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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여러 국가들로 확산되고 있다. 바나나 재배 방식은 물론 맛이 바뀌어야 할 판이다.
갑자기 나타난 살인적인 전염병. 증상이 눈에 띄기도 전에 "은밀하게" 퍼진다. 일단 이 전염병이 눈에 띄기 시작하면, 막기에는 너무 늦은 것이다. 치료제도 없고, 삶은 다시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익숙한 이야기가 아닌가?
이를 보고 코로나19를 떠올린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바나나에 피해를 주는 변종 파나마병(Tropical Race 4, TR4)에 대한 이야기다. 이 곰팡이균은 지난 30년 동안 바나나 농장을 괴롭혔다. 그러다 최근 10년 사이에 확산 속도가 잰걸음을 냈다. 아시아를 넘어 호주와 중동, 아프리카로 퍼져갔다. 최근에는 북반구에 공급되는 바나나 대부분을 생산하는 남미도 피해를 보았다. 현재까지 이 병이 확인된 국가는 20여 개국. "바나나 팬데믹"에 대한 공포가 치솟으며,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과일이 부족해지고 있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밤낮없이 애쓰고 있다. 유전자 변형 바나나와 백신 등을 찾으려는 것이다. 코로나19처럼 문제는 "치료제를 찾을 수 있을까?"이자 동시에 "바나나가 달라지는 '뉴노멀(새로운 표준)'에 어떻게 적응할 수 있을까?"가 되고 있다.
현재 우리가 주로 먹는 바나나의 기원에서 시작해 보자. 전염병을 가볍게 생각했을 때 생길 수 있는 결과를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네덜란드 바헤닝언 대학에서 TR4를 연구하는 페르난도 가르시아-바스티다스에 따르면, 바나나 멸종 위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50년대에 파나마 질병이 처음 나타나, 산업을 크게 붕괴시켰다. 그는 이것을 "역사상 최악의 식물 전염병 중 하나"라고 말했다. 아시아에서 처음 생겨난 이 바나나 곰팡이병은 이후 중앙아메리카의 바나나 농장으로 확산했다.
가르시아 바스티다스는 당시 바나나가 모두 '빅 마이크'라는 별명을 가진 그로 미셸 단일 품종이었고 이 때문에 피해 규모가 엄청났다고 말했다. 이 품종은 다 자라지 않은 나무에서 크고 맛있는 바나나를 따서 멀리까지 운송하는 과정에서 바나나를 완전히 무르익게끔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바나나 산업은 이 품종을 선택했다. 뿌리 순을 사용해 같은 크기와 모양으로 복제할 수 있어서 대량 생산도 쉬웠다. 그러다 보니 모든 바나나가 유전적으로 거의 비슷했고, 생산 품질도 동일했다. 그런데 산업적으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이 요인은 역학적 관점에서는 시한폭탄이었다.
가르시아 바스티다스는 바나나 생산 체계에 유전적 다양성이 부족하다 보니 질병에 걸리기 쉬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역사가 주는 교훈을 산업은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산업은 그로 미셸을 대체해 파나마병에 견딜 수 있는 품종을 모색했다. 1960년대 카벤디시가 바나나 산업의 구세주로 떠올랐다. 채츠워스에 온실을 차리고 바나나를 키운 데본샤이어 공작 7세인 윌리엄 카번디시의 이름을 딴 바나나였다. 그로 미셸보다 맛이 단조로웠지만, 금세 산업 전체가 복제해 키우는 품종이 됐다. 하지만 또 다른 전염병이 터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아니나 다를까. 1990년대에 TR4라고 알려진 변종 파나마병이 아시아에서 출현했다. 카벤디시 바나나는 치명타를 입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항공 수송을 통해 더 빠르게 확산했다.
바헤닝언 대학에서 TR4에 대해 박사 논문을 쓴 가르시아 바스티다스에 따르면, 현재의 바나나 전염병은 식물의 관다발을 공격해 시들어 죽게 만드는 "팬데믹"이다.
그는 "바나나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과일 중 하나로 수백만 명의 소비자들이 먹는 주요 식품"이라고 말했다. "TR4 팬데믹이 식량 안보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과소평가하면 안 됩니다."
2013년 아시아 지역이 아닌 요르단에서 TR4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가르시아 바스티다스였다. 이후 이 전염병은 모잠비크에서 발견됐고, 아프리카까지 뻗어 나갔다.
TR4는 코로나19처럼 "무증상 전염"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치명적이다. 감염된 식물은 노란 얼룩과 나뭇잎이 시들어가는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1년 동안은 건강해 보인다. 발견했을 때는 너무 늦어진다는 뜻이다. 증상이 눈에 띄었을 때는 이미 장화와 식물, 농기계, 동물 등에 묻은 흙을 통해 멀리 퍼졌을 가능성이 높다.
콜롬비아 출신인 가르시아 바스티다스는 TR4가 결국은 남미 바나나 생산의 중심지로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2019년 그가 생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 콜롬비아의 한 농장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농장 측은 노랗게 변한 바나나 잎을 보여주며, 그에게 검사용 샘플을 보냈다.
그는 "나쁜 꿈을 꾸는 것 같았다"라고 했다. "농장에서 연구실로, 그리고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말해주기 위해 콜롬비아 관계 부처 장관을 찾아갔어요. 오랫동안 잠을 이룰 수 없었죠.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콜롬비아는 현재 확산을 늦추려 노력 중이다. 세계는 남미의 다른 국가들이나 카리브해에서 이 병의 징후가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다. 치료법은 없다. 할 수 있는 것은 감염된 농장을 폐쇄하고 장화 소독과 농장 간 식물 이동 금지 같은 생물학적 안전조치뿐이다. 바나나 나무가 손을 씻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셈이다.
물론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호주의 과학자들은 TR4에 내성이 있는 유전자 변형 카벤디시 바나나 품종 하나를 개발했다.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도 유전자 변형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유전자 변형 식품의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했지만, 해당 바나나가 곧 시중에 나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규제 당국과 대중이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르시아 바스티다스는 "유전자 변형은 문제를 5~10년간은 유용한 '손쉬운 해법'"이라며 "하지만 산업 자체가 복제된 단일 품종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문제의 핵심을 푸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현재 관련 검사도 TR4를 추적하기 위한 것들만 개발 중이다. 다른 주식 작물보다 바나나 연구를 지원하는 기금이 더 적기 때문이다.
가르시아 바스티다스는 TR4와 같은 질병에 더 탄력적으로 대응하려면 바나나 작물에 더 많은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전 세계에는 재배 가능성이 있는 바나나가 수백 종이다. 이미 인도와 인도네시아, 필리핀과 같은 국가에서는 맛과 냄새, 크기가 다른 수십 종의 바나나를 먹고 있다. 그러나 이 바나나들이 바다를 건너는 수송을 견디도록 길러진 카벤디시 규모로 성장하기는 어렵다.
가르시아 바스티다스와 동료들은 DNA 염기서열을 분석해 TR4에 내성이 있는 유전자를 식별하고 있다. 질병에 견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업성이 있는 바나나를 찾기 위해서다.
그는 "우리는 수백 종의 사과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바나나도 다양한 종류를 키우는 게 어떨까요?"
가장 희망적인 시나리오는 향후 5~10년 안에 TR4에 내성이 있고 수출이 가능한 바나나를 발견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특효 책은 아니다. 지난 세기에 두 번에 팬데믹을 경험한 터라, 이제 바나나 산업은 또 다른 복제 품종 도입 이상의 전략을 생각해야 한다.
엑서터 대학 생태학과 부교수인 댄 베버는 지난 3년 동안 영국 정부 지원 프로젝트(BananEx)의 일환으로 바나나 공급 시스템의 문제를 연구해왔다. 그는 바나나 산업이 TR4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바나나 재배 방법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한다.
카벤디시 바나나는 거대한 단일재배 방식으로 생산된다. TR4뿐만 아니라 모든 질병이 빠르게 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많은 질병에 대처해야 하다 보니 재배과정에서 뿌려지는 살균제가 40배에서 80배까지 많아진다.
베버는 "(많은 살충제는) 토양 미생물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바나나를 잘 키우려면 토양을 잘 돌봐야 합니다."
베버는 유기농 농장은 토양 속 미생물들이 병원체와 싸울 수 있어서, TR4에 더 잘 대처했다는 필리핀의 연구를 예로 들었다. 바나나 농장들은 유기농법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나나 나무들 사이에 계절별 농작물을 심어서 토지의 비옥함을 높이고 질병일 발생했을 때 피난처로 만들거나, 화학물질보다는 미생물과 곤충을 통해 병원체를 통제하고, 야생동물들이 살 수 있게 야생 공간을 남겨두는 것 등이다. 이로 인해 바나나 가격이 오를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해질 것이다.
베버에 따르면 현재 바나나는 너무 싸다. 화학 물질을 많이 써서 생기는 환경 비용뿐만 아니라, 매우 낮은 임금으로 노동력을 사용하는 데 따르는 사회적 비용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자선단체 바나나 링크는 슈퍼마켓들이 "바닥 치기 경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환경, 노동자의 건강, 그리고 궁극적으로 바나나 수확물의 안전성을 해치면서까지 가격을 낮추고 낮추도록 강요한다는 것이다.학생 시절 농장에서 일해본 이후, 바나나 재배에 의문을 제기해 온 미국의 영화감독 재키 터너도 해결책이 공정성과 다양성에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녀의 영화 '바나나겟돈'에서 그녀는 TR4의 확산을 막으려는 과학자들, 식량 부족을 경고하는 식량 안보 전문가들, 생계를 걱정하는 농장 노동자들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녀는 "TR4는 치료법이 없다는 점에서 코로나19와 많이 닮았다"고 말했다. "(지금 상황은) 바나나에게 '운명의 날' 시나리오와 같아요."
터너는 TR4의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2년 동안 세계를 여행했다. 그리고 다른 방식으로 바나나를 재배할 필요가 있다고 확신했고, 그 방식은 새로운 품종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이것이 환경과 질병으로부터 보호하는데 더 좋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더 유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다양한 품종을 재배하는 소규모 농부들을 지원하기 위해 그녀는 바나나 리스트를 만들었다. 여기에는 다양한 종류의 바나나를 판매하는 상점들이 나열되어 있다.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주문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산딸기와 약간 비슷한 맛이 나는 드워프 레드, 카벤디시보다 작고 달콤한 레이디 핑거스, 바닐라 아이스크림 맛이 나는 블루 자바 등이다. 다양한 바나나는 미각도 즐겁게 하지만, 농장이 병원체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터너에 따르면, 바나나 팬데믹이 좀더 환경친화적인 방식의 바나나 재배와 다양한 품종의 과일을 먹게 만든다면, 나름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녀는 "아마도 바나나를 적게 먹고, 먹는데 돈도 더 많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바나나는 더 나아질 겁니다."
BBC의 보도입니다.. 바나나의 멸종에 관한 내용이네요..
왜 바나나가 멸종할까... 바나나에서만 걸리는 병때문일 겁니다.. 이전 바나나 품종도 병때문에 거의 멸종했습니다.. 현재 바나나로 알려진 건 캐번디시 품종... 그런데 변종 파나마병으로 인해 멸종될 위기에 처했다고 합니다..
변종 파나마병은 곰팡이병입니다.. 그런데 이 변종파나마병을 구제할 방법은 현재로선 없다고 합니다.. 병은 있는데 약은 없는... 어찌보면 현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상황이 거의 비슷하죠..
바나나의 멸종을 막을려면 생각보단 간단합니다.. 여러 품종을 개발... 수확하면 됩니다.. 다양한 유전자를 가진 바나나는 각 특성에 따라 분명 변종 파나마병에 강한 품종이 있을 겁니다.. 그 유전자를 가진 바나나를 수확하면 바나나를 앞으로도 계속 대중적인 바나나를 접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완전히 바나나가 멸종되지는 않을 겁니다.. 캐번디시 품종의 이전 확산했던 품종..그로 미셸은 지금도 유통은 된다고 합니다.. 다만 점유율은 상당이 밀리긴 했죠.. 야생 바나나 품종도 재배되고 있어 완전히 멸종되진 않을 겁니다.. 다만 이대로 대책없이 방치한다면 지금처럼 가격이 싼 바나나를 접하기는 어려워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단일유전자.. 단일품종이 마냥 좋은게 아니라는게 바나나를 통해 알 수 있는것 아닐까 싶습니다.. 비록 많은 이들의 연구와 노력으로 많은 품종이 지금도 계속 수확이 되고 가격이 싼 바나나를 계속 얻을 수 있지만 지금도 진행되는 기후변화로 언제 얼마나 많은 품종이 갑자기 멸종할까 싶고 그건 비단 바나나도 예외가 아닐것이라 생각합니다.
참고링크 : 바나나(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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