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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논란거리/사회

"강간당하는 여자 무시하고 지나갔다" 젠더싸움으로 번진 글

by 체커 2021.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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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당하는 여자 무시하고 지나갔는데 경찰에서 조사 전화 왔습니다.”

지난달 말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 각종 커뮤니티로 퍼져나가며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남초 커뮤니티로 분류되는 곳에서는 “요즘 여자 잘못 도와줬다간 내 인생 망친다”는 반응이, 여초 커뮤니티로 불리는 곳에서는 “이기적인 반응들이 더 무섭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휘말리기 싫어요” 글에 달린 300개 댓글

온라인 커뮤니티 뽐뿌에 지난달 30일 ″성폭행당하는 여자를 무시하고 지나갔다″는 글이 올라와 온라인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사진 뽐뿌 화면 캡처

지난달 30일 온라인커뮤니티 뽐뿌에는 익명의 네티즌이 위와 같은 글을 올렸다. 그는 “두 달 전 길 가고 있는데 남자가 차 안쪽에서 여자 강간하려 하면서 폭행하고 있었다”며 “물론 그 상황을 제 눈으로 목격했지만 성폭행당하는 사람 도와줬다가 되레 당했다는 사람 이야기를 들어 휘말리기 싫어 무시하고 갈 길 갔다”고 밝혔다.

이후 경찰로부터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와 달라는 연락이 왔다고 한다. 주변 CCTV와 자신이 이용한 카드내역을 추적해 연락처를 알아낸 것 같다고 글쓴이는 적었다.

그러면서 “전 싫다고 하고 전화 끊었는데 저한테 불이익이 있는 거냐”며 “전화 계속 오는데 무시 중이다. 전 휘말리기 싫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 네티즌은 “경찰에 신고라도 하지 성폭행당하는 걸 봤는데 그냥 무시하고 갈 길 갔다는 게 사실이라면 다른 나라 욕할 게 없다”며 글쓴이의 행동을 비판했다.

반면 “여자분 도와줬다가 덤터기 쓴 경험이 있다. 이후엔 누가 당하더라도 신경 안 쓰고 산다”는 반박 댓글도 이어졌다.

남초 커뮤니티선 “미쳤다고 모르는 사람을 도와주나”


남성 네티즌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글쓴이의 행동을 옹호하는 반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대표적인 남초 커뮤니티로 분류되는 에펨코리아에는 “요즘 세상에 잘못 도와주면 자기 인생 망친다. 특히 여자 관련된 일은 더욱 그렇다”며 “괜히 도와줬다가 저 여자가 마음에 안 든다고 각색해서 (온라인에) 글 올리면 어떡하냐”는 댓글이 달렸고, 1000개 넘는 추천을 받았다. “좋은 행동 했다가 역으로 당하는 사례 보면 지인만 도와주는 게 낫다” “잘못 엮였다가는 내 인생 나락으로 가는데 어떻게 도와주나”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자동차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서는 “일관된 진술로 피해자가 이야기하면 되는데 참고인이 필요한가” “문제 될 것 없다. 여경이 알아서 수사 잘할 것” 등 경찰 수사를 조롱하는 댓글들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여초 커뮤니티 “엮이기 싫으면 신고라도 하지”


반면 대표 여초 커뮤니티로 불리는 더쿠에서는 “끼어들기 싫은 건 이해하지만 적어도 신고라도 해야 했다” “저기에 동조하는 댓글들이 더 무섭다” 등의 반응이 주를 이뤘다.

또 “노인이나 학생이 맞고 있는데 엮이기 싫어서 지나쳤다고 하면 창피해서 글도 못 쓸 것 같은데 여성 피해자에 대한 글은 너무 많다” “강간 신고하면 범죄자 되는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해 아무도 신고 못 하게 하려는 것 같다”는 댓글도 있었다.

또 다른 여성 네티즌이 다수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인스티즈에서는 “사람이 성폭행을 당하고 있는데 내가 신고해봤자 얻는 이익이 무엇인지 따지고, 무시한다는 결론이 나는 사회가 무섭다”며 사회 분위기를 탓하는 반응도 많았다.

전문가들은 범죄 문제를 지나치게 남녀 구도로 몰고 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누구나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며 ‘여성’이 피해자인 범죄를 신고한 ‘남성’ 목격자로 구분하는 건 의미 없다는 지적이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참고링크 : 도와주고 누명쓰기(나무위키)

 

참고뉴스 : 술취한 여성 돕던 30대 남성 무차별 폭행 당해 중상

 

참고뉴스 : 성폭행 당하는 시민 구했다가 '폭행범'으로 몰려 '구속'될 뻔한 경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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