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고지를 점령했으나 적군의 반격이 시작된다. 적의 대포와 박격포가 포탄을 쏟아내고 여기저기 숨어있던 기관총도 불을 뿜는다. 병사들이 잇따라 쓰러지고 부대는 하는 수 없이 퇴각을 한다. 아군은 빠져나가고 적군만 남은 아비규환의 전장, 언제 적의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데 의무병은 떠나지 않고 홀로 남는다. 그는 수색에 나선 적군을 피해가며 자신도 부상을 당한 몸으로 총알과 포탄으로 인해 더 큰 부상을 당한 부대원들을 한 명 한 명 구해낸다.'
그제(1일)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을 처벌해선 안된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이와 관련해 2020년부터 도입될 양심적 병역거부자 군 대체복무로 교정 시설 등이 검토되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총을 드는 것은 거부하되 군에 입대해 의무병으로 활동한 사례가 적지 않다. 군 입대는 하되 총을 드는 일만 하지 않겠다는 것이어서 군대 입대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미군 최고의 영예로 꼽히는 명예훈장, '메달 오브 아너'를 받기도 했다. 2차세계대전 당시 의무병으로 참전해 일본군과 벌인 오키나와 전투에서 미군 75병을 구해낸 의무병 데스몬드 도스도 그와 같은 경우다. 위험을 무릅쓰고 수많은 생명을 살린 그는 용감한 미군 의무병이기도 했지만, '양심적 집총거부자'이기도 했다.
사진 출처 : 미국 버지니아 도서관. 1945년 10월 12일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이 데스몬드 도스 의무병에게 명예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 데스몬드 도스, ‘총은 들 수 없지만, 의무병으로 봉사하겠다’
데스몬드 도스는 2차대전 당시 미 해군 조선소에서 일을 해서 징병유예를 요청할 자격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군 입대를 마다하지 않았다. 다만 입대는 하되 자신의 종교적 양심에 따라 총은 들 수 없다고 선언했다. 데스몬드 도스는 십계명 '살인하지 말라'를 지키기 위해 총을 들 수 없다면서 의무병이 되겠다고 했고, 우여곡절 끝에 의무병이 됐다. 그는 원하던 대로 보병부대에 배치가 됐으나 부대원들과 계속 마찰을 빚었다. 적군을 쏘지 않으면 아군이 죽는 전장에 나가야 하는데, 총을 들기 싫다고 고집부리는 그를 반기는 동료 병사들은 없었다. 그렇지만 그는 '참전 의지'를 꺾지 않았다. 자신도 전투현장을 함께 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그렇다면 자신의 종교적 양심에 따라 총을 들 수 없다고 천명한 데스몬드 도스는 군 조선소에서 일을 해서 '합법적으로' 입대를 피할 수도 있었는데, 왜 스스로 나서 군복을 입고자 했던 것일까.
■ ‘나는 양심적 거부자라기보다는 양심적 협력자’
데스몬드는 2차대전이 끝나고 40여 년이 지난 1987년 인터뷰에서 '조국을 위해 봉사하는 것 또한 명예로운 일이기에 입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종교적 양심에 의해 총을 들 수는 없지만 조국을 지기키 위한 전쟁에 참여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게 데스몬드 도스의 믿음이고 신념이고 양심이었던 셈이다. 데스몬드 도스는 자신은 총을 들 수 없었을 뿐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나라를 지키는 일에 나섰다면서, 스스로를 양심적 거부자(Conscientious Objector)라는 표현 대신에 양심적 협력자(Conscientious Cooperator)로 부르기를 좋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 총은 들지 않았지만 미군 최고 영예인 명예훈장 받아
데스몬드 도스 의무병은 자신의 목숨도 위태로운 상황에서 수많은 동료 병사들을 구해낸 영웅적인 공로로 미군 최고의 영예로 여겨지는 명예훈장, 메달 오브 아너를 받았다. 1939년부터 1945년까지 계속된 2차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군은 모두 1,600만 명, 이 가운데 메달 오브 아너를 받은 미군은 5백 명이 채 되지 않는다. 데스몬드 도스는 3만 5천 명 군인 가운데 가장 훌륭한 군인 1명이 받는 훈장을 받은 셈이다. 그는 '양심적 집총거부자'이면서 명예훈장을 받은 최초의 미군이기도 하다. 그의 삶은 다큐멘터리로 제작되기도 했고, 멜 깁슨 감독에 의해 영화 '헥소 고지'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영화 헥소 고지. 배우 앤드류 가필드가 2차세계대전 당시 집총을 거부한 채 의무병으로 일했던 데스몬드 도스 역을 맡았다.
■ 베트남전에서도 집총 거부하고 의무병으로 활약, 명예훈장 받은 군인 나와
미국에서는 데스몬드 도스 이후에도 양심적 집총거부자로서 명예훈장을 받은 군인이 나왔다. 총 들기를 거부하며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의무병 토마스 베넷과 조셉 라포인트가 그들이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토마스 베넷 의무병은 적의 기관총이 노리고 있는 데도 부상당한 동료를 구해내기 위해 뛰어들었다가 전사를 했고, 조셉 라포인트 의무병도 기관총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그 자신도 부상을 입은 채로 두 명의 아군 부상병을 몸으로 막아가며 보호하다가 수류탄이 터지면서 결국 전사했다. 토마스 베넷과 조셉 라포인트 의무병은 사후 명예훈장, 메달 오브 아너를 받았다.
김태형기자 (inblu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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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논란이 일어나면 대부분 데스몬드 도스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나 영화 헥소고지가 상영된 후 말이죠..
도스도 집총을 거부하였지만 의무병으로 지원하여 국가의 의무를 다한 사례입니다. 훈장도 받았고요.. 모두에게 인정받았죠..
대한민국 병역의무에도 집총을 하지 않고도 병역의무를 할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다만 그런 방법을 선택하지도 않고 거부부터 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많은 사람들이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거기다 헌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무죄판결을 함에 따라 앞으로의 이들을 위한 대체복무제도의 내용에 따라 더더욱 비난이 쏟아질지 아닐지 나타나겠죠..
다만....
대체복무제도를 만들어도 여호와의 증인측에서 국방부가 제도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습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276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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