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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베트남의 16강 진출, 북한 득점이 '결정적' 도움 됐다

by 체커 2019.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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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AFC 아시안컵 E조] 레바논 상대로 넣은 북한 1골이 베트남 밀어올려
[오마이뉴스 심재철 기자]

축구도 사람의 일이라 어떤 마법 같은 순간이 이어지기도 한다. 박항서 매직이 베트남을 넘어 북한 선수들에게도 통했나보다. 앞선 두 게임을 치르며 0득점 10실점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던 그들이었기에 사실 기대조차 하지 않았지만 북한 선수들은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최선을 다해 자존심을 지켰다. 그 결과 베트남의 16강 진출에 북한이 가장 결정적인 조연 역할을 다한 셈이 됐다.

김영준 감독이 이끌고 있는 북한 축구대표팀이 우리 시각으로 18일 오전 1시 아랍에미리트 샤르자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9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E조 레바논과의 세 번째 게임에서 1-4로 패했다.

 

▲ 훈련 지도하는 북한 김영준 감독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출전 중인 북한 축구대표팀 김영준 감독이 5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SSAD 알 맘자르 훈련장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골 득실차-다득점 기록까지 똑같다니

말도 안 되는 큰 점수차가 벌어지지 않는 한 이 두 팀이 16강에 오르는 기적은 일어날 수 없었다. 그래도 조금 더 가능성이 있는 팀은 레바논이었다. 간단히 계산해보니 4-0 승리 조건만 갖춘다면 레바논(골 득실차 0)이 베트남(골 득실차 -1)을 밀어내고 16강행 막차를 탈 수 있는 형편이었다.

두 게임을 치르면서도 골맛을 못 보고 만난 양팀은 기적의 16강행을 바라며 이른 시간에 골을 터뜨리기 위해 초반부터 강하게 부딪쳤다. 그런데 예상 외로 북한이 먼저 골맛을 봤다. 

경기 시작 후 9분만에 간판 골잡이 박광룡이 레바논 페널티 지역 반원 밖 직접 프리킥을 오른발로 낮게 감아차 넣은 것이다. 레바논 골키퍼 칼릴이 자기 왼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잔디 위 미끄러지는 공을 겨드랑이 사이로 통과시키고 말았다.

16강에 오르기 위해 실점 없이 8골 이상을 더 넣어야 하는 북한 선수들은 그것보다 대회 첫 골을 기록했다는 것만으로도 기뻐했다. 3게임 모두 패하더라도 1골은 넣고 돌아가겠다는 마지막 자존심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반면에 먼저 골을 내줬다고 해서 레바논 선수들이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5-1로 점수판 뒤집기를 이룬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전 게임에서 북한이 카타르에 무려 6골이나 내줬다는 것을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레바논 선수들은 북한 골문을 거세게 몰아쳤고 그 중 4골이나 성공시켰다. 하지만 레바논 골잡이 알헬위의 마지막 골이 후반전 추가 시간 8분만에 나온 것이 한스럽게 남았다.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흘러나온 공을 오른발로 시원하게 차 넣었지만 그들은 더이상 웃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베트남과 골 득실 기록(4득점 5실점 -1)이 똑같이 나온 것이다. 다득점 숫자까지 일치하니 그 다음 규정이 페어 플레이 점수였다. 쉽게 말해 주심으로부터 받은 옐로 카드 숫자가 적어야 16강행 티켓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리명국의 슈퍼 세이브, 그리고 옐로 카드 2장

레바논은 북한과의 이 게임에서 두 장의 옐로 카드(30분 멜키, 90+9분 하이다르)를 받았는데 바로 이 2장으로 그들의 운명이 갈린 것이다. 페어 플레이 규정, 옐로 카드 숫자에서 베트남은 5장, 레바논은 7장이 된 것이다. 

사실 이보다 앞서 레바논은 점수판을 4-1 그 이상으로 만들 기회가 있었다. 후반전 추가 시간이 이례적으로 길게 이어졌는데, 90+4분에 레바논의 후반전 교체 선수 라빈 아타야에게 상대 골키퍼와 1대1로 맞서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그런데 아타야의 왼발 슛을 북한 골키퍼 리명국이 각도를 줄이며 달려나와 온몸으로 막아낸 것이다. 추가 시간이 2분 이상 더 남아있는 것을 감안하면 레바논으로서는 이 순간이 땅을 치고 후회할 장면이었던 것이다.  

 

▲  북한 대표팀
ⓒ AFP/연합뉴스

이후 추가 시간 6분도 더 지나서 추가 시간의 추가 시간이 이어질 때 레바논의 마지막 골이 터졌지만 주심으로서는 레바논 선수들에게 시간을 더 줄 수는 없었다. 종료 휘슬이 울린 뒤 16강 탈락에 분루를 삼킨 레바논 날개 공격수 모하마드 하이다르가 주심에게 거세게 항의하다가 받은 대회 일곱 번째 옐로 카드는 그들의 페어 플레이 점수를 확인시켜 주는 것이었다.

결정적인 순간들만 놓고 보더라도 이 게임 추가 시간에 북한의 리명국 골키퍼가 만든 슈퍼 세이브 순간이 박광룡의 프리킥 골과 함께 베트남의 극적인 16강 진출에 가장 결정적인 기여를 한 셈이다.

박항서 매직의 신비스러움을 믿고 귀국 짐을 꾸리지 않은 베트남 선수들은 오는 20일 오후 8시 두바이에 있는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B조 1위 요르단을 상대로 가장 먼저 16강 게임을 펼치게 됐다. 

 

▲ 잘하고 있어 12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나얀 경기장에서 열린 2019 AFC 아시안컵 UAE 조별 라운드 D조 2차전 베트남과 이란과의 경기에서 박항서 감독이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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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조합으로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이 16강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이건 뭐 베트남이 북한에게 고마워 해야 하겠네요..

그리고 레바논은 땅을 치며 분통해 하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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