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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논란거리/사회

엄마 기자가 '자유한국당 유치원법'에 분노한 이유

by 체커 2018.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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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학부모 분담금은 정말 유치원 원장님 마음대로 써도 될까요?

안녕하세요? 지난 10월 말부터 교육 분야를 맡게 된 양선아 기자입니다. 출입처를 옮기자마자 저는 한 달 넘게 유치원 문제에 매달려있는데요. 오늘은 독자 여러분께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여야 국회의원들 간에 치열한 논쟁이 붙은 ‘학부모 분담금’에 대해 설명해 드리고자 합니다. 4학년, 2학년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지난 7년 동안 영유아 보육 및 유아교육 분야를 취재해온 제가 자유한국당이 내놓은 ‘유치원 3법’을 보며 왜 분노했는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지 않거나 계속 이 이슈를 관심 있게 지켜보지 않은 분이라면 궁금하실 겁니다. 학부모 분담금이 뭐길래 여야가 저렇게 싸우는지 말이죠. 학부모 분담금이란, 말 그대로 학부모가 유치원에 내는 돈인데요. 입학금과 졸업 경비, 교육비, 급식비, 방과후과정비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유치원 교비는 이렇게 학부모가 내는 학부모 분담금과 정부가 주는 ‘누리과정 지원금’(만 3~5살 공통 교육과정비) 22만원, 방과후과정 지원금 7만원, 그 외 교사처우 개선비 등으로 구성됩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치하는엄마들’이 지난 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유치원 3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법안 심사 과정에서 견해차가 드러나는 지점은 학부모 분담금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유치원은 교육기관이며 학교이니, 다른 사립학교처럼 모든 교비는 투명하게 관리돼야 한다고 봅니다. 국가관리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을 도입하고, 목적과 용도에 맞게 교비가 잘 쓰이는지 살펴보자는 거죠. 사립학교법을 개정해 교비를 목적 외로 사용하면, 현행법에 있는 행정 처분으로 부족하니 형사 처벌을 하자는 것이지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자고 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또 누리과정 지원금을 정부가 주는 ‘보조금’으로 성격을 명확히 해서 목적 외로 사용하면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적용을 받도록 하자고 합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생각이 다릅니다. 사립유치원은 학교이기도 하지만, 설립자가 막대한 재산을 투자해 유치원을 지은 만큼 사유 재산의 성격도 인정해주자고 합니다. 그러면서 돈주머니를 두 개 만듭니다. 정부가 주는 돈을 관리하는 국가지원회계와 학부모 분담금 등을 관리하는 일반회계로 나눴습니다. 국가지원회계의 돈을 교육 목적 외에 사용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매기고요. 대신 학부모분담금 등 일반회계는 운영과 편성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법에 명시하자고 합니다. 학부모 분담금을 어떻게 사용할지 유치원운영위에 보고하고 학부모가 스스로 감시하도록 하면 된다고 말합니다. 목적 외로 사용하면 지금 있는 행정 처분으로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교육청의 행정 처분은 시정→주의→경고→경징계(견책. 감봉 1월~3월)→중징계(정직 1월~3월. 해임. 파면) 등이 있는데요. 시도교육청은 지금까지 감사 인력 부족 등으로 유치원에 대해 감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감사 주기 또한 5년으로 매우 긴 편이었지요. 자유한국당은 또 국가가 주는 돈을 지원금 형태로 그대로 두자고 합니다. 보조금으로 바꾸지 말고요.



두 당이 각각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법안을 냈고 법안심사소위 첫날 서로 다른 견해차만 확인하다 회의가 끝났습니다. 저를 포함한 학부모들은 애가 탔습니다. 애초 왜 이런 법안이 나오게 됐는지 다시 정리해볼까요?

박용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이 나온 배경은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이번 국감에서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 공개’가 되면서 사회적 파장이 컸기 때문입니다. 지난 10월11일 박 의원은 비리가 적발된 유치원 명단을 공개했고요. 많은 학부모는 내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이 비리를 저질렀고 행정 처분까지 받았다는 사실을 모른 채 살아왔다는 데 충격을 받았습니다. 교육청은 그동안 유치원 비리를 적발하고도 학부모에게 제대로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고요. 교육부는 ‘유치원 알리미’에 각 유치원이 행정 처분 결과를 ‘셀프 공시’하도록 해놓았습니다.

감사 결과를 보니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 쓰여야 할 교비가 원장의 명품 가방을 사는 데 쓰이고 심지어 노래방이나 성인용품을 사는 데 쓰였지요. 일부 사립유치원 원장들에게 유치원 교비는 ‘눈먼 돈’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유치원에서 일하지 않는 가족을 직원으로 등록해 교비를 빼가는가 하면, 교사들 월급은 쥐꼬리만큼 주면서 원장 본인은 매달 1천만원씩 가져간 사례도 있었습니다. 학부모에게 급식비를 꼬박꼬박 받았지만, 아이들에게는 부실한 급식을 제공하면서 이윤을 남기는 사례도 있었고요. 가족이 경영하는 숲 체험장이나 교재·교구 업체에 엄청난 돈을 주는 방식으로 사적 이윤을 챙긴 원장도 있었습니다. 국민 모두 교육기관인 유치원이 국가 재정까지 투입되는데도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고, 사립유치원의 투명성과 공공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지요.

그런데 사립유치원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는 비리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사립유치원에 개인 재산이 들어갔으니 에듀파인과 같은 회계 시스템을 도입하려면 시설사용료를 달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왜 말도 안 되는 주장이냐면요. 사립유치원이 교육기관으로서 받는 혜택들이 많거든요. 사립유치원은 원장의 급여를 뺀 모든 수입에 대해 사업소득세를 면제받고요. 아울러 부가가치세도 내지 않고, 유치원 지을 때 땅과 건물에 대한 취득세를 비롯해 재산세도 최소 85% 이상 면제받고 있습니다. 사립유치원이 비영리 교육기관으로서 혜택 받는 면세 규모가 한해 최대 4천억원에 이릅니다. 면세 혜택 받을 땐 교육기관이고, 투명성 요구 받을 땐 사유 재산이라니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것이지요.

시설사용료를 주장하는 한유총의 바람을 자유한국당은 애초 법안에 담으려다 여론이 악화하자 우회적인 방법을 마련한 것입니다. 학부모 분담금을 위에서 말한 방식으로 법을 만들어 자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길을 터준 것이죠.



그렇다면, 학부모 분담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학부모가 제대로 감시할 수 있을까요? 최근 폐원 피해를 본 학부모를 만났는데요. 이 학부모는 학부모 분담금으로 매월 60만원 가까이 유치원에 냈습니다. 이 유치원의 급식은 매우 부실했습니다. 돈가스 등 시중에서 파는 튀김류가 주로 나왔고, 75인분 식사를 1명의 조리사가 만들었습니다. 부모들은 급식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려달라고 요구했는데, 원장은 “사진 찍고 올리는 데 행정 비용이 70만원 드는데 어머님이 그 돈 내주시겠어요?”라고 되물었다고 합니다. 유치원 방과후과정도 학부모에게는 선택권이 없었습니다. 발레 등 매일 특기 활동이 있지만, 유치원이 일방적으로 정합니다. 아이가 “오늘 방과후과정 선생님이 안 왔다”고 말해도 아이를 맡긴 학부모는 어떤 사정인지 쉽게 질문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유치원으로 옮기고 싶어도 주변에 갈 만한 유치원이 없으니 원장에게 찍힐 수 있기 때문이죠. 유치원 원장은 최근 사립유치원 사태가 터진 뒤, 유치원을 어학원으로 바꿔 운영하겠다고 학부모에게 통보했답니다. 맞벌이인 이 학부모는 당장 내년에 아이를 어디에 맡겨야 할지 몰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현실이 이런 지경인데, 학부모가 학부모 분담금 사용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감시하라고요?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사립유치원의 학부모 분담금은 국공립유치원보다 많아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습니다. 유치원이 과도한 특기 활동 등으로 비용을 올렸기 때문이죠. 지난 2014년 교육부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국·공립유치원의 월평균 학부모 분담금은 평균 8500원이지만, 사립유치원은 19만2900원으로 국공립보다 22배나 많았습니다. 사립유치원 간 학부모 분담금의 차이도 컸습니다. 가장 비싼 사립유치원은 당시 학부모 분담금으로 월 89만800원을 받았는데요. 이는 일년으로 환산하면 1069만원에 달합니다. 4년제 사립대 연간 평균 등록금(736만 원)을 넘어서는 수치죠. 이에 따라 교육부는 2015년 9월부터 유치원 원비 상한제를 실시했습니다. 유치원 원비 인상은 직전 3개 연도 평균소비자 물가상승률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해야 한다고 정한 것이죠. 이 정책으로 학부모 분담금 상승 추세는 조금 꺾였지만, 워낙 높게 형성된 학부모 분담금은 여전히 부모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두 아이를 키우면서 너무나 많은 돈이 들어갔습니다. 정부는 무상 보육 정책을 펼치며 ‘국가가 아이를 함께 키운다’ ‘국가책임 보육’ 등을 내세웁니다. 실제로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학부모를 도왔습니다. 그러나 이런 정책들이 효과적이려면, 국가가 투입한 돈이 제대로 잘 쓰여야겠지요. 지금처럼 국민 혈세가 사립유치원 호주머니로 마음대로 들어가선 안 되는 것이지요. 현재 전체 유치원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사립유치원에 대한 제대로 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기관과 교육기관만 있어도 부모들의 어깨가 덜 무겁지 않을까요?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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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귀에 분노가 느껴져서... 뭐라 사족을 넣을 수 없겠네요..

양선아 기자의 생각이며 많은 학부모들도 이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다른 생각을 가진 학부모도 있겠죠.. 얼마나 있을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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