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0:00:28,360 --> 00:00:31,880 "이것은 실화다" 2 00:00:31,960 --> 00:00:34,680 "이 영화는 실제 촬영된 영상과" 3 00:00:34,760 --> 00:00:38,880 "사건을 재현하여 만든 영상으로 구성되었다" 4 00:00:41,600 --> 00:00:45,000 "2012년 9월 18일" 5 00:00:45,080 --> 00:00:50,560 "북해 해저" 6 00:00:55,480 --> 00:00:56,680 앞이 안 보여요 7 00:00:56,760 --> 00:00:58,560 잠수부 2호와 교신 끊김 8 00:00:59,440 --> 00:01:02,000 - 잠수부와 연락이 안 된다 - 안 움직여요 9 00:01:35,800 --> 00:01:36,680 지금 위치는 어딘가? 10 00:01:36,760 --> 00:01:37,600 "유정 패널 2" 11 00:01:37,680 --> 00:01:39,240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12 00:01:39,320 --> 00:01:40,880 옮길 수가 없어요 13 00:02:06,920 --> 00:02:09,280 - 안 움직여요 - 줄을 연장할 순 없어 14 00:02:09,360 --> 00:02:12,000 - 안 빠지네요 - 조금만 버텨 15 00:02:12,480 --> 00:02:15,440 - 안 움직여요 - 함교, 다시 돌아가야 한다 16 00:02:49,400 --> 00:02:55,040 "12시간 전" 17 00:03:08,120 --> 00:03:14,280 "잠수 지원선 토파즈" 18 00:03:14,360 --> 00:03:16,080 토파즈 19 00:03:16,160 --> 00:03:17,560 여기는 애버딘 해양 통제실 20 00:03:17,640 --> 00:03:19,160 현재 위치는 어딘가? 21 00:03:20,440 --> 00:03:23,640 애버딘 통제실에서 북동쪽으로 103km 거리다 22 00:03:24,600 --> 00:03:28,440 유전 22/14 B로 향하는 중 23 00:03:30,720 --> 00:03:33,680 고맙다, 토파즈 도착 시 보고 바람 24 00:03:40,840 --> 00:03:44,280 "선원 총 127명" 25 00:03:44,360 --> 00:03:50,680 "그중 포화 잠수부는 12명" 26 00:03:55,200 --> 00:03:56,040 네 분 계시네 27 00:03:56,120 --> 00:03:57,200 롭, 잘 계셨죠? 28 00:03:57,280 --> 00:03:59,960 네, 저도요 안녕하세요, 알리, 고마워요 29 00:04:00,040 --> 00:04:01,880 - 카메라를 들고 계시네 - 네, 죄송해요 30 00:04:01,960 --> 00:04:03,840 모래그가 함선 투어 영상을 보내달라네요 31 00:04:03,920 --> 00:04:05,560 네, 좋은 아침! 32 00:04:06,120 --> 00:04:07,520 머스터드는 항상 옳지 33 00:04:09,360 --> 00:04:11,120 안에 보이나? 누구지? 34 00:04:11,200 --> 00:04:13,200 블랙아일에서 온 지미 카일이네 35 00:04:14,720 --> 00:04:16,120 이건 편집해야겠다 36 00:04:17,360 --> 00:04:21,000 내가 종종 선박 생활이 쉽지 않다고 말했었지만 37 00:04:21,080 --> 00:04:22,920 이제 보여줄 장면은 38 00:04:23,000 --> 00:04:25,360 안타깝게도 그 환상을 깨부술 거야 39 00:04:25,440 --> 00:04:27,080 왜냐면 내 뒤에 있는 게... 40 00:04:28,040 --> 00:04:30,080 진짜 사우나탕이기 때문이지 41 00:04:31,360 --> 00:04:32,760 "크리스 레몬스 포화 잠수부 2호" 42 00:04:32,840 --> 00:04:35,360 믿기 힘들겠지만 그다음 문 뒤에는... 43 00:04:37,360 --> 00:04:38,200 선베드가 있어 44 00:04:40,520 --> 00:04:42,200 크리스토퍼가 배에 타면 45 00:04:42,280 --> 00:04:44,800 우리는 영상을 찍어서 서로에게 보내줬어요 46 00:04:45,080 --> 00:04:47,960 농장에 송아지가 합류했어 예쁘지 않아? 47 00:04:48,040 --> 00:04:50,840 이게 빅뉴스였어 집에서 보내는 빅뉴스 48 00:04:51,720 --> 00:04:52,720 안녕, 얘들아! 49 00:04:53,600 --> 00:04:55,560 떨어져 있는 동안 50 00:04:55,640 --> 00:04:58,840 각자 삶의 일부를 서로와 나누는 기분이었어요 51 00:04:59,640 --> 00:05:01,200 "모래그 마틴 크리스 레몬스의 약혼녀" 52 00:05:01,280 --> 00:05:03,320 둘 다 행복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죠 53 00:05:04,280 --> 00:05:06,120 즐거운 크리스마스가 되기를 54 00:05:06,200 --> 00:05:08,560 즐거운 크리스마스가 되기를 55 00:05:08,640 --> 00:05:10,840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고 56 00:05:10,920 --> 00:05:13,320 행복한 새해 보내 57 00:05:13,520 --> 00:05:15,680 메리 크리스마스, 레몬스! 58 00:05:17,920 --> 00:05:20,760 우리 인생에서 아주 흥미로운 한때였어요 59 00:05:21,280 --> 00:05:24,240 작은 표지판 찍었어? 너무 예쁘다 60 00:05:24,320 --> 00:05:28,800 우린 그해 4월에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어요 61 00:05:29,320 --> 00:05:32,680 같이 살 집도 짓고 있었죠 62 00:05:32,760 --> 00:05:33,680 재밌어? 63 00:05:37,880 --> 00:05:40,400 그리고 저는 지역 초등학교에서 64 00:05:40,480 --> 00:05:43,200 교장 선생님 자리를 맡게 됐어요 65 00:05:46,240 --> 00:05:49,160 미래에 대한 계획도 많이 세워뒀었고 66 00:05:52,000 --> 00:05:53,240 정말 행복했어요 67 00:05:59,560 --> 00:06:01,520 찍히고 있는 것 같아, 모래그 68 00:06:02,960 --> 00:06:06,920 이 안에서 남자 여섯이 살아 지금은 불이 꺼져 있네 69 00:06:07,000 --> 00:06:10,560 이 밖에 달린 건 우리를 감시하는 카메라야 70 00:06:10,640 --> 00:06:14,160 샤워하는 모습을 훔쳐볼 수 있게 화장실 쪽을 바라보고 있지 71 00:06:16,320 --> 00:06:17,480 나머진 상상에 맡길게 72 00:06:17,560 --> 00:06:19,760 크리스토퍼의 일에 대해서는 꽤 자세히 알고 있었어요 73 00:06:20,640 --> 00:06:25,560 온갖 터널과 가스 바다 깊은 곳... 74 00:06:28,040 --> 00:06:32,800 크리스는 마치 물속에서 우주여행을 하는 것 같다고 했죠 75 00:06:40,560 --> 00:06:46,240 "토파즈선은 가압형 포화 시스템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다" 76 00:06:47,120 --> 00:06:53,000 "선내에는 잠수부들의 생활 공간인 거주실과" 77 00:06:53,840 --> 00:07:00,360 "잠수부들을 해저로 운반하는 잠수종이 있다" 78 00:07:07,720 --> 00:07:12,200 "깊은 곳에서 작업하는 잠수부들은 이 안에 갇혀 지내야 한다" 79 00:07:12,280 --> 00:07:16,280 "그들은 이 일을 '포화한다'라고 부른다" 80 00:07:17,400 --> 00:07:18,680 반가웠어요! 81 00:07:18,760 --> 00:07:20,840 네, 28일 후에 보죠 82 00:07:20,920 --> 00:07:22,440 네, 고마워요 83 00:07:22,520 --> 00:07:25,000 지금이 대망의 순간이야 배에 탑승해서 84 00:07:25,080 --> 00:07:28,240 같이 잠수할 팀원을 확인하는 순간이지 85 00:07:28,320 --> 00:07:31,000 어떤 여정이 될지 여기서 정해지는 거야 86 00:07:31,080 --> 00:07:34,720 다음 한 달 동안 깡통에서 함께할 두 사람을 만나게 되거든 87 00:07:35,120 --> 00:07:37,440 여기 보면 나랑 같은 시간에... 88 00:07:37,520 --> 00:07:42,800 3팀은 크리스 레몬스 데이브 유아사, 덩컨 올콕이네 89 00:07:45,040 --> 00:07:47,080 - 데이브 유아사 인터뷰 - AB 카드 마크 90 00:07:48,840 --> 00:07:50,200 - 안녕하세요, 데이브 - 안녕하세요 91 00:07:50,280 --> 00:07:52,240 "데이브 유아사 포화 잠수부 1호" 92 00:07:52,320 --> 00:07:55,800 같이 지내면 즐거운 사람도 있고 잘 안 맞는 사람도 있는데 93 00:07:55,880 --> 00:07:57,680 재수 없는 사람은 다들 싫어하죠 94 00:07:59,680 --> 00:08:04,520 덩컨은 오랫동안 함께 일하면서 잘 알고 있는 사이였어요 95 00:08:06,120 --> 00:08:08,320 선원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았죠 96 00:08:10,880 --> 00:08:13,400 북해에서 일하려면 어느 정도는 타고나야 해요 97 00:08:13,480 --> 00:08:16,520 살짝 나사가 빠지거나 약간 특이해야 하죠 98 00:08:16,920 --> 00:08:17,840 "덩컨 올콕 보조 잠수부" 99 00:08:17,920 --> 00:08:20,280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답을 찾는 사람들이에요 100 00:08:21,600 --> 00:08:24,320 지금까지 저와 일했던 사람들은 101 00:08:25,640 --> 00:08:27,840 전부 뛰어난 사람들이었어요 102 00:08:34,120 --> 00:08:35,480 데이브는 좋은 친구예요 103 00:08:35,560 --> 00:08:38,560 스트레스받지 않고 초조해하지도 않죠 104 00:08:39,320 --> 00:08:40,520 매우 논리적이지만 105 00:08:41,040 --> 00:08:42,640 혼자 지내려는 경향이 있죠 106 00:08:44,720 --> 00:08:49,400 직장에서는 감정적인 사람으로 유명한 편이 아니에요 107 00:08:49,800 --> 00:08:52,840 어떤 동료들은 저를 보고 '벌컨'이라고 불렀어요 108 00:08:57,200 --> 00:09:00,600 크리스는 비교적 신입이었고 저와 일한 적은 없었지만 109 00:09:01,000 --> 00:09:03,640 덩컨과는 여러 번 잠수를 했었나 봐요 110 00:09:03,720 --> 00:09:06,640 덩컨이 크리스의 잠수 아빠인 셈이었죠 111 00:09:07,920 --> 00:09:10,200 소리 내서 말하니까 좀 이상하게 들렸죠? 112 00:09:11,240 --> 00:09:12,960 크리스의 첫 잠수 때도 있었고 113 00:09:13,040 --> 00:09:16,520 그 뒤로 4번 연속 같이 잠수를 했어요 114 00:09:17,640 --> 00:09:19,560 그동안 쌓인 정이 어마어마했죠 115 00:09:21,080 --> 00:09:22,800 크리스와 많이 친해졌어요 116 00:09:23,880 --> 00:09:25,720 아주 쾌활한 친구였죠 117 00:09:28,200 --> 00:09:30,920 크리스는 어떤 사람이냐고 덩컨에게 물었는데 118 00:09:31,840 --> 00:09:34,720 저한테 엄지를 보여주길래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119 00:09:46,600 --> 00:09:48,920 잠수 통제실 작업 지점까지 6시간 120 00:09:55,360 --> 00:09:57,920 현재 통증과 타박상 관절 불편 증상 121 00:09:58,000 --> 00:10:00,160 피부 무감각 증상을 호소 중이며... 122 00:10:12,120 --> 00:10:13,160 여러분? 123 00:10:14,000 --> 00:10:16,760 보다시피 공간이 많지는 않아 124 00:10:16,840 --> 00:10:19,880 아래 침대 사이 간격은 15cm 정도밖에 안 돼 보이고 125 00:10:20,320 --> 00:10:22,760 덩컨이 침대를 정리하고 있네 126 00:10:22,840 --> 00:10:27,400 여기가 거실 공간인데 의자와 탁자가 있어 127 00:10:28,400 --> 00:10:30,400 몇 개 없는 창문 중 하나인데 128 00:10:30,480 --> 00:10:33,640 바깥세상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지 129 00:10:34,120 --> 00:10:37,680 이 비좁은 터널을 기어서 옮겨 다닐 수 있어 130 00:10:38,200 --> 00:10:42,000 이 아래까지 내려오면 '변소'라고 부르는 곳이 나와 131 00:10:42,320 --> 00:10:44,080 이 문만 열고 나가면... 132 00:10:45,640 --> 00:10:49,920 여기가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는 세면 공간이야 133 00:10:50,000 --> 00:10:53,560 몸을 꼿꼿이 펴서 서면 모든 물건에... 134 00:10:53,960 --> 00:10:56,600 머리가 부딪혀서 너무 아파 135 00:10:56,680 --> 00:10:59,080 그래서 내 몸이 항상 상처투성이인 거야 136 00:10:59,160 --> 00:11:01,240 이곳의 놀라운 점은... 137 00:11:01,720 --> 00:11:05,280 한 바퀴 돌고 나면 원위치로 돌아온다는 거지 138 00:11:05,360 --> 00:11:08,280 - 차 한 잔이 있는 곳으로 - 내 초콜릿 조심해 139 00:11:11,040 --> 00:11:13,560 말도 안 돼, 덩컨 초콜릿이 얼마나 많은 거야? 140 00:11:13,640 --> 00:11:16,200 - 매일 초코바 하나씩이야 - 매일 하나라니 141 00:11:17,720 --> 00:11:20,080 맛이 어떤지 보려고 벌써 하나 까서 먹었어 142 00:11:20,160 --> 00:11:21,440 너랑 와서 다행이다 143 00:11:23,560 --> 00:11:25,560 "탈출실 압력 잠수 통제실" 144 00:11:25,640 --> 00:11:31,120 "이번 작업의 경우 해저 기압은 지상의 10배에 달한다" 145 00:11:32,560 --> 00:11:39,200 "잠수부들은 28일 동안 포화 시스템에서 생활한다" 146 00:11:47,520 --> 00:11:49,760 잠수 팀, 준비됐으면 가압을 시작하겠다 147 00:11:57,480 --> 00:11:59,480 "주 압력" 148 00:12:16,480 --> 00:12:18,640 잠수 팀, 누출 여부 확인하겠다 149 00:12:23,120 --> 00:12:26,120 해저 100m에서 진행되는 작업이었어요 150 00:12:27,640 --> 00:12:29,280 그래서 거주실 안에 151 00:12:29,360 --> 00:12:33,240 해저 100m에 해당하는 압력의 헬리옥스를 투입하죠 152 00:12:33,320 --> 00:12:36,280 헬리옥스는 헬륨과 산소의 혼합 기체예요 153 00:12:36,840 --> 00:12:40,280 그 작업을 마치면 기압이 해저와 동일해지는 거예요 154 00:12:43,400 --> 00:12:46,840 누출 여부 확인 완료 가압 작업 계속하겠다 155 00:12:49,920 --> 00:12:51,520 네, 괜찮아요 156 00:12:52,280 --> 00:12:54,120 전원 귀에 문제없습니다 157 00:12:54,520 --> 00:12:57,920 헬륨을 한숨 들이마시자마자 158 00:12:58,440 --> 00:13:00,480 목소리가 고음으로 변하죠 159 00:13:01,800 --> 00:13:02,640 네 160 00:13:02,720 --> 00:13:04,200 이상 없습니다 161 00:13:05,760 --> 00:13:07,240 - 네, 고마워요 - 그래요 162 00:13:07,320 --> 00:13:10,560 처음 30초 동안은 언제나 재밌어요 163 00:13:11,000 --> 00:13:13,200 그 후로는 익숙해지죠 164 00:13:18,120 --> 00:13:21,040 잠수 팀, 희망 기압에 도달했다 가압 작업 종료 165 00:13:23,480 --> 00:13:26,760 "3팀, 데이브 유아사 크리스 레몬스, 덩컨 올콕" 166 00:13:33,360 --> 00:13:34,200 고마워요 167 00:13:35,640 --> 00:13:37,800 아주 특이한 생활 환경이에요 168 00:13:41,240 --> 00:13:42,920 개인 공간도 없고 169 00:13:45,240 --> 00:13:48,160 마치 그곳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죠 170 00:13:53,200 --> 00:13:55,760 "위생 배출" 171 00:13:56,440 --> 00:13:58,640 포화 잠수는 만만치 않은 경험이에요 172 00:14:00,320 --> 00:14:02,680 모두 자기만의 방식으로 버티죠 173 00:14:05,680 --> 00:14:07,680 대부분의 잠수부는 인격이 2개예요 174 00:14:08,520 --> 00:14:11,640 직장에서의 인격과 집에서의 인격이 있죠 175 00:14:12,080 --> 00:14:15,280 집에서 저는 아이 셋의 아빠인 데이비드가 되고 176 00:14:15,840 --> 00:14:18,200 잠수할 때는 데이브가 돼요 177 00:14:18,880 --> 00:14:19,720 데이브는... 178 00:14:20,720 --> 00:14:22,960 오직 자기가 맡은 일만 책임지고 완수하죠 179 00:14:31,440 --> 00:14:34,560 크리스는 평소보다 약간 더 초조한 상태였어요 180 00:14:37,840 --> 00:14:39,480 오랜만에 하는 잠수였죠 181 00:14:42,400 --> 00:14:44,840 다른 팀원에게 뒤처지지 않고 장비도 제대로 챙겨서 182 00:14:44,920 --> 00:14:47,680 부끄러운 일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183 00:14:50,240 --> 00:14:54,000 자신의 행동을 지켜보는 눈길을 과하게 의식하고 있었어요 184 00:14:59,720 --> 00:15:00,960 부담이 컸을 거예요 185 00:15:02,560 --> 00:15:04,560 모두에게 잘 보이고 싶어 했고 186 00:15:04,960 --> 00:15:07,120 좋은 잠수부가 되기를 원했어요 187 00:15:09,720 --> 00:15:10,920 최고가 되고 싶었던 거죠 188 00:15:22,960 --> 00:15:24,680 포화 잠수 일을 시작하기 전 189 00:15:24,760 --> 00:15:28,400 저는 항상 북해를 잠수계의 프리미어리그 정도로 봤어요 190 00:15:31,040 --> 00:15:34,360 잠수 지원선도 많고 잠수 활동이 활발한 곳이거든요 191 00:15:36,360 --> 00:15:37,960 특히 그때의 작업 지역은 192 00:15:38,040 --> 00:15:41,240 애버딘에서 기선으로 12시간 떨어진 곳이었어요 193 00:15:41,320 --> 00:15:42,200 "북해" 194 00:15:42,280 --> 00:15:44,520 북해 한가운데라고 봐도 무방하죠 195 00:15:57,440 --> 00:16:00,960 북해는 원래 변덕이 심한데 그때는 날씨도 좋지 않았어요 196 00:16:02,880 --> 00:16:04,960 지원선이 심하게 움직였죠 197 00:16:13,040 --> 00:16:17,040 북해는 위험하기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바다예요 198 00:16:17,520 --> 00:16:20,280 해저 수온은 영상 4도인데 199 00:16:21,720 --> 00:16:23,040 살인적인 추위죠 200 00:16:30,920 --> 00:16:33,840 위험한 일이라는 건 알아요 익히 알고 있었어요 201 00:16:36,520 --> 00:16:41,360 하지만 크리스는 안전하다며 저를 계속해서 안심시켰어요 202 00:16:44,080 --> 00:16:46,560 다칠 일이 없다고 했죠 203 00:16:51,320 --> 00:16:54,760 저는 크리스가 그 탱크 안에서 행복한 줄 알았어요 204 00:16:58,720 --> 00:17:00,600 그래서 걱정은 안 했죠 205 00:17:05,400 --> 00:17:06,760 "북해 유전" 206 00:17:06,840 --> 00:17:09,920 애버딘 통제실 여기는 토파즈다 207 00:17:10,000 --> 00:17:11,360 "애버딘 동쪽 204km 지점" 208 00:17:11,440 --> 00:17:12,960 듣고 있다, 토파즈 209 00:17:13,320 --> 00:17:16,840 현재 유전 22/14 B에 도착했다 210 00:17:17,640 --> 00:17:20,360 작업 시작을 위해 대기 중이다 211 00:17:22,720 --> 00:17:24,440 - 준비됐어요? - 준비됐습니다 212 00:17:25,360 --> 00:17:27,000 자, 모든 수치는 0입니다 213 00:17:31,200 --> 00:17:33,200 1, 4, 5, 6, 작동 중 214 00:17:33,280 --> 00:17:35,800 추진기 DP 모드 전부 활성화했습니다 215 00:17:35,880 --> 00:17:38,400 "DP 모드" 216 00:17:39,240 --> 00:17:41,480 "자동 위치 제어" 217 00:17:41,560 --> 00:17:47,160 "컴퓨터로 정확한 해저 지점 위에 선박을 고정하는 장치" 218 00:17:47,240 --> 00:17:49,800 GPS 지점 2개를 기준계로 설정했습니다 219 00:17:50,360 --> 00:17:51,200 네 220 00:17:59,640 --> 00:18:01,280 선장님, DP 지점에 위치했습니다 221 00:18:01,360 --> 00:18:03,840 "정상, 저하" 222 00:18:03,920 --> 00:18:08,600 "DP 상태 녹색" 223 00:18:17,120 --> 00:18:19,880 잠수 팀, 5분 내로 잠수종 탑승 바람 224 00:18:22,040 --> 00:18:26,200 저는 잠수의 지휘자예요 잠수부들은 제 인형이고 225 00:18:26,280 --> 00:18:27,720 제 손과 발이죠 226 00:18:28,440 --> 00:18:29,760 "크레이그 프레더릭 잠수 감독관" 227 00:18:29,840 --> 00:18:32,280 잠수부들은 제 명령에 따라 움직입니다 228 00:18:35,800 --> 00:18:37,360 잠수 팀이 내려간 후에는 229 00:18:38,000 --> 00:18:40,160 제가 배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고 230 00:18:40,240 --> 00:18:41,760 모두가 제 결정에 따르죠 231 00:18:43,480 --> 00:18:45,200 첫 번째 잠수부 탑승 중 232 00:18:56,720 --> 00:18:57,800 덩컨이 보조 잠수부였어요 233 00:18:57,880 --> 00:19:00,080 직접 잠수를 하지 않고 잠수종 안에 탑승해서 234 00:19:00,160 --> 00:19:01,480 잠수부들을 지켜보는 거죠 235 00:19:04,120 --> 00:19:05,720 데이브 유아사가 잠수부 1호 236 00:19:06,720 --> 00:19:08,280 크리스 레몬스는 잠수부 2호였어요 237 00:19:10,240 --> 00:19:13,840 함교, 20시 13분 기준 잠수종 분해 238 00:19:14,640 --> 00:19:16,360 20시 13분, 잠수종 분해 239 00:19:20,520 --> 00:19:22,160 잠수 팀, 이제 하강하겠다 240 00:19:23,680 --> 00:19:26,960 "잠수종 보조 장치 안전 하중 15.5톤" 241 00:19:49,320 --> 00:19:51,840 함교, 20시 21분 기준 해수면 아래로 잠수 242 00:19:57,600 --> 00:19:58,440 고맙다, ROV 243 00:19:58,520 --> 00:19:59,760 계속 이동 중 244 00:20:13,920 --> 00:20:16,000 90m 깊이 작업 지점 도착 245 00:20:23,520 --> 00:20:25,960 잠수부에게 헬멧을 씌워주면서 246 00:20:26,040 --> 00:20:27,400 눈을 들여다보면 247 00:20:28,320 --> 00:20:32,280 그 사람이 즐거운지 겁에 질렸는지 알 수 있어요 248 00:20:32,360 --> 00:20:34,680 겁에 질리면 흰자밖에 안 보이죠 249 00:20:39,720 --> 00:20:42,760 그날 밤 크리스는 전혀 초조해하지 않았어요 250 00:20:45,200 --> 00:20:46,640 얼른 잠수하고 싶어 했죠 251 00:20:49,240 --> 00:20:52,000 다른 잠수부만큼 잘한다는 걸 증명하려고 했어요 252 00:20:53,760 --> 00:20:55,760 엄빌리컬 장착 완료 253 00:20:56,280 --> 00:20:58,280 비상용 산소통 연결 완료 254 00:20:58,680 --> 00:20:59,520 그리고... 255 00:21:00,200 --> 00:21:01,440 헬멧에서는 해제했음 256 00:21:01,520 --> 00:21:03,800 알겠다, 고맙다 온수 상태 양호 257 00:21:04,760 --> 00:21:06,040 아주 편안하다 258 00:21:18,240 --> 00:21:19,800 6시간 뒤에 보자고 259 00:21:28,600 --> 00:21:29,880 크리스, 누수 확인해 260 00:21:30,720 --> 00:21:32,000 누수 확인, 크리스 261 00:21:35,360 --> 00:21:36,520 "잠수부 2호 크리스 레몬스" 262 00:21:36,600 --> 00:21:39,320 함교, 20시 37분 기준 잠수부 2호 입수 263 00:21:47,040 --> 00:21:49,440 "잠수부 2호, 크리스" 264 00:21:51,120 --> 00:21:53,320 "잠수부 입수" 265 00:22:00,920 --> 00:22:02,800 엄빌리컬로 호흡 중이다, 크리스 266 00:22:03,080 --> 00:22:04,160 알겠다 267 00:22:07,760 --> 00:22:09,880 덩컨, 잠수부 2호 엄빌리컬 확인 바람 268 00:22:18,040 --> 00:22:22,040 잠수종을 떠난 잠수부는 엄빌리컬에 철저히 의존하게 돼요 269 00:22:24,120 --> 00:22:27,280 체온 유지용 온수를 공급해주는 장치죠 270 00:22:31,440 --> 00:22:32,960 산소와 조명도 공급하고 271 00:22:33,040 --> 00:22:35,840 지원선과의 교신도 가능하게 해줘요 272 00:22:38,920 --> 00:22:40,640 말 그대로 생명선이죠 273 00:22:46,360 --> 00:22:48,160 잠수부 2호 하강 준비 완료 274 00:22:49,240 --> 00:22:52,080 잠수부 2호 잠수종에서 떨어져도 좋다 275 00:23:00,440 --> 00:23:03,840 잠수종에서 떨어질 때가 가장 맘에 드는 순간이에요 276 00:23:03,920 --> 00:23:10,880 "잠수부 2호 크리스 레몬스" 277 00:23:11,520 --> 00:23:13,400 중력이 사라진 듯한 느낌이 좋아요 278 00:23:15,440 --> 00:23:17,800 해저를 향해 날아가는 것만 같죠 279 00:23:26,640 --> 00:23:28,040 시야가 좋지 않으면 280 00:23:28,120 --> 00:23:30,520 어디를 향해 떨어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요 281 00:23:31,880 --> 00:23:33,680 언제까지 떨어질지도 모르죠 282 00:23:55,520 --> 00:23:58,800 해저는 어둡고 혼란스러운 곳이에요 283 00:24:00,440 --> 00:24:02,440 길을 잃기 아주 쉽죠 284 00:24:04,320 --> 00:24:06,760 크레이그, 작업 지점 방위 알려주기 바람 285 00:24:08,120 --> 00:24:11,680 잠수부 2호 북서쪽으로 30m 거리에 있다 286 00:24:12,680 --> 00:24:13,640 알았다 287 00:24:18,120 --> 00:24:21,080 엄빌리컬은 잠수부를 선박과 연결해주는 줄이에요 288 00:24:26,000 --> 00:24:29,000 잠수종으로 돌아가려면 엄빌리컬을 따라가야 하죠 289 00:24:30,720 --> 00:24:32,720 그래야 안전한 곳으로 갈 수 있어요 290 00:24:37,320 --> 00:24:41,040 어둡기 때문에 작업 자체보다 지점까지 가는 게 더 힘들어요 291 00:24:42,480 --> 00:24:44,840 해저가 착시를 불러일으키죠 292 00:24:52,120 --> 00:24:54,640 초반 10분은 조금 짜증 나는 시간이에요 293 00:24:58,040 --> 00:24:59,400 호흡에서도 느껴지죠 294 00:25:06,040 --> 00:25:11,360 "잠수부 2호 크리스 레몬스" 295 00:25:15,240 --> 00:25:18,760 함교, 20시 49분 기준 모든 잠수부 도착 296 00:25:24,880 --> 00:25:27,600 우리가 작업해야 하는 구조물은 매니폴드였어요 297 00:25:27,920 --> 00:25:31,320 "잠수부 1호 데이브 유아사" 298 00:25:31,400 --> 00:25:34,240 그 안에는 유정이 여러 개 있었죠 299 00:25:39,680 --> 00:25:41,920 지하에서 뽑아낸 기름이 300 00:25:42,000 --> 00:25:44,800 그곳에서 관을 통해 플랫폼으로 가는 거였어요 301 00:25:45,960 --> 00:25:50,080 우리가 할 일은 파이프 중 하나를 제거하고 302 00:25:51,920 --> 00:25:55,160 그 파이프를 새 부품으로 교체하는 거였죠 303 00:26:02,480 --> 00:26:04,440 잠수부들과 일할 때는 304 00:26:04,880 --> 00:26:08,160 마치 화면 속으로 들어가 직접 일을 하는 기분이에요 305 00:26:09,280 --> 00:26:11,520 정서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어요 306 00:26:12,280 --> 00:26:14,960 잠수부들이 느끼는 희비를 나도 느끼게 되죠 307 00:26:15,760 --> 00:26:16,800 맞다 308 00:26:17,600 --> 00:26:19,600 A와 B가 보일 텐데 309 00:26:20,400 --> 00:26:24,040 차례대로 열고 닫고 압력 테스트를 실시하면 된다 310 00:26:24,120 --> 00:26:25,480 "잠수부 1호 데이브 유아사" 311 00:26:37,920 --> 00:26:41,880 작업이 시작되면 보조는 마음을 놓아도 돼요 312 00:26:43,320 --> 00:26:45,480 샌드위치에 뭐가 들었나 확인하기도 하죠 313 00:26:53,240 --> 00:26:55,800 일하러 가는 매일이 저에겐 즐거움이에요 314 00:26:59,520 --> 00:27:01,800 잠수에 대한 첫 열망을 느꼈던 게... 315 00:27:03,880 --> 00:27:08,600 텔레비전에서 자크 쿠스토를 봤을 때였어요 316 00:27:09,360 --> 00:27:13,800 그때 생각했죠 '난 저런 일을 하고 싶다' 317 00:27:14,800 --> 00:27:16,320 산호초를 탐방하고 318 00:27:17,360 --> 00:27:19,360 동물들과 같이 헤엄치고 319 00:27:22,120 --> 00:27:25,160 정말 최고일 것만 같았어요 320 00:27:28,400 --> 00:27:30,080 잠수부가 되어서 321 00:27:30,560 --> 00:27:32,520 바다를 탐험하는 게 322 00:27:33,600 --> 00:27:34,800 제 꿈이었죠 323 00:27:34,880 --> 00:27:36,160 "잠수부 2호 크리스 레몬스" 324 00:27:36,240 --> 00:27:40,080 데이브는 계속 작업해 크리스는 밸브 닫으면 돼 325 00:27:40,560 --> 00:27:42,240 BV2 밸브는 닫겠음 326 00:27:42,320 --> 00:27:43,200 알겠다 327 00:27:43,520 --> 00:27:46,600 크리스의 잠수 인생은 살짝 늦게 시작됐어요 328 00:27:47,360 --> 00:27:48,600 밸브 닫음 329 00:27:49,960 --> 00:27:52,000 삶의 방향을 새로 찾고 있었죠 330 00:27:52,080 --> 00:27:54,000 누수는 확인되지 않음 331 00:27:55,120 --> 00:27:58,080 크리스는 잠수를 향한 대단한 열정을 갖고 있었어요 332 00:28:00,960 --> 00:28:03,520 저는 절대로 다른 길을 생각해보라고 333 00:28:03,600 --> 00:28:05,360 권유하지 않았을 거예요 334 00:28:06,040 --> 00:28:06,880 절대로요 335 00:28:07,240 --> 00:28:11,120 크리스가 하고 싶은 일이었고 좋아하는 일이었으니까요 336 00:28:11,920 --> 00:28:16,000 제가 크리스만큼 열정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었다면 337 00:28:16,080 --> 00:28:19,560 누가 안 말리기를 바랐을 테니 저도 크리스를 안 말렸죠 338 00:28:30,040 --> 00:28:32,400 그날 밤 날씨가 좋지 않았어요 339 00:28:33,120 --> 00:28:36,680 5.5m 높이의 파도가 일었고 풍속은 시속 65km였어요 340 00:28:38,640 --> 00:28:40,560 잠수하기 힘든 환경이었죠 341 00:28:41,800 --> 00:28:43,320 하지만 불가능하진 않았어요 342 00:28:51,320 --> 00:28:52,640 날씨가 거칠었는데 343 00:28:53,240 --> 00:28:56,000 북해에서는 특별한 게 아니었어요 344 00:28:58,240 --> 00:28:59,600 안전한 편이었죠 345 00:29:01,720 --> 00:29:05,800 솔직히 이 일 자체가 안전한 일은 아니잖아요? 346 00:29:06,400 --> 00:29:08,200 "미할 치호르스키 자동 위치 제어 담당자" 347 00:29:08,280 --> 00:29:10,920 저는 DP 컴퓨터 제어를 담당했어요 348 00:29:13,400 --> 00:29:15,720 선박 위치를 유지하는 일이죠 349 00:29:15,800 --> 00:29:17,120 "목표까지의 거리: 5m" 350 00:29:17,360 --> 00:29:20,000 그래야 잠수부들이 안전히 작업하니까요 351 00:29:20,080 --> 00:29:20,920 "정상" 352 00:29:31,120 --> 00:29:33,040 이때까지만 해도 배는 안정적인 상태였죠 353 00:29:43,840 --> 00:29:45,200 그리고 시작됐어요 354 00:29:52,680 --> 00:29:55,440 난생처음 듣는 경보가 울렸어요 355 00:29:55,520 --> 00:29:57,000 "풍력" 356 00:29:58,200 --> 00:30:03,280 그 경보가 울린 뒤로 오류가 하나하나 발생했죠 357 00:30:05,800 --> 00:30:10,600 아주 심각한 문제였어요 선박의 통제를 잃고 있었죠 358 00:30:11,920 --> 00:30:13,200 위치가 틀어지고 있었어요 359 00:30:13,280 --> 00:30:15,960 "목표까지의 거리: 6m" 360 00:30:16,040 --> 00:30:17,560 DP 오작동 361 00:30:17,640 --> 00:30:18,600 "저하" 362 00:30:19,680 --> 00:30:21,240 "DP 상태 황색" 363 00:30:21,320 --> 00:30:23,280 함교에서 황색 신호를 보냈어요 364 00:30:27,520 --> 00:30:31,480 갑자기 뜬 신호를 보고 선장의 급한 목소리를 들으니 365 00:30:31,560 --> 00:30:33,280 보통 상황이 아니란 걸 알았죠 366 00:30:33,920 --> 00:30:35,840 장비 두고 귀환해, 크리스 367 00:30:35,920 --> 00:30:37,640 "잠수부 2호 크리스 레몬스" 368 00:30:37,720 --> 00:30:41,400 그래서 잠수부들을 최대한 빨리 잠수종으로 귀환시켰어요 369 00:30:42,320 --> 00:30:43,920 둘 다 구조물에서 나와 370 00:30:44,800 --> 00:30:46,800 구조물에서 벗어나는 중이다 371 00:30:51,320 --> 00:30:54,000 덩컨, 필요할 경우 잠수부들 엄빌리컬 연장해줘 372 00:30:59,080 --> 00:31:01,320 잠수부들 귀환에 대비해 373 00:31:03,320 --> 00:31:04,960 알았다... 374 00:31:05,040 --> 00:31:07,080 단 몇 초 만에 적색 신호로 변했어요 375 00:31:08,360 --> 00:31:10,960 "DP 상태 적색" 376 00:31:12,520 --> 00:31:13,880 적색은 처음이었어요 377 00:31:15,760 --> 00:31:19,480 선박의 항해 시스템이 함교의 통제에서 벗어나서 378 00:31:19,560 --> 00:31:21,160 날씨의 손에 넘어간 거죠 379 00:31:21,640 --> 00:31:24,080 그런 지경에서는 그저 돛단배 신세였어요 380 00:31:28,560 --> 00:31:30,880 배가 너무 빨리 움직여서 당황했어요 381 00:31:30,960 --> 00:31:32,160 "목표까지의 거리: 17.5m" 382 00:31:32,840 --> 00:31:34,840 속도는 계속 빨라졌죠 383 00:31:34,920 --> 00:31:36,720 "목표까지의 거리: 20m" 384 00:31:36,800 --> 00:31:37,880 "목표까지의 거리: 21m" 385 00:31:37,960 --> 00:31:39,520 선박의 통제도 잃었기 때문에 386 00:31:39,600 --> 00:31:41,720 해저 상태도 통제 불가였어요 387 00:31:41,800 --> 00:31:42,920 "목표까지의 거리: 25m" 388 00:31:46,240 --> 00:31:50,080 잠수부는 잠수종에 연결되고 잠수종은 선박에 연결돼 있죠 389 00:31:51,440 --> 00:31:54,200 결국 배가 움직이면 잠수부가 끌려오는 거예요 390 00:31:55,360 --> 00:31:57,880 잠수 지원선의 DP 담당자로선 391 00:31:58,720 --> 00:32:01,480 최악의 상황이 일어나 버린 거죠 392 00:32:02,000 --> 00:32:03,400 잠수종 밑으로 들어가 393 00:32:03,480 --> 00:32:06,960 "잠수부 1호 데이브 유아사" 394 00:32:07,040 --> 00:32:10,600 구조물에서 벗어났을 때 제가 예상했던 잠수종 위치는 395 00:32:10,680 --> 00:32:12,200 제 앞이었어요 396 00:32:13,720 --> 00:32:15,920 그런데 엄빌리컬이 향하는 곳을 보니 397 00:32:16,000 --> 00:32:17,400 잠수종은 뒤에 있었고 398 00:32:17,480 --> 00:32:20,200 작업하던 매니폴드가 그 사이에 위치하고 있었죠 399 00:32:20,280 --> 00:32:23,360 "잠수부 2호 크리스 레몬스" 400 00:32:23,440 --> 00:32:25,400 엄빌리컬을 따라 올라가고 있다 401 00:32:28,120 --> 00:32:30,760 자신의 엄빌리컬을 타고 구조물 위로 올라가서 402 00:32:31,720 --> 00:32:34,640 그 위를 가로질러 계속 엄빌리컬을 타고 올라야 403 00:32:34,720 --> 00:32:36,120 안전한 곳까지 올 수 있었죠 404 00:32:37,400 --> 00:32:40,960 하지만 구조물이 잠수부들을 방해하고 있었어요 405 00:32:41,360 --> 00:32:43,320 구조물 위까지 올라와야 해 406 00:32:43,400 --> 00:32:46,840 "잠수부 1호 데이브 유아사" 407 00:32:46,920 --> 00:32:48,640 위에 다다라서 보니 408 00:32:48,720 --> 00:32:51,600 크리스는 더 이상 위로 못 올라오고 있었어요 409 00:32:54,600 --> 00:32:56,400 뭔가 잘못됐단 걸 알았죠 410 00:32:56,480 --> 00:33:01,480 "잠수부 2호 크리스 레몬스" 411 00:33:03,040 --> 00:33:05,960 크리스의 엄빌리컬이 노두에 엉켜 있었어요 412 00:33:07,840 --> 00:33:08,920 갇힌 거죠 413 00:33:09,360 --> 00:33:10,600 줄 연장이 필요하다 414 00:33:11,200 --> 00:33:13,200 엄빌리컬이 걸렸다 415 00:33:13,840 --> 00:33:15,000 풀어야 한다 416 00:33:17,440 --> 00:33:19,400 하지만 줄은 더욱 팽팽해졌죠 417 00:33:20,840 --> 00:33:22,840 그 정도로 팽팽한 엄빌리컬은 처음 봤어요 418 00:33:24,400 --> 00:33:26,520 잠수부 2호 엄빌리컬 연장이 필요하다 419 00:33:27,280 --> 00:33:29,600 크리스도 팽팽해진 걸 보고 줄의 연장을 요청했죠 420 00:33:29,680 --> 00:33:32,600 하지만 배가 계속 움직여서 줄을 연장해줄 수 없었어요 421 00:33:36,160 --> 00:33:37,360 엄빌리컬이 걸렸다 422 00:33:38,360 --> 00:33:40,000 엄빌리컬이 걸렸어요, 크레이그 423 00:33:40,560 --> 00:33:42,920 크리스, 줄을 연장할 순 없어 424 00:33:47,320 --> 00:33:51,560 길이 120m, 폭 20m의 거대한 배 한 척을 425 00:33:51,640 --> 00:33:54,000 시속 65km의 바람이 마구 날리고 있고 426 00:33:55,040 --> 00:33:57,440 크리스는 반대쪽에서 닻처럼 묶여 있었죠 427 00:33:59,840 --> 00:34:02,440 크리스가 탈출할 만한 방법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어요 428 00:34:05,240 --> 00:34:06,480 안 움직여요 429 00:34:07,560 --> 00:34:08,720 단단히 걸렸어요 430 00:34:10,040 --> 00:34:14,040 크리스의 엄빌리컬이 어찌나 단단히 걸렸는지 431 00:34:14,120 --> 00:34:17,640 스테인리스 재질인 받침대가 벽에서 떨어졌어요 432 00:34:19,280 --> 00:34:20,920 저는 진짜 죽을 맛이었죠 433 00:34:22,280 --> 00:34:26,360 아예 떨어져서 바닥을 뚫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434 00:34:26,440 --> 00:34:30,680 제가 그 밑을 받친다 해도 같이 떨어져 나갈 게 뻔했죠 435 00:34:31,160 --> 00:34:33,760 크리스, 네가 엄빌리컬을 직접 처리해야 해 436 00:34:33,840 --> 00:34:35,320 계속 팽팽해지고 있어요 437 00:34:39,520 --> 00:34:41,000 "잠수부 1호 데이브 유아사" 438 00:34:41,080 --> 00:34:43,680 크리스를 도와주려고 크리스 쪽으로 움직였어요 439 00:34:52,920 --> 00:34:55,840 그렇게 2m 앞까지 다가갔죠 440 00:34:56,720 --> 00:34:59,960 서로의 얼굴이 보일 정도로 시야가 확보된 상황이었어요 441 00:35:02,760 --> 00:35:04,400 크리스의 상태가 보이더군요 442 00:35:09,040 --> 00:35:11,280 하지만 거기까지가 제 엄빌리컬의 끝이었어요 443 00:35:15,120 --> 00:35:16,280 더 가까이 갈 수 없었죠 444 00:35:17,480 --> 00:35:19,640 "잠수부 1호 데이브 유아사" 445 00:35:19,720 --> 00:35:21,560 크리스의 엄빌리컬은 점점 가늘어졌어요 446 00:35:23,280 --> 00:35:24,520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죠 447 00:35:26,120 --> 00:35:28,760 뭔가 끊어지기 전에 들리는 그 소리였어요 448 00:35:31,480 --> 00:35:35,400 "잠수부 2호 크리스 레몬스" 449 00:35:42,000 --> 00:35:44,000 잠수부 2호와 교신 끊김 450 00:35:51,200 --> 00:35:55,200 크리스에게서 멀어지는 그 순간이 마치 영화 같았어요 451 00:35:57,960 --> 00:35:59,840 그 뒤로 크리스를 보지 못했죠 452 00:36:01,520 --> 00:36:02,600 제기랄 453 00:36:04,680 --> 00:36:07,680 크리스의 엄빌리컬이 찢기는 소리가 들렸어요 454 00:36:07,760 --> 00:36:09,760 구조물에서 벗어났다 455 00:36:10,400 --> 00:36:12,760 엄빌리컬을 구성하는 줄이 하나씩 끊어지고 있었죠 456 00:36:24,720 --> 00:36:27,120 함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457 00:36:31,040 --> 00:36:32,840 이제 크리스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458 00:36:36,320 --> 00:36:38,400 다시 그곳으로 갈 수도 없었죠 459 00:36:51,240 --> 00:36:53,480 뒤로 돌아서 잠수종 쪽으로 올라갔어요 460 00:36:56,000 --> 00:36:57,440 저항이 심했죠 461 00:36:58,520 --> 00:37:01,480 마치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았어요 462 00:37:06,640 --> 00:37:10,280 눈앞에서 펼쳐진 비극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463 00:37:16,320 --> 00:37:18,440 그때 제 머릿속에는 464 00:37:18,520 --> 00:37:21,360 안전한 잠수종으로 대피하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465 00:37:36,760 --> 00:37:40,800 다른 구조물이 나를 밑으로 끌고 갈까 봐 걱정됐어요 466 00:37:42,640 --> 00:37:44,600 만약 그렇게 됐다면 467 00:37:44,680 --> 00:37:47,280 이미 안 좋은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게 뻔했죠 468 00:38:15,920 --> 00:38:18,120 크리스를 끌어 올리는 거라고 믿고 싶었지만 469 00:38:19,040 --> 00:38:21,160 크리스가 아니라는 걸 사실 알고 있었어요 470 00:38:24,360 --> 00:38:25,920 끝에 아무도 없단 걸 알았죠 471 00:38:34,400 --> 00:38:36,280 온수 호스가 먼저 올라왔는데 472 00:38:38,480 --> 00:38:40,000 끝이 완전히 걸레짝이었어요 473 00:38:41,800 --> 00:38:42,960 "잠수부 2호" 474 00:38:43,920 --> 00:38:47,040 그렇게 엄빌리컬을 몇 개 더 건져 올렸는데 475 00:38:47,120 --> 00:38:49,560 결국 망가진 산소 호스가 올라왔죠 476 00:38:59,640 --> 00:39:02,080 거기서 나는 소리가 엄청났어요 477 00:39:08,720 --> 00:39:11,920 저는 조절 장치를 끄려고 손을 얹었죠 478 00:39:19,320 --> 00:39:22,680 잠수부가 잠수 중일 땐 절대 산소를 끄지 않거든요 479 00:39:23,720 --> 00:39:25,400 잠수부를 죽이는 행동이죠 480 00:39:41,840 --> 00:39:45,840 제가 크리스를 포기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481 00:39:48,120 --> 00:39:50,520 잠수종과 이어진 생명 줄의 끝이었죠 482 00:39:55,960 --> 00:39:58,200 아마 울 수도 있었을 거예요 483 00:39:58,280 --> 00:40:00,800 토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다가 소리쳤어요 484 00:40:01,440 --> 00:40:04,120 '잠수부를 잃었다!' 485 00:40:07,720 --> 00:40:08,600 그리고... 486 00:40:08,920 --> 00:40:10,440 데이브가 어떻게 됐는지 몰라서 487 00:40:10,960 --> 00:40:13,200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정신을 차려야 했죠 488 00:40:24,040 --> 00:40:26,600 잠수종 아래에 있는 발판에 올라섰어요 489 00:40:27,320 --> 00:40:28,560 거기서 기다렸죠 490 00:40:30,640 --> 00:40:33,520 그때가 돼서야 방금 일어난 일과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491 00:40:33,600 --> 00:40:34,840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492 00:40:40,920 --> 00:40:43,160 일반 잠수에서는 언제든지 493 00:40:43,240 --> 00:40:45,400 해수면을 향해 헤엄칠 수 있지만 494 00:40:45,480 --> 00:40:48,400 포화 잠수 중에 잠수부가 갈 수 있는 곳은 495 00:40:48,480 --> 00:40:50,160 오직 한 군데밖에 없어요 496 00:40:51,520 --> 00:40:52,400 잠수종이죠 497 00:40:55,160 --> 00:40:57,960 원래대로라면 엄빌리컬을 통해 잠수종과 연결되어 있지만 498 00:40:58,560 --> 00:41:01,800 크리스는 잠수종과 엄빌리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죠 499 00:41:04,160 --> 00:41:05,680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500 00:41:10,160 --> 00:41:11,920 크리스는 저 밖에 있었어요 501 00:41:12,920 --> 00:41:15,400 크리스에게 있는 건 비상용 산소통 두 통뿐이었죠 502 00:41:17,800 --> 00:41:20,120 산소 공급이 끊기는 비상 상황에 대비해 503 00:41:20,200 --> 00:41:24,280 잠수종으로 돌아올 수 있는 분량의 비상용 산소통이 있었죠 504 00:41:26,520 --> 00:41:29,880 해저에서 오랜 시간 버틸 수 있게 만들어진 물건은 아니었어요 505 00:41:32,920 --> 00:41:34,680 산소는 그게 전부였어요 506 00:41:36,720 --> 00:41:39,000 비상 산소 말고는 없었죠 507 00:41:41,200 --> 00:41:45,240 비상용 산소통은 그리 크지 않아요 5분 정도 생존할 수 있죠 508 00:41:47,000 --> 00:41:51,360 "크리스의 엄빌리컬 손상 4분 57초 후" 509 00:41:51,440 --> 00:41:54,240 "크리스의 엄빌리컬 손상 5분 후" 510 00:41:59,040 --> 00:42:02,320 돌아가서 크리스를 구할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었어요 511 00:42:03,920 --> 00:42:05,600 그래서 모든 선원을 깨웠죠 512 00:42:12,240 --> 00:42:15,240 모든 가능성을 따져볼 수 있도록 전원이 집중해야 했으니까요 513 00:42:27,080 --> 00:42:30,520 저는 다음에 투입되는 잠수 팀 소속이었어요 514 00:42:32,360 --> 00:42:35,280 그런데 생명 지원 담당자가 진지한 목소리로 무전을 했죠 515 00:42:35,360 --> 00:42:37,120 '스튜, 문제가 생겼어요' 516 00:42:37,200 --> 00:42:40,400 저는 그게 제 문제냐고 당신 문제냐고 물었어요 517 00:42:41,120 --> 00:42:42,560 "스튜어트 앤더슨 의료 잠수부, 2팀" 518 00:42:42,640 --> 00:42:45,600 매니폴드 작업장에서 잠수부 한 명이 낙오됐는데 519 00:42:46,320 --> 00:42:48,840 의료 장비를 투입해야 하니 520 00:42:48,920 --> 00:42:51,160 의료 잠수부인 제가 준비해야 한다고 했어요 521 00:42:55,480 --> 00:42:58,920 포화 잠수 팀에는 항상 의료 잠수부가 몇 명 있죠 522 00:43:01,040 --> 00:43:02,760 각 팀에 한 명이 있어야만 해요 523 00:43:03,240 --> 00:43:05,600 보통은 자상이나 찰과상만 다뤄요 524 00:43:09,000 --> 00:43:10,640 저는 너무 무서웠어요 525 00:43:11,360 --> 00:43:13,720 평소에 일어나는 일과 526 00:43:14,360 --> 00:43:16,680 너무 동떨어진 일이었으니까요 527 00:43:18,480 --> 00:43:20,920 끝이 안 좋을 수밖에 없는 그런 일에는 528 00:43:21,960 --> 00:43:24,480 엮이지 않기를 바라는 게 정상이죠 529 00:43:32,000 --> 00:43:33,600 절박한 상황이었어요 530 00:43:34,520 --> 00:43:38,080 선박은 여전히 통제가 안 되고 크리스에게서 멀어지고 있었죠 531 00:43:40,240 --> 00:43:42,880 자동 위치 제어를 담당하는 컴퓨터가 532 00:43:43,720 --> 00:43:46,960 총 3개 있었는데 모두 작동하지 않았죠 533 00:43:48,080 --> 00:43:49,680 DP 시스템을 담당하는 컴퓨터도 534 00:43:51,120 --> 00:43:52,000 고장 났고 535 00:43:52,680 --> 00:43:57,080 그 컴퓨터를 항상 복제하는 백업 컴퓨터도 고장 났고 536 00:43:59,560 --> 00:44:01,560 중앙 컴퓨터도 고장 났었어요 537 00:44:05,080 --> 00:44:08,480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죠 538 00:44:10,120 --> 00:44:13,000 이제 컴퓨터로는 선박을 통제할 수 없었어요 539 00:44:17,680 --> 00:44:18,960 배는 파도에 휩쓸렸죠 540 00:44:21,800 --> 00:44:23,080 배를 조종할 방법을 541 00:44:24,040 --> 00:44:25,360 찾아야만 했어요 542 00:44:28,960 --> 00:44:34,280 선장님은 배를 컴퓨터 없이 수동으로 운전하기로 결정했어요 543 00:44:36,640 --> 00:44:39,400 배의 시스템은 파도도 없고 바람도 약한 544 00:44:39,480 --> 00:44:42,800 항구에서나 조종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었어요 545 00:44:44,200 --> 00:44:46,480 함교 선원들은 4개의 추진기 핸들로 546 00:44:46,560 --> 00:44:49,240 배를 조종하는 법을 즉석에서 익혀야만 했죠 547 00:44:49,320 --> 00:44:53,560 문제는 이 장치들이 제어반 2개에 연결돼 있다는 거예요 548 00:44:53,640 --> 00:44:55,280 팔이 4개인 사람은 없죠 549 00:44:56,560 --> 00:44:58,840 아무도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어요 550 00:45:00,080 --> 00:45:04,280 선장님이나 일등 항해사가 그런 일을 하는 건 처음 봤어요 551 00:45:11,200 --> 00:45:13,040 그럭저럭 잘해내고 있었는데 552 00:45:14,320 --> 00:45:16,440 거대한 파도가 밀려왔죠 553 00:45:20,520 --> 00:45:22,560 파도가 배의 머리를 틀었어요 554 00:45:25,200 --> 00:45:27,240 함교, 다시 작업 지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555 00:45:28,800 --> 00:45:31,040 빨리 가달라고 요청하고 있었지만 556 00:45:31,120 --> 00:45:33,320 우린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었죠 557 00:45:40,440 --> 00:45:44,600 포화 잠수를 하게 되면 어떤 소리가 들리느냐에 따라 558 00:45:44,680 --> 00:45:47,280 배의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감이 생겨요 559 00:45:48,520 --> 00:45:51,000 엔진이 거세게 돌아가고 있었죠 560 00:46:00,640 --> 00:46:03,040 배가 꽤나 불규칙적으로 움직이고 있었어요 561 00:46:03,120 --> 00:46:05,120 좌우로 요동치고 있었죠 562 00:46:05,920 --> 00:46:08,440 덩달아 저도 잠수종 위에서 심하게 움직였어요 563 00:46:11,000 --> 00:46:13,240 저는 침착해지려고 계속 노력 중이었어요 564 00:46:19,120 --> 00:46:22,720 저는 크리스와 모래그와 아는 사이였기 때문에 565 00:46:23,960 --> 00:46:26,480 크리스를 두고 혼자 돌아왔다는 사실을 566 00:46:28,160 --> 00:46:30,240 모래그에게 어떻게 말할지 고민했어요 567 00:46:33,840 --> 00:46:35,920 침착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죠 568 00:46:39,680 --> 00:46:44,280 "크리스의 엄빌리컬 손상 11분 18초 후" 569 00:46:44,360 --> 00:46:47,160 "크리스의 엄빌리컬 손상 11분 21초 후" 570 00:46:56,520 --> 00:46:58,880 산소를 다 썼을 거라고 추측할 수 있었지만 571 00:46:59,960 --> 00:47:03,560 크리스는 여전히 살아 있다고 믿어야만 했어요 572 00:47:06,880 --> 00:47:08,320 일단 크리스를 찾아야 했죠 573 00:47:08,400 --> 00:47:10,840 "목표까지의 거리: 192.5m" 574 00:47:15,720 --> 00:47:19,600 무인 해중 장치인 ROV 말고는 활용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575 00:47:22,440 --> 00:47:24,880 ROV, 잠수부 위치를 파악해줄 수 있나? 576 00:47:27,440 --> 00:47:29,400 ROV는 어려움 없이 577 00:47:29,680 --> 00:47:33,800 배에서 150~200m 떨어진 곳까지 이동할 수 있죠 578 00:47:43,120 --> 00:47:45,400 ROV가 구조물로 향했어요 579 00:47:45,480 --> 00:47:47,400 크리스가 있을 확률이 가장 높은 곳이었죠 580 00:47:54,000 --> 00:47:57,800 하지만 구조물 위에 있을지 그 옆으로 떨어져 해저에 있을지 581 00:47:57,880 --> 00:47:59,480 그건 알 수 없었어요 582 00:48:19,320 --> 00:48:23,400 ROV가 이동하는 동안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갔어요 583 00:48:28,440 --> 00:48:31,360 우리가 보낸 ROV를 크리스가 보면 584 00:48:31,440 --> 00:48:34,640 우리가 수색 중이란 걸 알 수 있다고 했죠 585 00:48:37,440 --> 00:48:41,920 그러면 생존에 필요한 힘을 끌어낼 수도 있으니까요 586 00:49:01,520 --> 00:49:02,920 점점 가까워지는데 587 00:49:03,000 --> 00:49:06,080 저는 흑백 ROV 화면을 보면서 계속 물었어요 588 00:49:07,000 --> 00:49:09,200 '뭐라도 보이는 사람 있어?' 589 00:49:44,440 --> 00:49:46,280 구조물이 나타나기를 기다렸어요 590 00:49:58,040 --> 00:49:59,680 그런데 정말로 나타났죠 591 00:50:52,720 --> 00:50:55,720 ROV 기술자가 말했어요 '크레이그, 크리스는 괜찮아요' 592 00:50:57,280 --> 00:50:58,440 그걸 어떻게 아냐고 물었죠 593 00:51:00,160 --> 00:51:01,520 '우리한테 손을 흔드네요' 594 00:51:19,440 --> 00:51:21,240 ROV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595 00:51:22,240 --> 00:51:24,520 구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는데 596 00:51:25,040 --> 00:51:26,800 그때부터는 확신이 사라졌어요 597 00:51:31,520 --> 00:51:34,880 거기 누워 있는 건 그냥 아무 인간이 아니었어요 598 00:51:35,800 --> 00:51:39,800 나랑 알고 같이 생활했던 한 사람이었죠 599 00:51:39,880 --> 00:51:40,960 "701 선장" 600 00:51:43,880 --> 00:51:45,560 복도에서도 지나쳤었어요 601 00:51:47,720 --> 00:51:49,720 한 손은 꼭 배에 올려놔야 해 602 00:51:50,240 --> 00:51:51,960 이렇게 해야 안전하지 603 00:51:53,440 --> 00:51:55,440 가끔 함교에도 왔고요 604 00:51:55,520 --> 00:51:56,360 크리스, 잘 지내죠? 605 00:51:56,440 --> 00:51:57,600 - 네, 그쪽은요? - 저도요 606 00:52:01,960 --> 00:52:03,080 그랬던 크리스가 607 00:52:04,680 --> 00:52:05,960 홀로 있었어요 608 00:52:17,480 --> 00:52:19,600 그 화면을 보고 많은 이들이 충격받았어요 609 00:52:21,120 --> 00:52:23,600 하지만 저는 그걸 보고 엄청난 기운이 났죠 610 00:52:24,680 --> 00:52:29,240 일단 구조물 위에 있다는 사실이 구조에 아주 중요했거든요 611 00:52:36,480 --> 00:52:37,600 게다가 꿈틀거리고 있었어요 612 00:52:40,040 --> 00:52:41,080 살아 있다는 거였죠 613 00:52:44,720 --> 00:52:49,320 "크리스의 엄빌리컬 손상 22분 18초 후" 614 00:52:49,400 --> 00:52:52,040 "크리스의 엄빌리컬 손상 22분 21초 후" 615 00:52:58,920 --> 00:53:02,080 아직 구조물이 있는 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고 616 00:53:04,840 --> 00:53:07,680 자동 위치 제어 시스템도 여전히 고장 난 상태였어요 617 00:53:08,840 --> 00:53:11,280 수동 운전으로 가까이 다가가는 중이었죠 618 00:53:12,600 --> 00:53:13,920 어려운 작업이었어요 619 00:53:14,000 --> 00:53:15,440 "목표까지의 거리: 192m" 620 00:53:15,520 --> 00:53:19,760 배는 우리가 바라는 만큼 빠르게 움직이지 못했어요 621 00:53:19,840 --> 00:53:22,760 마치 시간이 느려진 것 같았죠 622 00:53:35,840 --> 00:53:39,280 크리스의 꿈틀거림은 이윽고 멈췄어요 623 00:53:46,880 --> 00:53:49,960 제게는 그 순간이 크리스의 최후로 느껴졌죠 624 00:54:00,280 --> 00:54:01,800 감당 못 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625 00:54:01,880 --> 00:54:04,520 암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마주하는 걸 626 00:54:04,960 --> 00:54:06,320 피하고 싶어 했죠 627 00:54:11,240 --> 00:54:14,240 그때 배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이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628 00:54:14,320 --> 00:54:15,280 '이제 어떻게 되지?' 629 00:54:19,040 --> 00:54:21,000 25분이 지나자 630 00:54:22,360 --> 00:54:25,600 우리가 품을 수 있었던 모든 희망이 631 00:54:26,520 --> 00:54:27,400 사라졌어요 632 00:54:29,240 --> 00:54:34,160 결국 시체를 수습하게 될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죠 633 00:54:42,120 --> 00:54:43,920 잠수종 위에서 기억을 더듬는데 634 00:54:44,760 --> 00:54:46,480 기분이 참 묘했어요 635 00:54:48,200 --> 00:54:51,760 크리스가 당한 일 때문에 슬퍼하고 있지는 않았어요 636 00:54:51,840 --> 00:54:56,000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제 절친도, 자식도 아니었으니까요 637 00:54:56,440 --> 00:54:58,560 잠수부가 사고를 당한 것뿐이었죠 638 00:55:11,400 --> 00:55:13,520 온 힘을 다해 기도했어요 639 00:55:14,040 --> 00:55:16,800 저는 절대로 종교적인 사람이 아니지만 640 00:55:18,840 --> 00:55:20,200 그런 상황에는... 641 00:55:25,240 --> 00:55:27,520 하지만 구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642 00:55:27,600 --> 00:55:29,840 절대 하지 않았어요 643 00:55:31,240 --> 00:55:32,280 절대로요 644 00:55:34,440 --> 00:55:36,280 그렇게 집에 돌아가서 645 00:55:37,640 --> 00:55:39,160 모래그에게 646 00:55:39,240 --> 00:55:43,040 크리스는 돌아오지 못한다고 전할 수는 없었어요 647 00:55:50,640 --> 00:55:54,080 자동 위치 제어 장치를 복구하려고 모든 방법을 시도했어요 648 00:55:55,440 --> 00:55:57,920 이런 상황에서는 처음에 뭘 하고 649 00:55:58,000 --> 00:56:01,680 나중에는 뭘 하는지 단계별로 뭘 해야 하는지 650 00:56:01,760 --> 00:56:03,640 정해진 바가 없었죠 651 00:56:04,840 --> 00:56:09,360 즉석에서 해결책을 짜내며 다 시도해볼 수밖에 없었어요 652 00:56:11,840 --> 00:56:14,480 마지막에 했던 것 중 하나가 하드 초기화였죠 653 00:56:25,160 --> 00:56:27,080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654 00:56:30,040 --> 00:56:31,320 그래서 기다렸어요 655 00:56:38,720 --> 00:56:40,480 좋은 카드를 뽑을 때가 됐었어요 656 00:56:45,440 --> 00:56:46,960 그동안 패가 너무 안 좋았으니 657 00:56:47,040 --> 00:56:48,640 이제 운이 좋아질 때가 됐었죠 658 00:57:05,440 --> 00:57:08,080 다행히도 시스템 전원이 다시 들어왔어요 659 00:57:09,600 --> 00:57:11,640 정말 좋은 소식이었죠 660 00:57:13,920 --> 00:57:15,480 저는 크게 안도했어요 661 00:57:16,520 --> 00:57:17,760 함교 전원이 안도했죠 662 00:57:20,640 --> 00:57:22,880 DP가 다시 작동하자마자 663 00:57:23,640 --> 00:57:25,880 우리는 선박 운전을 자동으로 전환하고 664 00:57:26,640 --> 00:57:28,680 곧장 크리스에게 돌아갔어요 665 00:57:29,080 --> 00:57:30,240 "목표까지의 거리: 152m" 666 00:57:30,320 --> 00:57:31,560 "목표까지의 거리: 150m" 667 00:57:31,640 --> 00:57:33,200 이미 늦었을 수도 있었죠 668 00:57:34,840 --> 00:57:39,200 "크리스의 엄빌리컬 손상 27분 42초 후" 669 00:57:39,280 --> 00:57:42,080 "크리스의 엄빌리컬 손상 27분 45초 후" 670 00:57:49,440 --> 00:57:51,160 이제야 상황이 진전되고 있었어요 671 00:57:52,840 --> 00:57:54,440 작업 지점에 점점 가까워졌죠 672 00:57:54,520 --> 00:57:55,600 "목표까지의 거리: 106.5m" 673 00:57:58,120 --> 00:58:01,000 아드레날린이 계속 분비됐고 어서 크리스를 구하고 싶었어요 674 00:58:04,240 --> 00:58:07,120 계속 크레이그에게 물었죠 '아직도 멀었어요?' 675 00:58:09,680 --> 00:58:12,280 데이브는 빨리 가고 싶어 했어요 제가 말릴 정도였죠 676 00:58:13,120 --> 00:58:15,320 덩컨, 데이브의 엄빌리컬에 여유 주지 마 677 00:58:18,240 --> 00:58:20,280 개의 목줄과도 같아요 678 00:58:21,400 --> 00:58:23,800 제가 여유를 주지 않으면 아무 데도 못 가죠 679 00:58:29,440 --> 00:58:31,240 크레이그가 남은 거리를 알려줬어요 680 00:58:32,520 --> 00:58:34,480 '50m 후 출발' 681 00:58:38,960 --> 00:58:40,360 '30m 후 출발' 682 00:58:44,800 --> 00:58:46,120 '20m 후 출발' 683 00:58:54,640 --> 00:58:56,520 ROV의 조명이 보였어요 684 00:59:00,320 --> 00:59:01,560 크리스가 보였죠 685 00:59:13,160 --> 00:59:15,520 "목표까지의 거리: 1m" 686 00:59:15,600 --> 00:59:17,960 "목표까지의 거리: 0.5m" 687 00:59:27,160 --> 00:59:28,120 "DP - 상태 녹색" 688 00:59:28,200 --> 00:59:29,440 좋아, 데이브 이제 출발해 689 01:00:00,200 --> 01:00:02,400 그 광경을 보고 놀라진 않았어요 690 01:00:10,320 --> 01:00:12,680 매니폴드 위에 시체가 놓여 있었죠 691 01:00:32,320 --> 01:00:35,320 잠수종으로 돌아가는 게 쉽지 않을 걸 알았어요 692 01:00:35,800 --> 01:00:38,160 크리스의 몸이 아주 무거웠고 693 01:00:39,520 --> 01:00:41,160 배가 위아래로 움직였어요 694 01:00:43,280 --> 01:00:45,960 하지만 저는 지시 사항을 완수하기 위해 간 것이었죠 695 01:00:54,000 --> 01:00:56,160 '이 사람은 크리스 레몬스다' 696 01:01:01,920 --> 01:01:03,920 '미래에 살 집을 짓는 남자고' 697 01:01:09,960 --> 01:01:12,240 '약혼녀가 있는 남자다' 이런 생각은 안 했어요 698 01:01:20,680 --> 01:01:23,880 목적지까지 옮겨야만 하는 물건이라고 생각했죠 699 01:02:04,760 --> 01:02:08,640 "크리스의 엄빌리컬 손상 36분 23초 후" 700 01:02:08,720 --> 01:02:11,520 "크리스의 엄빌리컬 손상 36분 26초 후" 701 01:02:23,600 --> 01:02:25,640 크리스가 죽었다는 생각은 안 하려고 했어요 702 01:02:29,800 --> 01:02:31,160 마음속 깊은 곳에서 703 01:02:31,600 --> 01:02:33,320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704 01:02:57,480 --> 01:03:00,440 호흡을 깊게 2번 불어 넣었어요 705 01:03:06,800 --> 01:03:10,160 그저 온 힘을 다해 빌었어요 706 01:03:10,240 --> 01:03:13,760 내가 크리스를 다시 살릴 수 있기를 말이죠 707 01:03:50,440 --> 01:03:52,520 그날 일어난 일과 제가 느낀 기분을 708 01:03:53,520 --> 01:03:55,600 사람들에게 전달하기가 쉽지는 않아요 709 01:03:56,920 --> 01:03:59,880 저는 그날을 꽤 자주 되새겨 보곤 하죠 710 01:04:02,640 --> 01:04:05,280 종종 그때의 상황을 떠올리며 711 01:04:06,040 --> 01:04:09,760 그날의 기억을 재현하고 되살려 보려고 노력해요 712 01:04:09,840 --> 01:04:11,600 저도 궁금하거든요 713 01:04:14,000 --> 01:04:16,240 크리스, 줄을 연장할 순 없어 714 01:04:16,320 --> 01:04:18,120 "크리스의 엄빌리컬 손상 36분 27초 후" 715 01:04:20,800 --> 01:04:22,320 "크리스의 엄빌리컬 손상 00분 00초 후" 716 01:04:28,240 --> 01:04:30,480 아주 거친 굉음이 들렸어요 717 01:04:33,440 --> 01:04:35,200 그리고 정적이 흘렀죠 718 01:04:58,640 --> 01:05:02,480 사방이 어두워지면 머릿속이 매우 혼란스러워져요 719 01:05:10,720 --> 01:05:13,200 그렇게 까만 암흑은 태어나서 처음 겪었죠 720 01:05:20,520 --> 01:05:24,560 그때부터는 구조물을 찾아서 그 위로 올라가려고 721 01:05:24,640 --> 01:05:25,640 최선을 다했어요 722 01:05:26,600 --> 01:05:29,000 그래야 구조가 수월해질 테니까요 723 01:05:33,600 --> 01:05:35,520 하지만 내가 어디 있는지도 몰랐고 724 01:05:36,320 --> 01:05:38,120 아무것도 안 보였어요 725 01:05:42,000 --> 01:05:43,240 공황 상태에 빠졌죠 726 01:05:47,640 --> 01:05:51,040 완전히 틀린 방향으로 가게 될지도 모르는 노릇이었어요 727 01:05:53,520 --> 01:05:55,280 그렇게 미지의 영역으로 나가면 728 01:05:56,960 --> 01:05:59,080 다시는 있던 곳으로 돌아올 수 없으니까요 729 01:06:04,840 --> 01:06:07,440 하지만 결정을 내려야 했어요 가만있을 수만은 없었죠 730 01:06:09,040 --> 01:06:10,480 방향을 정해야 했어요 731 01:06:14,360 --> 01:06:16,800 그리고 운에 맡겨야 했어요 732 01:06:39,080 --> 01:06:41,200 그러다가 구조물에 맞닥뜨렸죠 733 01:06:46,000 --> 01:06:49,160 제가 올라서야 하는 지붕은 11m 위에 있었어요 734 01:07:11,920 --> 01:07:14,880 위를 보면 잠수종 조명이 보일 줄 알았죠 735 01:07:20,360 --> 01:07:21,400 아무것도 안 보였어요 736 01:07:27,320 --> 01:07:29,880 그곳엔 저밖에 없었어요 737 01:07:49,720 --> 01:07:52,200 비상용 산소통으로는 5, 6분 정도 버틸 텐데 738 01:07:53,160 --> 01:07:57,080 이 위에 올라오는 데에만 2, 3분은 썼을 터였어요 739 01:08:00,520 --> 01:08:03,400 잠수종이 제 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해도 740 01:08:03,480 --> 01:08:06,840 그 안에 들어가려면 남은 산소가 전부 필요했을 거예요 741 01:08:06,920 --> 01:08:08,280 그것도 운이 좋을 경우죠 742 01:08:08,360 --> 01:08:11,160 그렇게 침착하게 계산을 하고 나니 743 01:08:11,240 --> 01:08:13,520 내가 여기서 살 수 있는 확률은 744 01:08:14,520 --> 01:08:16,960 거의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745 01:08:28,840 --> 01:08:32,600 지금 와서 기억해보면 추위를 느끼진 않았던 것 같아요 746 01:08:37,440 --> 01:08:41,280 분명히 급속도로 추워졌을 텐데 기억이 안 나는 게 말이 안 되죠 747 01:08:52,640 --> 01:08:54,720 저는 그날의 기억을 온전히 갖고 있는 줄 알았는데 748 01:08:54,800 --> 01:08:56,480 추웠던 기억이 없는 걸 보니 749 01:08:58,560 --> 01:09:01,120 제가 의식을 잃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750 01:09:04,560 --> 01:09:06,360 어쩌면 내내 버틴 게 아니었을지도 몰라요 751 01:09:09,240 --> 01:09:11,200 어쩌면 바로 기절했을지도 모르죠 752 01:09:16,520 --> 01:09:17,520 '미안해' 753 01:09:22,040 --> 01:09:23,520 '미안해, 모래그' 754 01:09:28,120 --> 01:09:31,600 제가 죽으면 잃게 될 것들을 떠올리고 있었어요 755 01:09:34,760 --> 01:09:37,480 그 부분에 대한 기억은 명확히 남아 있죠 756 01:09:37,560 --> 01:09:39,040 나중에 모래그와 살기 위해 757 01:09:39,320 --> 01:09:42,560 갖은 노력을 들여서 반 정도 지어놓은 집을 758 01:09:42,640 --> 01:09:44,680 이제는 못 볼 거라는 생각 759 01:09:45,640 --> 01:09:46,800 그리고 또... 760 01:09:48,360 --> 01:09:49,400 그리고... 761 01:09:50,760 --> 01:09:52,320 결혼식 날에 762 01:09:53,600 --> 01:09:55,280 아내를 못 볼 거라는 생각 763 01:09:56,440 --> 01:09:57,280 그건... 764 01:10:07,120 --> 01:10:10,720 '왜 케임브리지의 어린 소년이 이 암흑 속에서 죽어가고 있지?' 765 01:10:14,040 --> 01:10:16,880 숨을 곳 하나 없이 그 순간을 오롯이 느끼고 있었어요 766 01:10:23,760 --> 01:10:25,520 '난 어떤 사람이지?' 767 01:10:26,080 --> 01:10:28,400 '난 겁이 났던 걸까? 무섭지 않은 척했던 걸까?' 768 01:10:30,080 --> 01:10:31,080 '난 침착했나?' 769 01:10:32,320 --> 01:10:33,520 확신할 수 없었어요 770 01:10:41,120 --> 01:10:44,880 제가 망쳐놓을 것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771 01:10:46,520 --> 01:10:47,840 우리의 희망과 꿈 772 01:10:49,400 --> 01:10:50,920 미래를 위해 세워둔 계획 773 01:10:53,240 --> 01:10:54,440 그 모든 게 사라질 지경이었죠 774 01:11:12,720 --> 01:11:15,160 숨 쉬는 게 점점 힘들어졌어요 775 01:11:17,720 --> 01:11:19,840 산소가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았죠 776 01:11:29,760 --> 01:11:31,920 죽음이 다가오는 게 느껴졌어요 777 01:11:37,320 --> 01:11:39,000 그리고 아무것도 없었죠 778 01:11:50,240 --> 01:11:51,480 크리스가 돌아왔어요 779 01:11:52,720 --> 01:11:53,920 크리스는 살 수 있었죠 780 01:11:55,080 --> 01:11:57,520 저는 너무 흥분했어요 781 01:11:58,680 --> 01:12:02,240 크리스가 뇌 손상을 입었는지 내가 알던 크리스가 맞는지 782 01:12:02,320 --> 01:12:06,200 말은 할 수 있을지는 몰랐지만 분명 숨을 쉬었어요, 살아 있었죠 783 01:12:07,640 --> 01:12:09,840 호흡을 거듭할수록 생기가 점점 더 돌았어요 784 01:12:13,800 --> 01:12:15,920 반짝이던 조명이 기억나요 785 01:12:17,280 --> 01:12:19,880 평소와 달라진 것들도 있었죠 786 01:12:26,840 --> 01:12:28,840 덩컨을 보니 마음이 놓였어요 787 01:12:28,920 --> 01:12:32,680 제 잠수 경력에 있어서는 아버지 같은 사람이었거든요 788 01:12:35,240 --> 01:12:38,120 친숙한 얼굴을 보니 큰 위안이 됐어요 789 01:12:48,600 --> 01:12:51,360 저는 크리스가 죽었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어요 790 01:12:52,200 --> 01:12:55,160 크리스는 사망했을 것이고 나는 시신을 수습한 거라고 791 01:12:55,240 --> 01:12:56,720 생각하던 참이었죠 792 01:12:56,800 --> 01:12:57,960 카메라가 복구됐다 793 01:12:58,920 --> 01:13:02,720 그렇게 잠수종에 들어갔는데 크리스가 앉아 있더군요 794 01:13:03,640 --> 01:13:06,600 죽은 사람처럼 보이진 않았어요 795 01:13:08,800 --> 01:13:10,360 그래서 혼란스러웠죠 796 01:13:16,040 --> 01:13:17,360 저는 이렇게 물었어요 797 01:13:17,440 --> 01:13:19,000 크리스, 괜찮아? 798 01:13:20,320 --> 01:13:21,320 크리스는 괜찮다고 했죠 799 01:13:24,840 --> 01:13:26,360 괜찮아 보였어요 800 01:13:30,440 --> 01:13:32,000 놀라운 순간이었죠 801 01:13:38,000 --> 01:13:39,560 많은 이들이 안심했고요 802 01:13:43,080 --> 01:13:44,600 크리스에게도 잘된 일이었지만 803 01:13:48,840 --> 01:13:51,200 우리들에게도 잘된 일이었죠 804 01:13:52,320 --> 01:13:55,280 잠수 사고에 엮일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으니까요 805 01:13:59,640 --> 01:14:02,800 저는 그때 크리스에게 살짝 화까지 났어요 806 01:14:03,560 --> 01:14:05,240 그런 기분 있잖아요 807 01:14:05,320 --> 01:14:08,280 아이가 부모 말을 안 듣고 어딘가로 가는 바람에 808 01:14:08,360 --> 01:14:11,120 미친 듯이 찾아 헤매는데 결국 아이를 찾았을 때 809 01:14:11,560 --> 01:14:14,560 안도감이 들면서도 약간 화가 나는 그런 기분요 810 01:14:18,920 --> 01:14:20,760 왜냐면 저는 크리스 때문에 811 01:14:24,040 --> 01:14:25,200 충격적인 경험을 했으니까요 812 01:14:45,280 --> 01:14:46,840 잠수종 해수면 도착 813 01:14:59,200 --> 01:15:01,160 샤워를 하러 가고 나서야 814 01:15:01,240 --> 01:15:03,560 내가 얼마나 힘을 썼는지 알겠더군요 815 01:15:03,640 --> 01:15:06,160 머리를 감으려고 하는데 816 01:15:07,040 --> 01:15:09,880 손에서 경련이 일어나면서 817 01:15:09,960 --> 01:15:12,520 짐승의 발톱이 된 것처럼 손가락을 움직일 수 없었거든요 818 01:15:12,960 --> 01:15:16,080 그때 생각했어요 '오늘 열심히 일했구나' 819 01:15:18,680 --> 01:15:20,080 아래 문으로 하차 바람 820 01:15:21,880 --> 01:15:25,360 좋아, 데이브, 이따 얘기하자 오늘 수고했어 821 01:15:25,440 --> 01:15:27,000 - 네 - 그래 822 01:15:27,360 --> 01:15:32,560 그날 잠수종에서 저와 데이브가 해낸 일이 823 01:15:33,000 --> 01:15:35,400 너무나도 뿌듯했어요 824 01:15:36,280 --> 01:15:37,320 하차 중 825 01:15:41,080 --> 01:15:43,920 저는 맡은 임무를 완수했고 그거면 충분했어요 826 01:15:44,000 --> 01:15:47,120 잠수부들도 임무를 완수했고 함교 선원도 임무를 완수했죠 827 01:15:47,200 --> 01:15:48,440 모두가 할 일을 했으니 828 01:15:48,520 --> 01:15:50,360 딱히 칭찬할 일도 아니었어요 829 01:15:51,040 --> 01:15:53,160 그날 돈을 받은 만큼 일을 한 거였으니까요 830 01:15:57,400 --> 01:15:58,760 마지막 잠수부 하차 831 01:16:05,680 --> 01:16:07,840 데이브와 덩컨의 임무는 거기까지였어요 832 01:16:09,280 --> 01:16:12,960 그 후로 크리스를 돌보는 건 우리의 임무였죠 833 01:16:14,720 --> 01:16:18,840 최악의 상황을 면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어요 834 01:16:19,520 --> 01:16:22,760 이제 크리스의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835 01:16:23,200 --> 01:16:25,720 머리만 따뜻하게 해주면 계속 작업할 수 있다는 게 836 01:16:26,080 --> 01:16:28,520 제게는 정말 놀라운 일이었죠 837 01:16:34,640 --> 01:16:38,440 그날 상황이 진정되고 크리스의 상태를 확인했는데 838 01:16:38,520 --> 01:16:43,640 그때 크리스는 자지는 않고 편히 쉬는 상태였어요 839 01:16:44,520 --> 01:16:45,520 그리고... 840 01:16:46,040 --> 01:16:47,600 그때가 유일하게... 841 01:16:58,040 --> 01:17:00,240 다시 얘기할게요, 죄송해요 842 01:17:00,760 --> 01:17:01,600 네 843 01:17:03,280 --> 01:17:04,120 네 844 01:17:05,960 --> 01:17:10,440 가장 진지한 기분이 들었던 순간이 있었어요 845 01:17:11,600 --> 01:17:14,400 크리스의 맥박을 재던 중이었는데 846 01:17:17,480 --> 01:17:20,640 저를 보며 말하더군요 '스튜, 괜찮아요' 847 01:17:21,960 --> 01:17:24,320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네, 크리스는 괜찮을 거예요' 848 01:17:24,400 --> 01:17:28,840 '아뇨, 그게 아니고 그때 저는 잠드는 기분이었어요' 849 01:17:28,920 --> 01:17:31,600 '잠깐 동안은 속상했고' 850 01:17:32,000 --> 01:17:34,520 '춥고 무감각했지만 마치 잠드는 기분이었어요' 851 01:17:34,600 --> 01:17:35,560 '그리 나쁘지 않았어요' 852 01:17:41,360 --> 01:17:45,440 그때가 유일하게 제 감정이 복받치던 순간이었어요 853 01:17:45,520 --> 01:17:49,000 그 순간에 강하게 느껴졌어요 854 01:17:49,480 --> 01:17:50,760 크리스는... 855 01:17:58,720 --> 01:18:00,400 죽음을 받아들였다는 걸요 856 01:18:02,320 --> 01:18:05,760 죽어도 괜찮은 거라고 제게 말하고 있었던 거예요 857 01:18:05,840 --> 01:18:07,320 그 말이... 858 01:18:07,800 --> 01:18:09,240 제게는 무척 와닿았죠 859 01:18:46,480 --> 01:18:49,080 어떻게 생존했느냐고요? 그건 매우 좋은 질문이에요 860 01:18:49,800 --> 01:18:52,120 아마 영영 모를 것 같아요 861 01:18:56,760 --> 01:18:59,280 가장 그럴싸하다고 생각하는 건 체온이 낮아져서 862 01:18:59,360 --> 01:19:01,840 신체 작용이 느려지는 바람에 최소한의 산소로도 863 01:19:01,920 --> 01:19:05,080 오랫동안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에요 864 01:19:10,320 --> 01:19:13,520 그리고 또 그럴싸한 건 비상용 산소통에 있는 865 01:19:13,600 --> 01:19:17,040 고농도 산소 덕분에 866 01:19:18,320 --> 01:19:22,200 제 몸 안의 조직들이 포화 상태에 다다랐고 867 01:19:22,720 --> 01:19:27,240 그 덕에 산소가 부족할 때도 장기가 계속 작동했다는 거죠 868 01:19:27,680 --> 01:19:29,720 다 가설에 불과해요 869 01:19:29,800 --> 01:19:32,960 누가 명쾌한 답을 내주기를 저도 기다리고 있어요 870 01:19:33,040 --> 01:19:34,480 평생 못 알아낼 것 같네요 871 01:19:44,240 --> 01:19:46,760 모두가 받기 싫어하는 그 전화를 받았어요 872 01:19:48,400 --> 01:19:49,920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죠 873 01:19:52,360 --> 01:19:54,280 계속 상상하게 되더라고요 874 01:19:55,040 --> 01:19:58,360 그 깊은 곳에 무력하게 누워 있는 모습을요 875 01:19:59,440 --> 01:20:01,720 그런 끔찍한 일이 876 01:20:02,720 --> 01:20:05,440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일어날 때면 877 01:20:06,400 --> 01:20:08,480 그 상상을 떨칠 수가 없어요 878 01:20:15,360 --> 01:20:19,200 크리스가 전화로 자기는 괜찮다고 말해주는 거로는 부족했어요 879 01:20:19,280 --> 01:20:22,320 직접 만나서 만져봐야만 했죠 880 01:20:34,440 --> 01:20:35,880 우리는 괜찮을 거고 881 01:20:35,960 --> 01:20:38,640 품었던 희망과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882 01:20:39,320 --> 01:20:40,720 이제 함께 살아갈 수 있었죠 883 01:20:57,760 --> 01:21:00,120 아마 이 얘기를 싫어하는 한 사람이 있을 거예요 884 01:21:00,640 --> 01:21:03,880 저와 입을 맞췄던 두 남자 중 한 분 말이죠 885 01:21:18,720 --> 01:21:23,040 "사고로부터 3주 후" 886 01:21:31,000 --> 01:21:35,120 "크리스, 데이브, 덩컨은 북해 해저로 복귀했다" 887 01:21:39,240 --> 01:21:41,520 잠수부 2호, 깊이 91m 도달 888 01:21:44,240 --> 01:21:46,880 크리스, 이번엔 사고 치지 마 889 01:21:47,760 --> 01:21:48,880 알았다 890 01:25:35,960 --> 01:25:37,960 자막: 윤다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