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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커 2021.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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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미라클'서 소외된 아프간 협력자의 호소 "연락 준다더니 떠나, 두렵다"(조선일보)

 

“저희는 ‘연락 주겠다‘는 한국 대사관 말만 믿고 생명의 위협 속에 무려 20일을 기다렸습니다. 분명하게 거절이라도 해줬으면 걸어서라도 국경 넘어 파키스탄으로 갔을 텐데… 게다가 한국 정부 돈을 받고 일한 우리 명단이 탈레반 점령지에 남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나요.”

아프가니스탄 카불에 남겨진 A씨가 26일 밤 조선닷컴과의 전화 연결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 외교부 산하 기관인 KOICA(한국국제협력단)이 설립한 카불 한국직업훈련원과 근로 계약을 맺고 십수년째 근무해왔다. 하지만 A씨와 그 가족은 아직 카불을 떠나지 못했다.

한국 정부는 작전명 ‘미라클’에 대해 ‘현지 조력자 가운데 스스로 잔류를 희망한 사람 등 36명을 빼고는 모두 데려왔다’는 취지로 언론 인터뷰 등에서 설명해왔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간접고용해온 현지인 60여명이 구출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미국과 그 동맹국을 도운 현지인들이 탈레반에게 살해되는 일이 거의 매일 벌어지고 있다.

◇직접 고용 아니란 이유로 작전서 소외된 사람들

한국 정부를 도운 아프간 현지인과 그 가족 378명을 군 수송기 3대를 동원해 한국에 데려온 ‘미라클‘ 작전의 구출 대상은 아프간 현지 우리 대사관과 KOICA, 바그람 한국병원, 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 차리카 한국 지방재건팀(PRT) 등지에서 근무했던 현지인이었다. 한국 정부·기관에 ‘직고용된 현지인’에게만 기적이 허락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2003년 설립해 KOICA가 운영해오다가, 2007년 아프간 정부에 운영권을 넘긴 카불 한국직업훈련원 직원 60여명이 제외됐다고 27일 정부 고위 관계자가 확인했다. 가족까지 합하면 약 250명이다.

카불 훈련원은 형식적인 운영권자가 아프간 정부일 뿐, KOICA가 운영비를 지원하고, 회계 보고를 받으며 감사권한까지 가지고 있다. 사실상 직고용과 다를 바 없는 셈이다. 여권 관계자는 “외교부에 물었더니 ‘카불 한국직업훈련원은 한국 정부랑 계약한 게 아니기 때문에 구출 대상에서 배제했다’는 취지로 설명하더라”고 말했다.

◇희망고문 20일, 그리고 남겨둔채 떠났다

A씨는 “우리는 이달 5일부터 주아프간한국대사에 도움을 청하는 전화를 수없이 걸었다”며 “수십 차례 전화 뒤 간신히 연결이 되자 대사관 직원은 ‘이메일로 요청 사항을 보내라’고 했고, 즉시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A씨가 공개한 이메일에는 ‘아프간의 정치적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미국은 미 정부에 직간접적으로 협력한 난민의 안전을 위해 난민 수용 프로그램(Refugee Admission Program)을 진행하고 있는데 한국은 한국 정부에 직간접적으로 협력한 난민 관련 구호책이 있나 알고 싶다. 저희를 만나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적혔다.

A씨는 “답장을 받는 데 8일 걸렸다. 답장엔 ‘근로자 명단을 보내 주면 추후에 연락하겠다’는 짧은 내용만 담겼다”며 “서둘러 명단을 보냈고, 그게 끝이었다. 25일 우리를 남겨둔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카불 한국직업훈련원 직원들은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다. 현재 탈레반이 이전 정부 조력자 색출에 나섰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미 언론이 공개한 UN 보고서에 따르면 탈레반은 아프간 재점령에 앞서 체포 대상자 분류 작업을 마쳤고 이 리스트를 가지고 해당자를 체포하기 위해 민간인을 상대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다른 훈련원 근무자 B씨는 “탈레반이 훈련원을 급습, 총을 수십 방 쏘고 갔다. 우리는 도망가느라 내부 문서 등을 파기할 시간이 없었다”며 “거기엔 한국 정부에 협력한 우리 훈련원 직원 명단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 두렵다.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B씨는 “만약 대사관에서 우리를 구출해 줄 수 없다고 미리 말했더라면 걸어서라도 여기 보다 안전한 파키스탄이나 타지키스탄으로 갔을 거다. 우린 한국 정부를 믿었기에 기다렸는데, 결과가 지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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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믿었는데..文, 살려주세요" 아프간 20대女 절규(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님, 살려주세요.”
올해 22세 아프가니스탄 여성 K씨가 27일 중앙일보에 전해온 영상 메시지는 이렇게 끝난다. K씨는 한국 정부의 국가장학금을 받고 식품 및 바이오 테크놀로지 석사학위를 취득할 계획이었다. 원래대로라면 다음주 수요일인 9월1일 전남대 어학원에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지금 그는 아프간 카불에 발이 묶여있다. 한국 정부가 작전명 ‘미라클’로 한국 정부에 협력한 아프간인들을 구출했으나 카이낫 씨는 그 기적에서 제외됐다.

 

영상 메시지 전문은 이렇다.
“문재인 대통령님, 카불에 있는 저와 다른 60명의 아프간인을 도와주세요. (한국어로) 문재인 대통령님, 도와주세요. 제 이름은 OOO OO입니다. 저는 9월1일부터 전남대에서 한국어를 공부한 뒤, 경북대에서 식품 바이오테크학과 대학원에 다닐 예정이었습니다. 이곳엔 지금 한국 정부를 위해 일했으나 직접 계약이 되지 않아 구출되지 않은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말을 믿고 기다리다가 도망갈 시간도 놓쳤어요. 우린 너무 무섭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한국어로) 문재인 대통령님, 살려주세요.”
이밖에도 한국 정부에 직접 고용되지는 않았으나 한국 정부를 위해 일했던 이들 역시 최소 60여명 남아있다고 K씨는 전했다. 그런 이 중 한 명이 H(36)씨다. 그 역시 중앙일보에 보내온 메시지에서 “한국 정부의 도움으로 탈출한 아프간인들을 생각하면 참 기쁘지만 내 처지를 생각하면 그렇지 못하다”며 “한국과 아프간의 국기가 모두 걸린 환경에서 12년 간 일했지만 지금 생명이 위태롭고 무섭다”고 말했다.

H씨는 한국직업훈련원에서 일했지만 한국 정부에 직고용된 형태는 아니었다. 아프간 정부와 계약이 된 형태로 한국 정부 측의 일을 했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그는 “우리가 아프간의 대표처럼 보일 것이라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일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미라클’ 작전에 포함될 수 있길 희망하며 카불 현지 한국 대사관과 코이카(KOICA) 등에 문의했지만 “검토해보겠다”는 회신만 믿고 기다렸다고 한다. 그러다 한국행 비행기도 못탔을뿐더러 다른 탈출로도 막혔다. 그는 “어제 우리 훈련원 근처로 탈레반이 왔고, 옥신각신하다 탈레반이 경비원의 발을 쐈다”며 “탈레반은 나처럼, 외국 정부 관련 일을 했던 사람들을 다 뒤져서 잡겠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탈레반은 (퇴각하던) 2001년에서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며 “무섭다”고 전했다.

 

K씨처럼 한국 전문가가 되기 위해 꿈을 키워왔고, H씨처럼 한국과 아프간의 협력 현장에서 일해온 사람들은 아직도 아프간에 많이 남아있다. 현재 항공기로 이들을 추가 구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방법은 없지 않다. 이들을 돕는 한국인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육로를 통해 이들을 우선 이웃국가로 탈출시키고, 여기에서 (한국행 항공편이 더 많은) 인도로 이동시킨 뒤 인도에서 한국으로 데려오는 방법이 있다”며 “독일 등 유럽연합(EU) 국가뿐 아니라, 말레이시아며 인도네시아와 같은 국가들도 이미 이 방식으로 아프간 인들을 구출하고 있다,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K씨와 H씨가 이런 메시지를 전하는 데는 목숨을 건 용기가 필요했다. 신원과 소재지가 노출될 경우 탈레반의 표적이 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이들은 “한국의 도움이 더욱 절실하다”며 용기를 냈다고 했다. 이들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는 이랬다.

“꼭 살아서 만납시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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