를 신청했죠

오, 이런...

왜죠?
내 작품 때문에?

모두 설 자린
충분한데

그야 그렇죠

근데 질투 나니까요

아실 텐데요

제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요

그럼 다음에 뵙죠
선생님

책 좀 보내주세요
친필로 꼭 써주시고요

'안부 전하며', '행복을 빌며'
이런 거 말고

그저 '마샤...'

'세상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이에게'

실례할게요

골라보세요

이건 '아니다'인데

무대에 설까 말까
결정하는 중이라

누가 알려주면
좋겠어요

그건 누가
결정해줄 게 아니죠

작은 선물이 있어요

이게 뭐죠?

절 기억하시라고요

성함 이니셜 새기고
반대쪽엔

선생님 책 제목
썼어요

낮과 밤 121쪽 11&12행

마음도 참 곱지

보리스!

가시기 전에
2분만 주세요

- 왜 11과...
- 보리스!

일광욕실에서
2분만 뵐게요

척탄병 둘이
프랑스로 가네

러시아 감옥을 나와
고국으로!

한번은 이렇게 부르니

검사보 하나가 그래

"목소리에 힘이
넘치시는군요, 각하"

그리곤 잠시 멈춰
생각하지

힘은 넘쳐도
끔찍하다고

누구하고 얘기했죠?

- 니나?
- 네

관절도 쑤시는데
왜 그리 절뚝대며 다녀요?

- 그건 뭐죠?
- 오, 이건 그냥...

이 집에 내 책 있어요?

찾아볼 게 있는데

서재에요
구석 책장에 있어요

같이 가실 게 아니라

여기 계시는 게
나을 텐데

아니, 아니, 아니
네가 없으면 울적해

- 시내에서 뭐 하게요?
- 뭐, 별건 없지

- 환자는 좀 어떠냐?
- 나아졌어요

쉬고 있어요

애가 행복하질 않아

그건 나도 알죠
자기한테 총을 쐈는데

그걸 아는 제 기분이
어떨까요?

알았으니 진정해

내가 가는 마당에
왜 그런...

질투가 가장 큰
이유겠지만

보리스를 빨리
데려가는 게 좋겠어요

그 이유만은 아니다
걘...

젊고 똑똑한 아이가
시골구석에서

돈도, 이렇다 할 직업도,
미래도 없으니

- 두렵겠지
- 속상하게 하시네

잘 들어, 이리나
자길 달가워 않는다고 여겨

여기서도 적선 받는
기분인 거지

- 돈을 좀 주거라!
- 그런 거군요

내가 인색하지 않고
오라버니가 시내에 살았다면

다 행복했을 텐데

지난 20년간 괴로웠던 게
내 탓이란 거죠?

다 내 잘못이네요?

지난 10년간만
괴로웠다

내 아들도 일자리쯤은
스스로 구할 수 있어요

사무직 같은 거요

애한테 돈 좀 줘!

잠깐 외국에 나가
바람 쐬게

그게 한두 푼 드나요

새 양복 맞춰줄
돈도 없는데

왜 안 그렇겠냐

그만하세요!

너그럽고
통 큰 여자지

저 돈 없어요
있으면야 기꺼이 주죠

알지, 궁핍한 거
너그러운데 궁핍해

저 여배우라 의상비만도
파산할 지경이죠

존경스럽구나

오라버니...?

도와줘요!

누가 좀 도와줘요!

도와줘요!

정신 차려요!
누가 좀 도와줘요!

괜찮아요, 엄마
걱정 마요

- 갑자기...
- 괜찮으세요

가끔 기절하시는데
별건 아녜요

- 괜찮군요
- 누우셔야 하는데

- 모셔갈래요?
- 그래

수수께끼 하나
낼게요

아침엔 네 다리로
다니고

점심엔 둘,
저녁엔 셋...

밤엔 누워만 있지
걸을 수 있네!

그렇게 보지 마

시골에 사시는 게
건강에 안 좋아요

제발이지
돈 좀 드리세요

난 여배우지
은행가가 아냐

시골에 계시면
점점 쇠약해져요

알아는 듣겠는데 난...

의사선생님이 늦네

붕대 좀 갈아줄래요?

엄마 솜씨만 한
사람이 없어서

약 상자 가져오렴

'내 생명이 필요하시다면
와서 가져가세요'

꼭 터번 쓴 거 같구나

간밤에 올가가 널 보곤
어느 나라 사람이냐 묻더라

어디 보자

다 됐다
다 풀었어

오, 다 아물었네

일주일 만에
작은 상처만 남았어

자, 약속하렴

나 없는 사이, 다신...
이런 짓 안 한다고

약속하지?

약속해요

순간 미쳤던 거지

다신 안 그래요

그래

오, 미안...

황실극장에서
일하실 때 기억나요?

저 어렸을 때인데

우리 살던 곳 마당에서
싸움이 났었죠

한 건물 살던 세탁부가
심하게 다쳤는데?

음... 아니

정신 잃은 아줌마를
데려갔는데

쭉 살펴주러 가셨죠

약도 가져다 주고

그 아줌마 애들도
빨래통에 씻기고

- 기억 안 나세요?
- 안 나

그때 발레리나 둘도
한 건물 살았는데

와서 커피
마시곤 했죠

오, 그건 기억나

아주 독실했어요

요 며칠 동안

어머니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됐어요

어렸을 때처럼
말이에요

지금 제겐
어머니뿐이에요

근데 이유를
모르겠어요

왜 그 사람이 어머닐
휘두르게 두죠?

넌 그이를 몰라
콘스탄틴

- 고귀하셔
- 고귀요?

우리가 연인인 게
못마땅해도

넌 똑똑하고
교양 있잖니

죄송하군요

근데 본인 때문에 우리가
삐그덕대는 지금도

정원에서 니나에게

자신이 천재란 걸
납득시키려 들죠

내게 못되게 구는 게
즐거운가 보구나

난 그분
깊이 존경하니

내 앞에선 그런 말
안 해주면 고맙겠다

전 존경하지 않아요

죄송하지만 못 해요
그 사람 책은...

너무 역겨워요

그건 부러움이야

재능이 부족한 사람은
재능 있는 사람을 모욕하지

그걸로 위안 삼고

그래서 쭉
절 모욕하세요?

- 재능이 없으셔서?
- 애처럼 굴긴!

제가 열광하지
않아서?

그래, 그래
과격한 내 아들!

네, 그러세요
도망쳐요

늘 그랬듯 도망쳐요

그 아늑한 극장에 가서
한심한 희곡이나 연기해요

난 한 번도 그런 연극에
출연한 적 없어

코미디 하는 만큼
유명한 고전도 하지

올 겨울도 '맥베스' 해

- 마녀 역할요?
- 맥베스 부인이야

헐뜯기나 하고,
가까이 오지 마

저질 촌극도
못 쓰는 주제에

키예프에 돌아가
장사나 해!

- 기생충 같으니!
- 구두쇠!

- 골칫덩어리!
- 퇴물!

보잘것없는 놈!
넌 아무것도 아냐!

울보구나

울지 좀 마

울지 마
울 일이 뭐 있다고

그 사람 꼭 책임지고
가게 할게

내가 데리고 떠날게

그럼 니나도 널 다시
사랑하게 될 거야

약속할게

그렇지

다 괜찮아져

알았지?
화해한 거다?

미안하구나

괜찮아요, 엄마

보리스하고
화해하렴

- 싸울 필요 없지 않니
- 엄마, 제발

- 그 사람 안 보게 해줘요
- 그래, 그래

- 죄송한데 못 해요
- 그래

갈 때까지
호숫가에 있을게요

낮과 밤
보리스 트리고린

'내 생명이 필요하시다면
와서 가져가세요'

아침 잘 보냈어요?

이리나?
기분 안 좋아요?

괜찮아요, 내 사랑
떠나려니 좀 그렇네요

그럼... 혹시...

혹시 뭐요?

하루 더 있으면
어때요?

못 있을 이유 없죠

왜냐하면... 자기...

왜 있고 싶은진
아는데

그래도 자제심을
가져봐요

좀... 좀 도취됐군요

정신 차려요

아뇨

사리에 맞게 굴어요

희생할 줄도 알아야죠
진정한 벗으로

부디 너그럽게...

날 놔줘요

너그럽게요?

그렇게 푹 빠졌나요?

그냥 끌려요
내 생에 빠진 게 이걸지도

뭐...?
시골 소녀의 사랑요?

그렇게 자신을
몰라요?

그 생각을 떨칠 수 없어요
지금도

당신과 얘기하지만

- 마치 꿈속처럼
- 아뇨

- 그녀 생각만 나요
- 그만해요

이런 사랑 다신
안 올 테니

부탁할게요

- 날 놔줘요, 놔줘요
- 아뇨, 아뇨

그런 말 말아요
보리스...

나도 똑같은
여자예요

이참에 좀 다른
여자가 돼봐요

날... 날 괴롭히는군요

그만해요
무서워요

이런 사랑
미처 몰랐어요

젊을 땐 매 순간
살아남으려 애쓰다

이제 내 앞에
몰랐던 사랑이 왔는데

도망치라고요?

- 정신 나갔군요!
- 상관없어요!

제발... 날 놔줘요

고귀하고 사랑하는
멋진 사람

내 생의
마지막 페이지

그대가 잠시라도
날 떠난다면

난 도저히 살 수
없을 거야

나의 마법사,
나의 왕자님...

전성기에 오른
왕이여

- 누가 오면 어쩌려고
- 오라죠

당신 사랑하는 거
부끄럽지 않고

절대로 안 놔줘

당신은 러시아 최고의
뛰어난 작가예요

당신 작품은 진실되고
순박하며 해학이 있고

인물들은
살아 숨 쉬죠

그거 알아요?
당신 작품을 읽을 때면

짜릿한 희열을
느낀단 거?

왜요?
입에 발린 말 같군요

날 봐요

내 눈을 들여다봐요

내가 거짓말하나요?

오직 나만이...

늘 당신께
진실을 말하죠

한결같이

나와 같이 갈 거죠?

날 버리지 마요

난 내 의지가 없어요

쭉 그랬죠

늘 줏대 없고

나약하고

고분고분하고

그게 여인들이
바라는 건가?

날 데려가요
데리고 떠나요

잠시도 놔주지 말고

당신은 내 거야

원한다면 남아야죠

나 먼저 갈 테니
일주일쯤 뒤에 오든가요

급할 거 없으니

아니, 아니
같이 갑시다

좋으실 대로요

안녕히 가세요, 부인
불편하신 게 있었다면

부디 용서하세요

모든 게 완벽했어요

울지 말아요

우리 시대가
저무네요

어쩌겠어요?

뭐, 살아있다면
내년 여름에 또 만나요

나 잊지 말고요

살펴가세요
신의 가호를 빌죠

날 좋게 기억해줘요
1루블이에요

셋이 나눠가져요

가시면서 드세요

고마워라
고마워요

지팡이를
두고 갈 뻔했네요

있는 델 아니
가져오죠

- 빨리 와요!
- 잠시만요

잠시만요

- 우리 떠나요, 미안해요
- 괜찮아요

다시 만날 거예요

저 완전히
마음 정했어요

무대에 서겠어요

내일이면 저도
여기 없어요

아버지 곁을 떠나
모든 걸 버리고

새 삶을 시작할래요

모스크바로
갈 거예요

마차가 기다립니다!

슬라뱐스키 바자르에
묵어요

도착하면 바로
알려주고

- 그만 가야 해요
- 1분만 더요

너무 아름답군요

2년 후

- 지나갈게요
- 마차 준비됐습니다

왔어요?

오라버니 일이에요

할 만큼 했잖소
갑시다

있어달라지도 않는데

엄마 도와야 해서
못 가요

제발 집에 갑시다
마샤

아뇨!
여기서 잘 거예요

마샤, 갑시다
아기 배고프겠소!

당신이나 가요
보모가 젖 먹이겠죠

자고 갈 거예요

또요?

- 그럼 내일은 와요?
- 네!

네! 내일요

너 때문에
가슴이 미어져

훤히 보이니까

그러지 마요

다 부질없어요

짝사랑 같은 건...

소설 속에나 있죠

혹시나 하는 희망으로
마냥 있어선 안 돼요

가슴속에 사랑이
싹터오면

뽑아버려야 해요

작가가 될 거란 걸
누가 믿었겠어요?

신께서 보우하사
잡지사에서 돈도 받고

왜 이러는 거죠
폴리나?

내 딸 마샤에게
따뜻하게 대해줘요

그냥 놔둬, 엄마

- 착한 애예요
- 엄마!

여자들은 다정하게...

- 바라봐주면 돼요
- 놔두라고!

- 제가 잘 알아요!
- 짜증 났겠다!

왜 귀찮게 괴롭혀?

소린 어르신
여기서 주무신대

- 콘스탄틴 가까이
- 네, 부인

고마워, 야코프

내 누이는 어디 있소?

삼라예프가
극장에 갔으니

곧 도착할 겁니다

이 구식 생활이
그립겠군

조금...

- 조금 더 겪어보는 건데
- 그런 소리 마세요

나보단 선생이
많이 겪었지

다니셨던 도시 중에
어디가 가장 좋던가요?

제노바요

왜 제노바죠?

저녁에 호텔에서
나가보면

거리엔 사람들로
가득해요

군중 속에 휩쓸려
이리저리 떠돌다 보면

그 자체가 하나의
생명체가 되죠

육체와 영혼이
그 일부가 되어

이런 생각이 들어요

'만물의 영이
정말 있겠구나'

니나가 했던
대사처럼 말일세

헌데 니나는
어떻게 지내나?

잘 지내겠죠 뭐

듣자 하니 살아온 날들이...
순조롭지 않다던데

니나는...

말하자면 참 길어요

간추려보렴

집을 떠나

보리스와 지낸 건
다 아실 테고

아기가 있었어요...

죽었지만

오래지 않아 보리스는
마음이 식어

예상했듯
옛 연인에게 돌아갔죠

떠난 적이
없었던 걸지도요

심지가 굳질 못해
이리저리 휘둘린 거죠

그럼 무대는?

모스크바 외곽의
극장에서 데뷔하곤

지방 공연을
떠났어요

굵직한 역들을 맡았지만
연기가...

조잡하고

무미건조하고

악쓰는 소리에
몸짓도 흉했죠

재능을 엿볼 수 있는
순간은

울거나 죽는 연기를
할 때뿐이었어요

공연 후에
한번 보려고

대기실 앞에서
구걸하듯 기다렸지만

아무도
안 만나려 했죠

오, 오셨나 보네
마샤, 따라오렴

- 부인
- 오, 폴리나

- 선생님
- 안녕하세요

- 마샤
- 절 알아보시네요

- 결혼했어요?
- 네

- 행복해요?
- 결혼했다니까요

- 콘스탄틴
- 어서 오세요, 어머니

안색 좀 봐!
어떠신 거야?

나 어떠냐고?

네게 오라고
연락한 거 보면

많이 아픈 거겠지

콘스탄틴, 다음엔
이 얘기를 쓰거라

제목은 이게 좋겠어
'원하기만 했던 남자'

수년 전 청년 시절...

나는 작가가
되길 원했다

되진 못했지만

또 원한 게...

말을 잘하길 원했는데
형편없었지

결혼도 하길
원했지만

하지 못했고

또... 시내에 살길
원했는데

지금 시골에서
죽어간다

그렇게 됐구나

콘스탄틴?

어머니 말론 내게
화가 풀렸다고

네 단편 실린 잡지를
가져오셨어

보여줘요

신경 써주셔서
감사해요

어르신 쉬실 동안
게임이나 하죠

- 로토 가져올까요, 엄마?
- 그러렴

모스크바에
팬이 많더군

다들 계속 묻던데

제 단편은
맘에 드세요?

모스크바에 돌아가는
기차에서 읽으려고

곧 가시게요?

내일쯤 갈 것 같아

폴리나
뭘 도와줄까요?

- 준비 다 됐어요
- 그래요?

보리스, 이리 와요

여름에 와계실 땐
안 했었죠

대개 밤이 길어져야
하거든요

우리 어머니가
쓰시던 거예요

시시한 게임인데
하다 보면 할 만해요

콘스탄틴!

창문 닫아
바람 들어와

내게 보낸 환호를
들었어야 했는데

오, 세상에!
아직도 머리가 핑핑 도네

너 낄 거니, 콘스탄틴?

아뇨, 엄마
가서 일 좀 할래요

10코페이카씩 걸죠!

제 거 내주실 거죠
의사선생님?

그러죠

- 다 내셨어요?
- 냈어

꽃바구니 세 개에
꽃다발이 둘이었죠

- 우리 딸
- 멋진 의상은 또 어떻고?

딴 건 몰라도
옷 입을 줄은 알죠

콘스탄틴이 연주하네요

울적한 모양이에요

신문에서 혹평들을
하는 거 보면

아직 자기 색깔을
못 찾은 듯해요

글이 이상하게
산만한 데가 있어요

전 콘스탄틴 믿어요
뭔가 있거든요

비유적으로 표현하죠

작품들은 강렬하고요
느껴지지 않아요?

아직 한 글자도
못 읽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문 잠가
누가 들어올라

걱정 마
아무도 안 들어와

어머니 와계시잖아
문 잠가

- 14
- 오, 아까워라!

- 26
- 26? 잠깐, 여러분

저 났어요

나 거의 날 뻔했는데

어머니가 그분
데려왔어?

이런 호숫가에 산다면
글은 안 쓰고

낚시만 할걸요

니나

니나, 울지 마

그럼...

이젠 진정한 작가네

난 여배우고

둘 다 불속으로
뛰어든 거야

명예를 꿈꾸던 나를 봐

내일 일찍
옐레츠로 가야 해

겨울 공연이 잡혔거든

농사꾼들하고
3등칸을 타고 가

왜 날 안 보려 했어?

날 미워할까 봐

맞아

미워했지

저주했어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안다면...

알아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널 향한 사랑을
멈출 힘이 없어

지금도...

성공을
거머쥐었지만

너 없는 내 인생은 쭉...

제발...

여기 내 곁에 있어 줘

- 내가 같이 가든가
- 안 돼...

니나, 왜 그래?

아직까지 날
사랑해선 안 돼

- 난 죽어야 해
- 그런 말 마

나 너무 지쳤어

쉬고 싶다고

난 그 갈매기야

아니, 난 여배우야

니나...

그분은 날 비웃었어

내 연기를 조롱했지

무대에 오르면 난...

맙소사, 손을
어떡할지 모르겠고

어디 서야 할지도 모르겠고
목소리도 조절이 안 됐어

형편없이
연기하는 줄 알면서

무대에 선 기분
모르지

- 넌 훌륭한 배우야
- 아니, 난 그 갈매기야

그 갈매기...
그 갈매기라고

- 아냐
- 니나

아냐, 내가 아냐
그건 내가 아냐

걷고 또 걸으며
생각하다가

알게 된 건
우리에게...

중요한 건 명예 같은 걸
꿈꾸는 게 아니라

견뎌내는 거야

무슨 일이 닥쳐도
나아갈 줄 알아야지

나 자신을 믿으니
견딜 만했어

난 아직...

나 자신에
믿음이 없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뭘 하는지 모르겠어

가봐야 해

- 같이 갈래
- 안 돼

- 그럼 여기 남아줘
- 안 돼

니나, 제발, 남아줘

- 그러지 마
- 제발!

- 못 해, 못 해!
- 왜?

그이를 사랑하니까

그이를 아직도
사랑해

전보다도 더 사랑해

가야겠어

좋았던 때를 기억해?

모든 게
간단명료했지

인간

사자

- 독수리
- 독수리

- 자고새
- 자고새

- 뿔 달린 사슴
- 사슴

뿔 달린 사슴

그래

그렇게 보지 마요

네 차례가 오면
너도 겁날 거다

죽음이 두려울 만한
사람은

사후세계를
믿는 자들이죠

죗값 받을 게
두려우니까

하지만 어르신은...

첫째, 믿지도 않고

둘째... 무슨 죄요?

아무것도
안 하셨는데

사법부에 25년간
몸담은 거 말곤

28년일세

카드 나눠드릴게요

- 좋았어
- 13

- 6
- 고마워요

- 그리고 1
- 1?

네

- 37
- 너무 빠르구나

아빠도 참, 45요

- 45?
- 이제 좀 붙네

속임수야

다시 돌리죠
33

- 로토!
- 잠깐만요

- 81
- 81

이번엔 내가 나겠네

두고 봐야 알죠

- 한 잔 더 할까요?
- 네

내 왕진가방에서
뭔가 터졌나 봐요

걱정할 거 없어요

툭하면 그러니까
가볼게요

그럴 줄 알았어요
에테르 병이 터졌군요

- 오, 난 또...
- 죄송해요

순간 눈앞이
캄캄한 게...

앉아요
마실 거 가져오죠

보리스
좀 도와줄래요?

실은...
물어볼 게 있는데

잡지 기사에
궁금한 게 좀...

모든 생명, 모든 생명,
모든 생명은...

애절한 순환을
마치고

사라져버렸네

이미 수천 세기가
흐르기 전부터

지구상엔 그 어떤 생명체도
나지 않았건만

부질없이...

가엾은 저 달빛만이
빛나고 있구나

번역/ 홍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