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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에 찌면 1회용 마스크 재사용 가능" 충북대 약대 교수 해외학술논문 분석해 손쉬운 재사용법 공개

by 체커 2020.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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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찜통에 찌는 방법으로 1회용 마스크를 재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기존에 해외에서 1회용 마스크 재사용에 대해 연구한 학술논문 내용들을 분석한 내용으로 시민들의 마스크 사용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충북대 약대 박일영 교수는 지난 10일 과학인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브릭(BRIC·생물학연구정보센터) 등에 올린 ‘코로나-19 방어용 마스크를 안전하게 재사용하기 위한 살균방법에 관한 고찰’이라는 글에서 찜통에 마스크를 찌면 미세입자 차단능력에는 변화가 없이 살균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박 교수는 “2009년 신종플루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미국에도 일회용 마스크의 부족 사태가 발생하면서, 미국 산업안전보건원(NIOSH), 국방부 등의 지원으로 미국 연구자들이 일회용 마스크의 재사용을 위한 살균처리 방법을 찾고자 수행한 연구들이 있다”며 “그중 몇 가지 연구들과 그 결과를 되짚어 보면서 우리나라 가정에서 어렵지 않게 적용할 수 있을 마스크 재사용을 위한 소독법을 고민해 보고자 한다”고 글의 취지를 소개했다.

 

박 교수는 일회용 마스크를 재사용해도 되는지에 대한 논의에 대해서는 “WHO(세계보건기구)가 일회용 마스크를 재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미국이나 유럽 쪽의 문화는 사람의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에 친숙하지 않으며, 의료진이나 환자의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WHO의 권고는 일반인이 아닌, 병원의 의료진과 환자 또는 이들을 접촉해야 하는, 감염의 위험이 높은 사람들의 마스크 사용에 해당하는 권고임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마스크를 구하기가 어려워지다 보니 여러 가지 재사용에 관한 아이디어가 인터넷에 등장했다”며 일회용 마스크의 재사용을 고려할 때 해결되어야 하는 점에 대해 지적했다. 마스크 재사용을 위해서는 “사용한 마스크에 혹시 부착되어 있을지 모르는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살균하는 것”과 “재사용 처리한 마스크의 미세입자 차단능력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참고문헌들을 분석한 결과 KF80, KF94와 일회용 마스크 모두 100도 가까이 뜨거운 찜기에 20분 정도 쪄낸 후 빨래를 말리듯 말리면 2~3회 정도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제대로 살균을 하려면 자외선 살균기가 필요하지만 일반 가정에서 이런 장비를 갖출 수 없기 때문에 가정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 것이다. 박 교수는 “수증기 저온 살균에 대해 실험한 미국 연구진 논문에 따르면 섭씨 60도, 80%의 습도 공간에 마스크를 30분간 처리 후 건조하는 과정을 3회 반복한 후에, 마스크의 미세입자 차단효율이 처리하지 않은 마스크에 비해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실험 결과를 소개했다. 또 섭씨 65도의 물탱크 위의 포화 수증기 공간에 마스크를 20분간 처리한 결과, 마스크에 부착시킨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효과적으로 살균되었으며, 미세입자 차단능력도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실험 결과도 언급했다.

박 교수는 이런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일반 가정에서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이른바 찜통을 이용한 수증기 살균을 생각해 보았다”며 “60도에서 30분이면 변성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돌기 단백질은 섭씨 100도의 찜통의 수증기로는 20분이면 충분히 변성되어, 감염력을 잃을 것이라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필자가 간단히 테스트한 KF80 마스크와 두 종류의 수술용 마스크들은 100도의 수증기에 20분간 노출하였을 때 아무런 외적 변형을 발견할 수 없었다”며 “이 결과와 위의 연구자들의 결과를 참고할 때 섭씨 100도의 찜통의 수증기로 약 20분간 살균하고 자연 건조시키는 경우에도 마스크의 미세입자 차단 효율은 그다지 손상되지 않으리라 생각된다”고 밝혔다.

다만 박 교수는 제조회사에 따라서 100도의 온도에 변형되는 재료를 부분적으로 사용한 마스크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개별가정에서는 보유하고 있는 마스크를 한 장만 먼저 찜통이나 깊은 냄비로 테스트 해보기를 권장했다. 또 찜통이나 깊은 냄비의 수증기로 살균하는 방법을 이용하면 혹시 마스크에 묻어 있을 바이러스에의 노출도 최소한으로 억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내용도 소개했다. 사용한 마스크를 잘 보관해 두었다가 물이 끓고 있는 찜통 안의 망 위에 그냥 던져 넣었다가 뚜껑을 덮고 20분 후에 불을 끄고 꺼내어 털고 자연건조 시키면 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찜기에서 찌는 동안 마스크에 수분이 흡수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KF 방역마스크의 규격 기준도 섭씨 38도의 온도와 85%의 상대습도에서 24시간 방치한 후에도 미세입자 차단능력의 변화가 없음을 확인하도록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마스크를 가열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2003년 유행했던 사스(SARS)의 원인 바이러스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살균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열에 대한 저항성은 아직 보고되지 않았지만, 단백질의 상동성으로 추론할 때 SARS 바이러스와 거의 비슷할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박 교수는 인터넷에 퍼져있는 기존 마스크 살균법들에 대해서는 대체로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에탄올 소독법에 대해서는 “70% 소독용 에탄올은 소독효과는 있겠지만 30%에 해당하는 물이 알코올의 도움으로 정전필터에 젖어 들어가기 때문에 정전필터의 기능을 일어버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손 소독제에 대해서는 “에탄올과 물 이외에 글리세린이나 다른 점착성 물질이 섞여 있어서 이들은 증발하지 않고 남아있어 자칫 다른 세균들의 영양원이 될 수도 있어서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스팀 다리미를 이용한 살균법에 대해서는 “몇 초간의 스팀 노출에 바이러스가 모두 살균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고, 바이러스가 채 살아있는 채로 스팀의 압력에 잘못 비산할 수 있는 위험도 있어 권하고 싶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강한 햇빛의 직사 자외선은 살균 능력이 있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햇빛이 그리 강하지 않은 시기”라며 “베란다의 유리창은 자외선을 상당량 차단하므로 가정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햇빛에 의해서는 안심할 정도로 살균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교수는 또 방역용 마스크 이외의 마스크도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역 마스크는 “질병과의 전투에서 최전방에 서있는 의료인들과 행정 인력들에게 우선적으로 지급되어야 한다”며 “예방 목적의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방역 마스크가 아니라도 충분히 나를 보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역 마스크 뿐 아니라 수술용 마스크나 치과용 마스크도, 내 호흡기를 통해 들어오거나 나가는 바이러스를 다량 포함한 비말은 모두 다 거를 수 있으며, 에어로졸도 상당량 차단할 수 있으며 면 마스크도 적어도 비말은 거른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마스크 재사용을 권장하는 것이 아니라 부득이하게 마스크를 재사용해야할 경우를 위해 쓴 글임을 밝혔다. 그는 “이 글의 목적이 새 마스크가 여유롭게 있는데도 마스크를 재사용하자는 것은 아니다”라며 “마스크를 재사용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우리 가정에서 쉽게 해오던 ‘찜’과 똑같은 방식으로 찜통에 마스크를 20분간 소독한다면 살균이 가능하고, 마스크의 미세입자 차단 능력도 크게 손상되지 않을 수 있음을 제안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의 원문은 충북대 약대 홈페이지(https://pharm.chungbuk.ac.kr/app/index.html?mod=view&pg_idx=21&pidx=2905&page=1), 브릭 게시판(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isori&id=107532&Page&FindIt&FindText&fbclid=IwAR0hckbYAS7KNRlr5ETenjP4CLHF-EWzfa_0V-21m6pN8PyZKcXMhhRM7Rk) 등에서 볼 수 있다.


코로나-19 방어용 마스크를 안전하게 재사용하기 위한 살균방법에 관한 고찰

1. 마스크의 구조와 미세입자 차단의 원리

현재 일반인에게 권장되는 마스크는 0.6 마이크로미터 (1 마이크로미터는 1/1000 밀리미터) 크기의 입자를 약 80% 차단하는 효과를 보이는 KF80 등급 마스크이다. 작은 입자를 거르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 작은 크기의 구멍을 가지고 있는 거름망을 사용하면 된다. 그러나 구멍이 작으면 통과할 수 있는 공기량도 작아서 0.6 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구멍을 가진 거름망으로 마스크를 만들면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다. 그래서 비교적 공기가 원활하게 통과하는 크기의 틈새를 가진 재료를 사용해야 하는데, 마스크의 필터로 사용되는 부직포는 가늘게 뽑은 플라스틱 재료의 섬유들을 얼기설기하게 겹쳐서 엉겨 붙인 것으로서 이불솜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다. 부직포의 엉긴 섬유 구조가 공기의 흐름을 방해하고 난류(turbulent flow)를 일으켜서 섞여 들어온 입자들이 섬유에 이리저리 부딪히게 됨으로서 미세입자의 제거를 돕는다.

하지만 이렇게 만든 부직포의 평균 구멍크기(틈새)는 약 6~10 마이크로미터 정도인데 (아래 참고문헌 1), 이 틈새로 공기가 지나간다면 틈새보다 작은 입자는 걸러지지 않고 그냥 통과할 것이다. 이 틈새보다 작은 입자들을 거르기 위해서 1995년 이후 마스크에도 정전기에 의한 집진 원리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참고 2). 고압의 직류전극 사이에 부직포를 통과시키면 방전된 이온에 의해 섬유에 전하가 부착되는데, 부직포 섬유의 재료인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 PP) 등은 플라스틱이며 절연체라서 부착된 전하가 쉽게 이동하거나 도망가지 못한다. 인조섬유로 된 옷을 벗을 때 타닥거리고 튀는 정전기도 섬유가 절연체라서 마찰전하가 도망가지 못하고 섬유에 부착되어 있었기 때문인데, 이 정전기에 의한 스파크는 전하량이 작을 뿐이지 전압은 수천 볼트에 이른다. 섬유에 부착된 전하에 의해 유도된 약 수백~천 볼트의 전기장(참고 3)은 호흡하는 공기에 섞여 들어온 입자, 특히 극성 입자들을 끌어당겨 부직포의 섬유에 흡착시킨다. 스티로폼을 칼로 자르다 보면 작은 스티로폼 조각들이 옷에 후드득 달라붙어 털어도 쉽게 떨어지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로 보면 된다. 일회용 마스크는 보통 여러 층으로 되어 있는데, 그 중 이렇게 정전하가 입혀진 부직포 층을 정전필터(electret filter)라고 한다.

2. 어떤 마스크를 언제 사용할 것인가?

기침을 하면 다양한 크기 침방울이 나온다. 기침과 재채기가 다르고, 사람마다 호기를 밀어내는 힘과 양이 다르기 때문에 연구진에 따라 이견은 있지만, 한 연구보고에 의하면 사람이 기침을 할 때 분무되어 나오는 물방울들의 평균크기는 0.62~15.9 마이크로미터 (최빈값은 8.35) 범위의 분포를 보인다고 보고하고 있다 (참고 4).

비말감염(droplet infection)과 공기감염(airborne infection)은 감염원(기도 삼출액의 분무 물방울)의 크기를 기준으로 나누는데, 직경 5 마이크로미터 보다 큰 분무방울(이하 비말로 지칭)로 감염되는 경우 비말감염으로 분류하고, 5 마이크로미터 보다 작은 분무방울(이하 에어로졸로 지칭)로도 감염되는 경우를 공기감염으로 분류한다 (참고 5). 비말은 무거워서 멀리가지 못하고 환자 주위(실내공기 중에서 주변 약 2 m 이내)에 가라앉게 되어 주로 근거리 밀접접촉 감염을 일으키지만, 에어로졸은 공기 중에 부유하여 멀리 떠 갈 수 있어 근거리는 물론, 원거리 비접촉 감염을 일으킬 수 있어 더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질환은 일반적으로 비말감염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오염된 공간에 오랜 시간 노출되거나 해야 하는 등의 상황에서는 에어로졸에 의한 공기감염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한다.

마스크가 바이러스 크기의 입자를 거를 수 있어야 감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에서 오는 걱정이겠지만, 마스크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 중의 하나는, KF80 또는 KF94의 방역 마스크는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수술용 마스크나 면 마스크는 바이러스에는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인식일 것이다. 실제 코로나 바이러스 입자의 크기는 약 0.12~0.15 마이크로미터이다. 따라서 0.6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입자를 약 80% 거르는 KF80은 물론, 94%를 거르는 KF94 마스크라도, 코로나 바이러스 입자는 걸러낼 수 없다. 그런데도 이런 마스크가 감염을 차단하는 효과를 가지는 이유는, 마스크로 걸러내는 것은 바이러스 입자 자체가 아니라 바이러스 입자가 포함된 ‘비말’이나 ‘에어로졸’이기 때문이다.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해서 감염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숫자 이상의 바이러스 입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감염의 정설이다. 사람에게는 왠만한 침입자를 스스로 막아낼 수 있는 선천성 면역(innate immunity)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바이러스 역시 인체의 여러 세포 중 자신이 결합할 수 있는 특정세포와 접촉되어야만 침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느 감염자의 기도 삼출액(가래나 침)에 일정 농도의 바이러스 입자가 들어있다고 가정하자. 이 기도 삼출액이 분무되어 큰 물방울과 작은 물방울로 분산될 때, 바이러스 입자가 각 물방울에 포함될 확률, 또는 포함될 수 있는 바이러스의 수는 물방울의 크기에 따라 완전히 다르다. 물방울의 직경이 10배 커질 때 부피는 1000배로 증가하므로, 어느 감염자로부터 방출된 직경 0.6 마이크로미터의 ‘에어로졸’ 하나에 1개의 확률로 바이러스 입자가 들어있을 경우, 동일한 감염자로부터 방출된 직경 6 마이크로미터의 ‘비말’ 하나에는 1000개의 바이러스 입자가 들어있게 될 것이다. 오염된 환경에 오랜 시간 노출되어 에어로졸이, 예를 들어, 1000개가 내 몸에 들어온다면, 비말 하나가 내 몸에 들어오는 것과 비슷한 위험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따라서 ‘에어로졸’보다 ‘비말’을 막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오염된 공간에 오랜 동안 노출되거나 해야 하는 등의 상황에서는 에어로졸도 차단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KF80, KF94, N95 등의 방역용 마스크가 필요하다. 그런데 수술용 마스크(surgical mask)도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포함된 3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에어로졸을 99.9% 막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듯하다 (참고 6). 당연한 일이지만, 그래야 수술실에서 의료진의 호흡에 혹시 섞여 나올지 모르는 세균이 환자의 열려 있는 수술 부위에 침입하거나, 환자가 보유하고 있을지 모르는 감염원이 의료진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 것 아닌가? 방역용 마스크로 가능하면 작은 크기의 에어로졸까지 막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수술용 마스크로도 ‘비말’ 뿐만 아니라 ‘에어로졸’도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으므로, 오염이 분명한 상황에 노출되는 일이 아닌 경우에는, 수술용 마스크로도 비말감염을 차단하는 효과를 충분히 기대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안경을 쓰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면 안경에 김이 자주 서리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사실 방역용 마스크도 집진필터를 통과하지 않고 직접 코로 들고나는 ‘누설’이 있을 뿐더러 (가장 고급의 KF99 방역마스크도 5% 이하의 누설률이 허용된다), 0.6 마이크로미터 보다 작은 에어로졸은 제대로 차단하지 못한다. 이론적으로는 0.5 마이크로미터의 구형 에어로졸 하나에 0.15 마이크로미터의 코로나 바이러스 입자는 최대 15개까지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3. 마스크 부족 사태와 일회용 마스크의 재사용 가능성을 타진한 연구 결과들

호흡기 전염병인 코로나의 전염을 막는데 마스크는 중요하다. 그러나 마스크는 상시 사용품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국민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을 수량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는 어느 국가에도 갖추어져 있지 않다. 국내 생산량이 모자라면 수입으로 보충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지금은 세계 각국의 사정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오천만의 인구에 하루 천 삼백만개의 마스크 공급량으로는, 아무리 보급이 원활해도 국민 개개인에게는 며칠에 한 개 밖에 배당되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또한 세계의 감염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이 사정은 당분간 달라지지 않을 듯하다.

WHO가 일회용 마스크를 재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 쪽의 문화는 사람의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에 친숙하지 않으며, 의료진이나 환자의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WHO의 권고는 일반인이 아닌, 병원의 의료진과 환자 또는 이들을 접촉해야 하는, 감염의 위험이 높은 사람들의 마스크 사용에 해당하는 권고임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마스크를 구하기가 어려워지다 보니 여러 가지 재사용에 관한 아이디어가 인터넷에 등장했다. 일회용 마스크의 재사용을 고려할 때 해결되어야 하는 점은, 1) 사용한 마스크에 혹시 부착되어 있을지 모르는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살균하는 것과 2) 재사용 처리한 마스크의 미세입자 차단능력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일 것이다. (‘바이러스의 감염력을 없애는 것’을 편의상 이 글에서는 ‘살균’으로 표현한다.)

2009년 신종플루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미국에도 일회용 마스크의 부족 사태가 발생하면서, 미국 산업안전보건원(NIOSH, National Institute for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국방부(Department of Defense) 등의 지원으로 미국의 연구자들이 일회용 마스크의 재사용을 위한 살균처리 방법을 찾고자 수행한 연구들이 있다. 그중 몇 가지 연구들과 그 결과를 되짚어 보면서, 우리나라 가정에서 어렵지 않게 적용할 수 있을 마스크 재사용을 위한 소독법을 고민해 보고자 한다.

2009년 Viscusi 등은 N95 보건용 마스크를 자외선 살균, 에틸렌옥사이드 살균, 과산화수소 기체 살균, 전자렌지(microwave) 살균, 염소계 산화제 살균의 5가지 방법으로 처리할 때의 미세입자 차단능력의 저하 여부를 연구하여 보고하였고 (참고 7), 2010년 Bergman 등은 위의 결과를 참고하여 반복 처리의 효과를 보고자 자외선, 에틸렌옥사이드, 과산화수소 액체, 과산화수소 플라즈마, 과산화수소 증기, 전자렌지와 물을 이용, 염소계 산화제, 수증기 저온 살균(pasteurization)의 방법을 3회 반복한 후에도 미세입자 차단 능력이 계속 유지되는지를 분석하였다 (참고 2). 한편 2011년 Fisher등은 미국의 가정에서 유아 젖병의 살균방법으로 이용되는 ‘microwave steam bag'에 넣어 전자렌지로 처리할 때의 바이러스의 살균 효과와 미세입자 차단능력의 변화 여부를 관찰하였고 (참고 8), Lore등은 자외선, 전자렌지와 물, 수증기 저온 살균의 3가지 방법으로 살균할 때 각각의 방법에서 마스크에 부착시킨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정말로 살균되면서 미세먼지 차단능력은 유지되는지를 실험하였다 (참고 9),
 
이 글의 목적은 우리나라 일반 가정에서 어렵지 않고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는 적당한 살균 방법을 찾아보는 것인데, 필자의 판단으로는, 위의 연구자들이 시도한 여러 방법들을 우리나라 가정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일반 가정들은 마스크에 적용할 만한 자외선 살균기를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자외선 살균 방법은 논외로 할 수 밖에 없으며, 또한 에틸렌옥사이드, 과산화수소, 염소계 산화제 등의 화학 약품에 의한 살균 역시, 일반 가정에서 할 수 있을 만큼 안전한 방법이 아니며 살균성 유해물의 잔유물이 남아 있을 수 있어서 논외로 한다. 남은 두 방법인 전자렌지 가열과 수증기 저온 살균에 대해서 과학적 타당성과 논문에서의 실제 실험 결과를 비교 검토해 본다.

4. 코로나-19 원인 바이러스의 열 저항성, 마스크 정전필터의 안정성과 그에 따른 재사용 목적 살균 방법의 적정성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코로나-19의 원인 바이러스는 SARS-CoV-2로 명명되어 있다. 현재 이 바이러스의 특성이 완전히 파악되지는 않았지만, 유전자의 서열, 단백질의 상동성(homology) 등으로 비교할 때, 이 바이러스는 2003년 유행한 SARS의 원인 바이러스와 매우 유사하다고 보고되어 있다 (참고 10). 코로나 바이러스는 바이러스의 돌기(spike)가 숙주세포의 노출된 특정 단백질에 결합되어야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이 돌기는 단백질이어서 열이나 에탄올 등에 의해 변성되면 숙주세포에 결합하지 못하게 되어 감염력을 잃는다. SARS의 원인 바이러스는 열에 약하여 섭씨 60도에 30분간 노출되면 살균된다고 보고되어 있다 (참고 11).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열에 대한 저항성은 아직 보고되지 않았지만, 단백질의 상동성으로 추론할 때 SARS 바이러스와 거의 비슷할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한편 마스크의 미세입자 차단의 핵심 영역인 정전필터의 재질은 대부분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 PP)이다. 폴리프로필렌은 열가소성 플라스틱이지만 비교적 열에 강하여 (녹는점 섭씨 130~171도) 물 속에 넣어 끓이거나 전자렌지의 전자파 가열에도 변형되지 않고 안정하여 ‘햇반’의 용기로 사용되는 물질이기도 하다. 폴리프로필렌은 전자렌지의 전자파에 반응하지 않고 전자파를 그대로 통과시키기 (전자파에 투명) 때문에 가열되지 않으며, 또한 소수성이어서 물에 젖지 않는다. 표면이 깨끗한 폴리프로필렌 필름 위에 물을 떨어뜨리면 물이 젖어들지 못하고 방울방울 구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스크를 착용하면 내쉬는 호기 중의 습기에 계속 접촉되기 때문에, 마스크의 미세입자 차단능력이 고농도의 습기에 손실되지 않아야 하므로 마스크의 재료로 습기에 젖어들지 않는 소수성 물질을 사용하는 것이다. KF 방역마스크의 규격 기준도 섭씨 38도의 온도와 85%의 상대습도에서 24시간 방치한 후에도 미세입자 차단능력의 변화가 없음을 확인하도록 되어 있다 (참고 12).

정전필터의 섬유에 실린 전하는 몇 년간 유효하다. 도체와 접촉하면 접촉점의 전하는 잃지만 접촉되지 않은 위치의 전하는 잃어버리지 않는다. 플라스틱 섬유가 부도체라서 전하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금(NaCl)은 전해질로서 소금 용액은 도체인데, 미국과 우리나라의 보건용 마스크의 미세입자 차단율의 시험방법으로 소금물 에어로졸을 사용하는 것도 공기 중에 부유하는 이온성 도체 입자와의 접촉으로 전하를 잃어 미세입자 차단효율이 저하될 수 있는 경우를 고려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N95 마스크의 경우, 소금 5 mg에 해당하는 소금물 에어로졸을 통과시키는 실험 1~2 회로는 미세입자 차단효율의 감소가 보이지 않았지만, 주 1회씩 수 주에 걸쳐 반복적으로 통과시키면 일부의 마스크에서 차단능력이 95% 이하로 조금 낮아졌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어 있다 (참고 13).

1) 전자렌지를 이용한 살균 - 코 모양을 잡아주는 철사의 문제

전자렌지(microwave)는 물 분자의 열진동 에너지에 공명하는 2.45 GHz의 전자파를 조사하여 음식을 매우 효과적으로 가열한다. 물 분자의 가열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으므로, 비극성 분자로 이루어진 물질들은 전자렌지의 전자파에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 사기그릇에 담긴 찬 밥을 전자렌지에 넣고 돌리면 밥은 뜨거워지지만 사기그릇은 아직 뜨겁지 않은 이유이다. 물론 오랜 시간 돌리면 밥의 열이 그릇에 전도되어 그릇도 뜨거워진다.

물이 완전히 건조된 상태에서도 감염력을 가지는 병원체가 아닌 한, 살아있는 바이러스 입자는 습윤되어 있으며, 특히 환자의 기도에서 방출된 바이러스 비말이나 에어로졸에는 물 분자가 다량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전자렌지의 전자파는 바이러스의 살균에 대단히 효과적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아니지만 4 종류의 바이러스를 전자렌지의 전자파에 20초간 노출한 결과 바이러스들의 감염력이 모두 사라졌다는 실험 결과가 보고되어 있다 (참고 14). 위의 Lore 등은 N95 마스크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부착시키고 소량(50 mL)의 물을 넣은 플라스틱 용기 위에 얹은 다음 전자렌지에 넣어 2분간 작동시켰을 때, 마스크의 바이러스가 효과적으로 제거 (successfully decontaminated) 되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참고 9). 미국의 ‘microwave steam bag'은 전자렌지에 사용가능한, 압력이 높아지면 수증기가 새나올 수 있는 작은 구멍이 뚫린 플라스틱 봉지이다. 이 봉지에 소독하려는 젖병 등과 소량의 물을 넣고 지퍼를 닫은 다음 전지렌지에 넣어 3분간 가열하여 소독시키는 방법으로 사용한다. Fisher 등은 시판되고 있는 ‘microwave steam bag'에 바이러스를 부착시킨 마스크를 넣어 1분 30초간 작동시키면, 부착된 바이러스의 99.9%를 살균시키면서 미세입자 차단능력은 계속 유지하고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 참고로 필자의 간단한 테스트에서는 약 50 mL의 물을 플라스틱 용기에 넣어 전자렌지로 2분간 가열할 때, 약 1분 후에는 물이 끓어오르기 시작하였다. 한 가지 더 눈여겨 볼 점은 이 연구자들은 봉지에 마스크를 넣을 때, 봉지 아래의 같이 넣은 물에 마스크의 일부가 그냥 잠기도록 하여 (partially submerged) 실험하였다는 점이다. 전자렌지의 전자파를 조사한 직후에는 마스크의 모델에 따라 약 10 그램의 정도의 수분이 흡수된 마스크들도 있었고, 거의 흡수되지 않은 마스크들도 있었으나, 건조 후에는 이들 모두 규정에 적합한 미세입자 차단 능력을 보여주었다 (참고 8).

* 절대로 잊지 않아야 하는 전자렌지의 주의사항

전자렌지를 이용한 살균 방법은 짧은 시간 내에 가능하고, 우수한 살균 능력에 더하여 미세입자 차단 능력을 유지하는 데에도 매우 우수하나, 절대로 잊지 않아야 할 주의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인체의 코 모양을 맞추어 주기 위해 마스크에 넣은 가느다란 철사 조각인데, 금속의 자유전자는 전자파에 반응하기 때문에 전자렌지에 넣어 가열하면 철사에서 고압의 전기 불꽃이 튀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전자렌지에 마스크를 직접 넣어 작동시킨 Viscusi의 실험에서도 2개의 시료에서 불꽃이 튀어 철사 부분이 탔다 (참고 7). 따라서 전자렌지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전자렌지에 넣기 전, 작은 틈을 잘라 열어 마스크의 철사를 빼내어야 하며, 마스크를 다시 사용하기 위해서는 살균 후 철사를 제자리에 다시 넣어주어야 한다. 코의 모양에 맞추어 안면에 제대로 밀착시키지 못하는 마스크는 ‘하나 마나’이기 때문이다.

Lore 등과 Fisher 등은, 소량의 물을 마스크와 함께 넣어 전자파를 조사했기 때문에, 마스크의 철사에는 전기불꽃이 발생할 만큼 에너지가 전달되지 않아, 철사를 빼지 않은 마스크도 괜찮았다고 기술하고 있다 (참고 8, 9). 그러나 전자렌지의 모델에 따라 출력도 다르고, 가열하는 시간에 따라 전달되는 에너지의 양이 달라지므로, 철사를 빼내지 않고 전자렌지를 이용하는 것은 소량의 물을 함께 사용하든 그렇지 않든, 필자로서는 권장하지 않는다. 전자렌지에 전기불꽃이 튀면 매우 위험하다.

인터넷에 떠도는 일설로는 전자렌지로 가열하면 정전필터의 구조가 파괴되어 못쓰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필자의 간단한 테스트에서 철사를 빼고 전자렌지로 3분간 가열한 후의 KF80 마스크와 수술용 마스크들은, 마스크를 올려둔 유리 용기는 맨손으로 만지기 어려울 정도로 뜨거워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스크 자체는 미적지근할 뿐 온도가 올라가지 않았다. 가열 후의 마스크 안면부의 각 층을 현미경으로 400배까지 확대하여 관찰하였을 때도, 가열하지 않은 시료에 비하여 어떠한 구조의 변화도 찾을 수 없었다. 전자렌지로 가열한 Lore 등과 Fisher 등의 실험에서도 미세입자 차단 능력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마스크에서 철사를 빼내야만 하는 문제 때문에, 사용한 마스크를 손으로 만지는 동안에 혹 부착되어 있을 수도 있는 바이러스 비말을 직접 접촉할 위험이 있어서, 전자렌지로 살균하는 방법은 권하고 싶지 않다. 필자의 간단한 테스트에서는, 마스크의 부직포들이 매끄럽지 않아 빼낸 철사를 살균 후에 다시 끼워 넣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2) 수증기 저온 살균

SARS의 원인 바이러스가 섭씨 60도에서 30분간 가열하면 감염력을 거의 잃는다면 (참고 11), 유전적 특성이 거의 같은 코로나-19의 원인 바이러스도 그럴 것이라고 보는 것이 과학적으로 합리적인 추론일 것이다. Bergman 등은 섭씨 60도, 80%의 습도 공간에 마스크를 30분간 처리 후 건조하는 과정을 3회 반복한 후에, 마스크의 미세입자 차단효율이 처리하지 않은 마스크에 비해 거의 변하지 않았음을 보고하고 있고 (참고 2), Lore 등은 섭씨 65도의 물탱크 위의 포화 수증기 공간에 마스크를 20분간 처리한 결과, 마스크에 부착시킨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효과적으로 살균되었으며, 미세입자 차단능력도 거의 변하지 않았음을 밝히고 있다 (참고 9).

5. 우리나라의 일반 가정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살균 방법

위의 실험자들이 섭씨 60도와 65도를 선택한 것은, 우유의 저온살균(pasteurization)으로도 살균이 가능하고, 마스크의 재질들이 플라스틱이다 보니 온도가 높아지면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과, 연구자들의 실험실에는 일정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항온장치들이 있어서 실험설계를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일반 가정에 항온장치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필자는 우리나라의 일반 가정에서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이른바 “찜통”을 이용한 수증기 살균을 생각해 보았다. 일반적으로 온도가 10도 올라갈 때 화학반응이 2~3배 빨라지는 것은 분자의 열에너지의 상승에 의한 것인데, 단백질의 변성 역시 분자내 열진동 에너지의 상승에 의해 촉진되므로, 60도에서 30분이면 변성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돌기 단백질은 섭씨 100도의 찜통의 수증기로는 20분이면 충분히 변성되어, 감염력을 잃을 것이라 판단된다.

인터넷의 떠도는 일설에는 마스크가 물에 젖으면 정전필터의 전하를 잃어 미세입자 차단 능력이 사라진다고 한다. 하지만 폴리프로필렌 정전필터는 소수성이라서 순수한 물에 젖어들지 않으며, 표면장력 때문에 소수성 섬유의 미세한 틈으로는 물이 스며들지 못한다. 소수성 코팅을 한 기능성 의류가 땀에서 증발하는 수증기는 통과시키면서 빗방울은 차단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비누로 마스크를 빨면 비누의 도움으로 정전필터에도 비눗물이 젖어 들어갈 수 있다.

Bergman 등과 Lore 등이 시행한 수증기 저온 살균의 결과 뿐 아니라, Lore의 2분간 가열하는 전자렌지 실험에도 50 mL의 물을 사용하였고, 전자렌지 가열 1분이면 이 정도 양의 물은 끓어오르기 때문에 이 실험에는 섭씨 100도의 포화수증기에 마스크가 최소 1분간 노출되었다고 볼 수 있다 (참고 9). Fisher 등의 ‘microwave steam bag'에 60 mL의 물을 넣고 마스크를 부분적으로 물에 담가 전자렌지로 가열한 실험에서는, 마스크의 일부가 아예 물에 담겨져 있었기 때문에, 인터넷의 일설이 맞다면 마스크의 미세입자 차단능력이 상당량 줄어들어야 한다. 그런데 1분 30초간 물에 부분적으로 담겨져 있었고, 최소한 30초간은 100도의 끓는 물과 수증기에 마스크가 노출된 결과에서도 미세입자 차단 능력은 전혀 줄지 않았다 (참고 8). 문제는 “찜통”이나 “깊은 냄비”를 이용해서 20분간 수증기로 “찔” 경우, 섭씨 100도의 수증기에 마스크의 재질이 괜찮을지 확인하는 일이다.

KF80 마스크는 외피, 1차필터(큰 입자 차단), 정전필터(미세 입자 차단), 내피의 4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수술용 마스크는 외피와 필터, 내피의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위에 언급된 것처럼 ‘햇반’ 용기를 물에 끓일 수 있듯이, 마스크 안면부의 필터는 폴리프로필렌 재질이라서 섭씨 100도의 온도에는 아무런 변형이 일어나지 않는다. 필자가 간단히 테스트한 KF80 마스크와 두 종류의 수술용 마스크들은 100도의 수증기에 20분간 노출하였을 때 아무런 외적 변형을 발견할 수 없었다. 건조 후 각 층을 현미경으로 400배까지 관찰하였지만 처리하지 않은 것에 비하여 미세 구조의 변화 역시 발견할 수 없었다. 이 결과와 위의 연구자들의 결과를 참고할 때 섭씨 100도의 찜통의 수증기로 약 20분간 살균하고 자연 건조시키는 경우에도 마스크의 미세입자 차단 효율은 그다지 손상되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다만 제조회사에 따라서 100도의 온도에 변형되는 재료를 부분적으로 사용한 마스크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개별가정에서는 보유하고 있는 마스크를 한 장만 먼저 찜통이나 깊은 냄비로 테스트 해보기를 권한다. 찜통이나 깊은 냄비의 수증기로 살균하는 방법을 이용하면 혹시 마스크에 묻어 있을 바이러스에의 노출도 최소한으로 억제할 수 있다. 사용한 마스크를 잘 보관해 두었다가 물이 끓고 있는 찜통 안의 망 위에 그냥 던져 넣었다가 뚜껑을 덮고 20분 후에 불을 끄고 꺼내어 털고 자연건조 시키면 된다. 물에 부분적으로 담겨진 경우에도 미세입자 차단능력에 문제가 없던 Fisher의 실험결과로는, 뚜껑에서 약간의 응축수가 마스크 위에 떨어지는 것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소독이 된 후에는 마스크를 만져도 문제가 없다. 용기도 같이 소독되는 것이므로 용기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 온도는 낮았지만 Bergman 등이 수증기 살균을 3회까지 반복한 후에도 마스크의 미세입자 차단효율이 거의 변하지 않은 걸로 보아, 필요하다면 ‘찜통 살균 후 사용’을 2~3회 반복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인터넷에 떠도는 마스크 재사용에 관한 다른 아이디어로는 마스크에 소독용 에탄올을 분무한 후 말리거나, 다리미에서 나오는 뜨거운 스팀을 분사하거나 햇빛에 장시간 말리거나, 하는 등의 아이디어들이 있다. 70%의 소독용 에탄올은 소수성 플라스틱에의 친화력이 좋아서 마스크에 잘 젖어 들어가므로 소독효과는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소독용 에탄올의 30%에 해당하는 ‘물’이 알코올의 도움으로 정전필터에 젖어 들어가기 때문에 정전필터의 전하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크고, 귀걸이 끈이 재질에 따라서 에탄올에 부분적으로 팽윤하면서 헐렁해지거나 하는 점과, 시판되는 손 소독제에는 에탄올과 물 이외에 글리세린이나 다른 점착성 물질이 섞여 있어서 이들은 증발하지 않고 남아있어 자칫 다른 세균들의 영양원이 될 수도 있어서 권장하지 않는다. 다리미의 뜨거운 스팀은 100도의 수증기이므로 살균시킬 수 있다. 그러나 몇 초간의 스팀 노출에 바이러스가 모두 살균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고, 바이러스가 채 살아있는 채로 스팀의 압력에 잘못 비산할 수 있는 위험도 있어 권하고 싶지 않다. 강한 햇빛의 직사 자외선은 살균 능력이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햇빛이 그리 강하지 않는 시기이고, 베란다의 유리창은 자외선을 상당량 차단하므로 가정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햇빛에 의해서는 안심할 정도로 살균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한다.

6. 종합

지금의 코로나-19는 메르스와는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2015년 여름에 문제가 되었던 메르스는 대부분 병원에서 감염되었다. 즉 메르스는 병원에 가 보아야할 정도로 환자의 자각증상이 심해진 때가 되어야 감염력이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코로나-19는 같이 만나 식사를 하는 등, 증상이 아예 없거나 본인이 증상을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감염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19는, 누구나, 자신도 알지 못하면서 질병을 전파하는 ‘조용한 전파자’가 될 수 있어 더욱 어렵다. 발열 체크만으로는 조용한 전파자를 알아낼 수 없고, 그렇다고 출입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하여 바이러스 검사를 할 수도 없는 일이라서, 자칫, 앞으로 전 세계에서 폭발적으로 대유행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최근의 한 연구는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뿐 아니라, 단순히 말할 때에도 말소리의 크기에 따라 상당한 수의 (초당 1~50개) 분무 입자들이 나온다고 보고하고 있다 (참고 15). 어느 종교집단의 특이한 집단감염은 조밀하게 모여 앉는 특성 뿐 아니라, 기침이나 재채기가 나오지 않는 경우에도 설교와 설교자에의 응답, 기도, 찬송 등의 말소리를 크게 내는 행위에 의해 발산된 비말과 에어로졸이 전파의 주 매개체가 아니었을까 의심된다.

질병과의 전투에서 최전방에 서있는 의료인들과 행정 인력들에게 방역 마스크는 우선적으로 지급되어야 한다. 의료인이나 병원이 감염되어 폐쇄되면 국민들은 아파도, 급해도, 갈 데가 없어진다. 그러나 뒷동산에 올라갈 때 에베레스트에 필요한 등반장비를 착용할 필요는 없는 것처럼, 예방 목적의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방역 마스크가 아니라도 충분히 나를 보호할 수 있다. 마스크의 효과가 단독으로 날아다니는 코로나 바이러스 입자 하나하나를 차단하는 데에서 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방역 마스크 뿐 아니라 수술용 마스크나 치과용 마스크도, 내 호흡기를 통해 들어오거나 나가는 ‘바이러스를 다량 포함한 비말은 모두 다’ 거를 수 있으며, ‘에어로졸도 상당량’ 차단할 수 있다. 살균을 확실히 한다면 새 마스크가 아니라도 문제가 없다. 설령 정전필터의 전하가 상당량 사라진다 해도, 침방울에는 점착성 물질이 섞여 있어서 얼기설기한 부직포의 섬유에 부딪히는 것만으로도 ‘비말’은 흡착, 차단될 수 있다. 더불어 연구자들의 실험 결과들은 이런저런 살균처리 후에도 마스크의 미세입자의 차단능력이 손상되지 않고 살아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면 마스크도 적어도 ‘비말’은 거른다.

현재 우리나라의 신규 확진자의 수가 줄고 있는 현상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무증상, 또는 증상이 약한 경우가 대부분인 코로나-19의 특성으로 볼 때, 자칫 방심하면 또다시 폭발적으로 감염이 늘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증상이 약해서 건강한 사람들은 감염된다 해도 본인에게는 사실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내가 감염되어 집에 계신 연로한 어른들이나 약한 가족들에게 질병을 옮기게 되어 가족들에게 문제가 된다면 마음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과 접촉하는 환경에서는 더욱 마스크 착용을 생활화하여, 혹시 내 코 앞에 떠 있을지 모르는, 또는 내 입에서 나가고 있을지 모르는, 싱싱한(?) 바이러스 비말을 차단하는 것이 내 가족과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이다.

이 글의 목적이 새 마스크가 여유롭게 있는데도 마스크를 재사용하자는 것은 아니다. 마스크를 재사용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우리 가정에서 쉽게 해오던 “찜”과 똑같은 방식으로 찜통에 마스크를 20분간 소독한다면, 혹시 붙어 있을지 모를 코로나 바이러스를 살균할 수 있고, 또한 사용한 마스크의 습기에 따라붙은 이런저런 잡균들을 없앨 수 있음에 더하여, 여러 연구자들의 연구결과들을 종합해 볼 때 마스크의 미세입자 차단 능력도 크게 손상되지 않을 수 있음을, 필요한 분들께 제안하고자 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내가 감염되지 않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남을 감염시키지 않아야 우리는 코로나-19를 하루라도 빨리 물리칠 수 있다. 

일견 간단해 보여도, 마스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재질에 따른 물리화학적 특성, 전자기와 물질과의 상호작용, 호흡에 따른 유체 역학, 에멀션과 에어로졸의 특성, 질환의 전파와 병원체의 특성, 살균 및 제균 등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는 약품을 포함 물질의 분자구조에 따른 성질과 상호작용을 공부하는 사람일 뿐, 마스크를 연구해 오거나 마스크에 대한 것을 다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필자의 연구실에는 마스크의 성능을 측정할 수 있는 장비도 갖추어져 있지 않다. 필자보다 더 많이 알고, 각 분야에 따라 더 깊이 아는 분들이 계실 줄 안다. 이 글에 혹시 섞여 있을지 모를 과학적, 논리적 오류를 발견한 분들의 아래 E-mail을 통한 날카로운 지적을 겸허히 기다리며, 이 글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어디라도 누구라도 자유롭게 옮겨 가시기를 부탁드린다.

힘내라 대구 경북! 힘내자 대한민국!

충북대학교 약학대학
물리약학실 교수 박일영
전화: 043-261-2812   E-mail: parkiy@cbnu.ac.kr

( 참고문헌 )

1. W.S. Shim et al. Quality variables of meltblown submicron filter materials, Indian J. Fibre. Text. Res. 38, 132 (2013)
2. M.S. Bergman et al. Evaluation of multiple (3-cycle) decontamination processing for filtering facepiece respirators, J. Eng. Fiber. Fabr. 5(4), 33 (2010)
3. M-C. Plopeanu et al. Distribution of Electric Potential at the Surface of Corona-Charged Non-woven Fabrics, 2011 IEEE Industry Applications Society Annual Meeting (2011)
4.  S. Yang et al. The size and concentration of droplets generated by coughing in human subjects. J. Aerosol Med. 20(4), 484 (2007)
5. World Health Organization, Chapter VII in "Prevention of hospital acquired infections. A practical guide (2nd Ed.)" (2002)
6. Nelson Lab. Bacterial & viral filtration efficiency,  (https://www.nelsonlabs.com/testing/bacterial-viral-filtration-efficiency-bfe-vfe/)
7. D.J. Viscusi et al. Evaluation of five decontamination methods for filtering facepiece respirators. Ann. Occup. Hyg. 53(8) 815 (2009)
8.  E.M. Fisher et al. Evaluation of microwave steam bags for the decontamination of filtering facepiece respirators. PLoS ONE 6(4), e18585 (2011)
9. M.B. Lore et al. Effectiveness of three decontamination treatments against influenza virus applied to filtering facepiece respirators. Ann. Occup. Hyg. 56(1) 92 (2012)
10.  J. Xu et al. Systematic comparison of two animal-to-human transmitted human coronaviruses: SARS-CoV-2 and SARS-CoV. Viruses 12, 244 (2020)
11.  H. F. Rabenau et al. Stability and inactivation of SARS coronavirus. Med. Microbiol. Immunol. 194, 1 (2005)
12.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용 마스크의 기준 규격에 대한 가이드라인 (2019)
13.  E.S. Moyer et al. Electrostatic N-95 respirator filter media efficiency degradation resulting from intermittent sodium chloride aerosol exposure. Appl. Occup. Environ. Hyg. 15(8), 600 (2000)
14.  G. Elhafi et al. Microwave or autoclave treatments destroy the infectivity of infectious bronchitis virus and avian pneumovirus but allow detection by reverse transcriptase-polymerase chain reaction. Avian Pathol. 33(3), 303 (2004)
15. S. Asadi et al. Aerosol emission and superemission during human speech increase with voice loudness. Scientific Reports 9: 2348 (2019)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마스크 구입이 어려워지면서 마스크를 재사용하는 가정이 늘고 있죠. 재사용하는 방법이 많이 공유되기도 했는데 현재로선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자외선으로 소독하는 방법입니다..

 

젖병소독기나 칫솔 소독기처럼 자외선을 쬐어 세균을 사멸시키고 건조시키면 재사용해도 문제 없습니다.. 마스크 성능에도 별다른 영향은 없고요..

 

그런데 자외선 소독기가 없는 가정도 있는데 이런 가정에겐 찜기나 깊은 냄비를 이용...100도의 고열에서 약 20분.. 60도에선 30분 정도 마스크를 찌고 건조시키면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물론 마스크중에는 고열에는 못버티는 마스크도 있을 수 있으니 한두개정도 시험삼아 시도해보라는 당부도 있네요..

 

제안한 교수는 마스크가 충분할때는 재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마스크가 부족한 상황에선 차선책으로 제안한 것이 목적이라고 하니.. 가뜩이나 마스크 구입이 힘든 마당에 다시 사용이 가능하다면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마스크가 절실한 이들이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질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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