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쌀 관세화 검증 종료..관세율·TRQ 총량 현 수준서 유지
TRQ 中·美·베트남·태국·호주에 배분..글로벌 쿼터는 2만t으로
밥쌀 수입량 4만t까지 줄여.."더 줄이면 '소탐대실' 우려 판단"
"300%만 돼도 쌀 수입 어려워..예상보다 좋은 결과 낸 협상"
[세종=뉴시스]장서우 기자 = 우리 농가가 간만에 기쁜 소식을 접하게 됐다. 정부가 미국과 중국, 호주, 태국, 베트남 등 국가들과 5년에 걸친 협상을 벌인 끝에 513%라는 고율의 관세를 확정짓게 된 것이다.
정부는 513%의 관세율이 외국 쌀의 가격 경쟁력을 충분히 이겨내고 국내 쌀 시장을 안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국가별 쿼터제를 부활시킨 것이 상대국들과의 협상에서 유효한 카드로 작용했다.
다만 국제사회에서의 규범 등을 고려해 밥쌀은 일부 수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는 수입량이 지난해 수준인 4만t에서 더욱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국내 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계획으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은 수준에서 마무리된 이번 협상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년간의 관세화 유예 기간이 종료된 지난 2014년 우리나라가 WTO에 통보한 513% 수준의 관세율이 적정한 지에 대한 검증이 최근 마무리됐다. 최종 관세율은 기존에 제시했던 513%로 확정됐다.
검증을 벌인 상대국들은 관세율의 산정 방식 등에 문제를 제기한 5개국이다. WTO 규정상 회원국이 자국의 관세 등 양허 내용을 수정하기 위해선 이의를 제기하는 국가들과 협의해야 한다. 이들은 협상 과정에서 200~300% 수준의 관세율을 요구했었다.
관세율과 함께 저율관세할당물량(TRQ·Tariff Rate Quota)의 총량도 40만8700t으로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TRQ란 일정 규모의 물량을 낮은 세율로 수입하도록 보장하는 제도다. 한국은 1995년 WTO에 가입하면서 쌀을 제외한 모든 농산물을 관세화했다. 쌀 관세화를 1995년~2004년, 2005~2014년 두 차례 유예하는 대신 TRQ 물량을 증량한 것이다. 1995년 소비량의 1%(5만1307t)였던 TRQ 물량은 2004년 20만5229t, 2014년 40만8700t으로 소비량의 7~8% 수준까지 늘려 왔다.
이재욱 농식품부 차관은 이번 협상을 두고 "TRQ 증량과 같은 추가 부담 없이 513%라는 안정적 보호 수단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높은 수준의 관세율을 보장받는 대신, 검증을 벌인 상대국들에게 국별 쿼터를 보장해주기로 했다. 과거 10년(2005~2014년) 간 운영해 오다 관세화를 계기로 중단됐던 국별 쿼터제의 부활이다. 40만8700t 중 38만8700t을 중국과 미국, 베트남, 태국, 호주에 배분한다.
배분 기준은 2015~2017년 수입 실적으로 삼았다. 중국이 가장 많은 15만7195t을 받게 됐고, 미국이 13만2304t, 베트남이 5만5112t, 태국이 2만8494t, 호주가 1만5595t 등이다. 배분 규모는 검증에 참여한 국가들끼리 모두 합의된 결과다. 이에 따라 20만t 수준이던 글로벌 쿼터는 2만t으로 줄게 됐다.
WTO에선 수입국이 TRQ를 운영할 때 국가별 쿼터를 배분할 수 있도록 명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근거 조항은 GATT 제13조 제2항(d)다. 앞서 대만이 2003~2007년 살 관세화 검증을 마친 후 미국, 호주, 태국, 이집트에 국별 쿼터를 배분한 사례가 있다. 이밖에 미국은 설탕·낙농품·소고기 등에, 유럽연합(EU)은 바나나·소고기·버터 등에 국별 쿼터를 적용했었다.
특정 국가의 쌀을 규정한 만큼 의무적으로 사들여야 한다는 점에서 쌀 수입 가격이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국별 쿼터라 해서 수출국이 일방적으로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라고 정부는 설명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설정한 가격 상한선을 초과하면 유찰되도록 하고, 3회 유찰될 경우 글로벌 쿼터로 전환되도록 하고 있다"며 "과거 10년간 국별 쿼터를 운영했던 당시에도 이러한 안전장치를 운영했으며 유의미한 가격 상승은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국가별 쿼터는 내년 1월1일께 효력이 발생할 예정이다. 5개국은 효력이 발생한 후 늦어도 14일 이내에 WTO에 이의 철회를 통보해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다만 밥쌀 수입이 일부 불가피한 상황이다. 앞서 우리나라는 1995~2004년 TRQ 쌀을 가공용으로만 수입해 국제사회로부터 지적을 받았었다. 이에 2005~2014년 밥쌀용 의무 수입 비중이 30%로 규정됐다.
그러나 정부는 2015년부터 시작된 쌀 관세화 과정에서 이 규정을 삭제했다. 2010년 9만8000t, 2014년 12만3000t까지 늘었던 밥쌀 수입량은 2015년 6만t, 2016년 5만t, 2017년 4만t, 2018년 4만t으로 줄었다. 올해 들어선 현재까지 2만t가량을 들여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해관계국들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와 WTO에 규정된 '내국민대우' 의무 위반 소지 등을 고려할 때 통상적인 수준의 수입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내국민대우 원칙은 GATT 제3조에 규정된 것으로, 국내에 수입된 물품에 국내산 동종 상품과 동등한 수준의 시장 경쟁 조건을 보장해야 할 의무를 말한다.
밥쌀 수입 규모와 관련해 이재욱 차관은 "현 단계에선 "국내외적 상황이나 쌀값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입 규모와 관련한 명시적인 규정은 없는 상태지만, 정부에선 현 단계에선 4만t 정도가 적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4만t에서 더 줄이면 '소탐대실'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밥쌀 수입량이 지난해 수준에서 더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 차관도 "국내 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성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국내 쌀 가격이 수입산의 3배에 못 미치기 때문에 관세율이 300%만 돼도 수입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513% 관세율을 지킨 데다 TRQ 물량도 증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쌀 협상은 예상한 것보다는 좋은 결과를 거뒀다는 평가"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uwu@newsis.com
얼마전 언론에서 한국이 더이상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지 않는다고 보도가 되었었습니다.
그동안 농업분야만 개도국 지위를 주장했는데.. 그마저도 포기한다고 밝혔고 이에 많은 국가에서 환영의 뜻을 보였습니다.
관련뉴스 : 정부, WTO 개도국 지위 내려놓기로..농업 특혜는 당분간 유지(종합)
앞으로 한국에 농산물을 수출할 경우 협상을 해야 하고 여기에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 상황에서 협상에 임해야 합니다..
일단 관세율을 기존의 513%를 유지하는데 성공한 것 같습니다. 대신 쿼터제로 정해진 물량의 농산물을 수입해야 합니다.
쿼터제로 수입한다 하더라도 물량이 이전에 수입된 물량과 비교해서 증량되지 않았으니... 변한 것 없이 수입이 이루어진 것이니만큼 협상은 잘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언제 협상이 재개되어 그때는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으나 다음 협상전까지 한국 농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데.. 지금 현 한국 농업의 현실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긴 합니다.. 더욱이 농촌에서의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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