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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동 불편한 중증 장애인·독거노인 등
약자에게 더욱 가혹..두려움 계속
[한겨레]
게티이미지
24일 케이티(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로 사흘째 이어진 ‘디지털 재난’은 장애인·독거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 유독 가혹했다. 당장 거동이 불편한 중증 장애인의 손발이 묶였고, 전화기 하나에 의지해서 사는 독거노인들은 정작 ‘통신 장애’가 일어난 줄도 모른 채 고립됐다. 세상과 연결되는 유일한 통로가 끊기자 이들은 ‘투명인간’이나 마찬가지였다.
“외부로 가는 길이 모두 두절됐었다. 당황한 마음에 119를 눌러봤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나는 완전히 고립된 상태였다.”
지체장애 2급인 이용석 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정책실장은 케이티 화재로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이씨는 전화, 인터넷, 아이피티브이 모두 케이티에 가입한 상태였다. 이씨는 25일 오후 5시께 인터넷이 다시 연결되고서야 화재가 났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 이씨는 “연락이 끊겨 이동할 생각 자체를 못했다”며 “바깥세상과 완벽하게 고립됐다는 사실이 가장 두려웠다”고 말했다. 이씨는 “인터넷만이라도 에스케이(SK)로 바꿀 생각이다. 인터넷이라도 된다면 그나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에스엔에스(SNS)에 어려움을 호소한 장애인도 있었다. 자신을 희귀난치성 질환과 중증장애 등을 겪고 있다고 소개한 한 장애인은 25일 밤 8시께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저는 케이티 화재로 통신이 단절돼 고립돼 있는 장애인입니다. 병원 예약도 할 수 없고, 장애인 콜택시도 이용할 수 없고, 응급상황이 생겨도 외부로 연락할 수단이 없어졌습니다”라고 호소했다.
26일 <한겨레>가 취재한 장애인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장애인들은 평일보다 휴일에 장애인용 콜택시나 목욕 서비스 등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마침 토요일 오전에 화재로 인해 통신망이 끊기면서 장애인들의 불편이 커졌을 것으로 보이는 배경이다. 이러한 불편은 케이티 이외의 통신망을 사용하는 장애인들에게도 발생했다. 콜택시 기사들이 케이티를 사용한 탓에 연락이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지체 장애인 오상만(54)씨는 24일 오전 10시께 마포구 공덕동 직장으로 가기 위해 에스케이에 가입된 휴대전화로 장애인 콜택시를 불렀다. 콜택시는 하루에도 한두 번씩 이용하는 주요 이동수단이다. 오씨는 낮 12시에 콜센터에서 ‘배차’ 통보를 받고 오후 1시께 집 앞에서 차량을 기다렸지만 오지 않자 기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기사는 계속 전화를 받지 않았다. 오씨가 뒤늦게 콜센터에 다시 연락해서야 기사가 케이티를 이용하는 탓에 연락이 어렵다는 답을 받았다. 차량 내비게이션 역시 케이티 통신망을 쓰는 탓에 기사는 오씨의 집을 정확히 찾지 못했다. 오씨는 3시간을 기다렸지만 끝내 기사와 만나지 못했고 결국 지하철을 타고 직장으로 이동했다. 평소 휠체어를 타고 활동보조인과 함께 움직이는 오씨는 “그날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았나. 활동보조인한테는 더욱 어렵고 위험한 상황이라 끝까지 콜택시를 기다린 것”이라며 “내가 만약 케이티를 이용했다면 위급한 상황이 닥쳐도 비상연락조차 못 했을 것이다. 이번 화재로 인해 (케이티 이용 여부를 떠나) 많은 장애인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반드시 개선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복지관 등 관련 지원 단체도 전화가 끊기면서 곤란을 겪었다. 서대문장애인종합복지관은 26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24일 오전 10시부터 유선전화, 내선전화, 내부 서버가 모두 멈췄다. 월요일인 26일에도 내선전화와 내부 서버는 되는데 유선전화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복지관 설명을 들어보면, 평소 유선전화로 하루 200~300통씩 장애인 셔틀버스 이용 등에 대한 상담·문의가 들어오는데 이 통로가 ‘먹통’이 되어버린 셈이다. 중증 장애인들의 독립적인 삶을 지원하는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도 “(회원들로부터) 불편사항이 들어온 건 없다”면서도 “사무실 전화가 케이티라 어차피 연락을 못 받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개미마을’에 혼자 사는 전아무개(75)씨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목록. 화재가 난 24일에는 재난문자가 오지 않았고 25일 사과문자만 받았다고 전씨는 전했다. 사진 장예지 기자
■독거노인들도 ‘통신 암흑’에서 소외된 채 방치돼
손발이 묶인 장애인들과는 달리 독거노인들은 ‘통신 장애’가 일어난 줄도 모른 채 하염없이 전화를 기다린 경우가 많았다. 고령에 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아 주말 동안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을 수도 있었던 셈이다.
서대문구 홍제동 ‘개미 마을’에 홀로 사는 백아무개(79)씨는 인터넷도, 집 전화도 쓰지 않는다. 케이티에 가입된 휴대전화가 유일한 연락수단이다. 백씨는 화재가 발생한 지 5시간이 지난 24일 오후 4시께에야 ‘재난 안전 문자’를 받았다. 휴대전화는 25일 오전까지 먹통이었다. 백씨는 전화가 되자마자 따로 사는 큰아들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나는 잘 있다”고 알렸다. 자식이 걱정할까 봐 마음을 졸이던 터였다.
같은 마을에 사는 전아무개(85)씨의 경우 케이티에 가입된 집 전화가 유일한 연락수단이었다. 글을 읽지 못하는 전씨가 먼저 전화를 걸 수 있는 사람은 경기도에 사는 아들 부부뿐이다. 그런데 이들은 마침 토요일 오전에 지방에 볼일을 보러 내려가면서 일요일까지 화재 사실을 알지 못했고, 일요일 밤 9시가 넘어서야 전씨와 연락이 닿아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아들 부부는 26일 오후 급한 마음에 전씨에게 폴더폰을 장만해드렸는데 ‘가족 묶음 할인’을 받기 위해 케이티에서 개통하곤 그 뒤에야 “아차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한겨레>에 전했다.
이처럼 전화 연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독거노인을 관리하는 생활관리사들도 바빠졌다. 생활관리사 49명을 두고 마포구에 사는 독거노인 1037명을 관리하는 마포어르신돌봄통합센터는 26일 오전 9시부터 독거노인들에게 전화를 돌려 안부를 묻고 연락이 되지 않는 가구는 오후에 직접 방문해 확인하기로 했다. 서대문구노인종합복지관 역시 직접 방문을 통해 확인키로 했다. 하지만 이는 관리대상에 포함된 독거노인들에만 해당하는 것으로, 실제로는 더 많은 독거노인들이 불편을 겪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유진 장예지 기자·24시팀 종합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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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독거노인.. 이번 KT 아현지사의 화재로 많은 불편이 발생했는데.. 만약 이에대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다면 또다시 이런 대란이 발생하면 다시금 혼란은 반복되겠죠..
더욱이 도움이 많이 필요한 분들입니다. 다신 이런일이 다시 발생하더라도 그분들의 도움제공에 제약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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