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링크 : 오마이뉴스 03.08.11 18:04 김대호(mujigae911)
미국을 米國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한국의 대학 캠퍼스에는 美國 대신 米國이 공용어가 되어 있다. 강의 도중에 학생들에게 그 사연을 물어보았더니 대답이 가관이었다. 미국은 너무 나쁜 나라이기 때문에 아름다울 ‘美’자를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미국을 왜 美國이라고 불러왔을까?
우리 선조들은 결코 미국을 아름다운 나라로 생각하지 않았다. 대동강에서 미국 상선 셔먼호를 불태우고 그 잔해를 한강에 끌고 와 정부 주도로 미국 규탄대회를 벌인 것이 우리 선조들이다. 전국에 산재해있는 척화비도 주로 미국 타도를 기념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워졌다.
美國이란 명칭은 실수에 의해서 붙어진 이름일 뿐이다. 그 어원은 중국에 있다. 조선은 중국을 통해 미국이란 나라를 알게 됐다. 중국은 미국을 美利堅合衆國이라고 부른다.
소리 글자가 없는 중국은 외국어를 받아들일 때 원음에 가장 가까운 한자를 찾아 새로 이름을 만든다. 중국어로 독일은 德國이다. 덕이 많다는 의미가 절대 아니다. 德의 중국어 원어 발음은 “떠어(DEU)”이다 독일의 정식 명칭인 Deutchland의 앞 글자를 따와 중국어 단어 중에서 발음이 가장 가까운 글자인 德을 찾아 독일로 부른 것이다.
英國의 사례를 보면 이해가 더 쉽다. 英의 중국의 발음은 ENG 즉 잉이다. 잉글랜드를 중국으로 부를 때 가장 가까운 글자가 英이다.
미국의 공식이름은 “United States Of America”이다. 아메리카 연합국 또는 아메리카 합중국으로 번역된다. 이 가운데 아메리카는 소리글자이다. 중국어로는 표현할 방도가 없다. 중국 사람들은 고육지책으로 美利堅이란 글자를 만들어 낸다.
중국어의 기초인 주음부호를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美利堅의 사연을 금세 이해할 수 있다. 아메리카라는 단어의 첫 음절인 "A"는 중국으로 넘어 오면서 탈락됐다. 아메리카의 악센트는 2음절에 있다. 영어를 모르는 당시 중국사람의 귀에는 “아메리카”가 “메리카”로 들렸던 것이다. 메와 가장 가까운 중국어는 美이다 .
미의 중국 원어발음은 ‘메이’이다.
이어 리로 발음되는 利와 컨이라는 발음을 가진 堅이 붙어 美利堅이 된 것이다. United States는 合衆國으로 의역됐다. 이러한 과정을 거처서 중국사람들은 미국을 美利堅合衆國 으로 부르게 됐다. 약자로 美國이라고 쓸 수 도 있으나 공식적으로는 美利堅合衆國이다. 지금도 외교문서에는 반드시 美利堅合衆國이라고 표현한다.
이 단어가 언제 생겼는지는 누구도 모른다. 1800년 초반 청나라 외교 문서에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19세기 초로 추정될 뿐이다. 이 말이 조선으로 들어오면서 美 合衆國 또는 美國으로 바뀌었다. 중국에서 만든 명칭을 수입하면서 복잡한 중간단계를 생략해 버린 것이다.
1880년 3월 미국의 해군제독 슈펠트가 부산항에 입항했다. 미국이 처음으로 조선과의 수교를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슈펠트 제독은 부산에 와있던 일본영사 곤도 신조에게 부탁하여 한국 조정의 실력자들을 만났다. 조선은 조약 체결에 반대했다.
슈펠트는 조선에 대한 영향력아 더 컸던 청국으로 갔다. 청 국의 북양대신 이홍장의 주선으로 마침내 조선과 수호통상조약을 맺는다. 1882년 3월 제물포항에서 슈펠트는 청 국의 사신인 마건충 등이 배석한 자리에서 조선의 김홍집과 조약을 체결한다 . 이 때 미국의 국명이 논란이 됐다 .김홍집은 아메리카라는 미국교유의 국명을 원했다.
수펠트도 찬성이었다
그러나 청 국의 간섭으로 국호가 중국식 으로 바뀌었다 우리 민족이 공식으로 미국이라고 부른 것은 이 때가 처음이다 . 美國이란 이름은 중국 사대주의의 산물이다. 이러한 맥락에 비추어 미국의 우리 말 표기를 바꾸자는 젊은이들의 생각은 기특하다
실제로 여행을 해보면 미국은 결코 아름다운 나라가 아니다. 스위스에 비교하면 조족지혈이다 도저히 아름다울 美라는 글자를 쓸 이유가 없다. 미국 사람들은 우리가 왜 그들을 美國이라 부르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중국사람들은 美利堅이라고 쓰지만 발음은 메리컨으로 나온다. 원래의 국가명인 아메리카와 흡사하다 . 미국사람들은 이 말을 들으면 자기네들을 지칭하는 줄로 안다 우리는 美國을 미국 즉 “MIKUK”로 발음한다. 아메리카 사람들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엉뚱한 말이다. 중국 글을 빌려오다가 국적 불명의 이상한 단어를 만들어낸 셈이다.
우리나라 말은 어떠한 소리도 표기할 수 있는 소리글자이다. 뜻글자 일색인 중국어와는 사정이 다르다. 우리가 중국의 사대주의로부터 벗어난 지 한 세기를 넘었는데 왜 아직도 중국말을 차용하여 잘못된 용어를 쓰고 있는지 창피할 뿐이다.
이웃 대만은 문화부 내에 언어청이란 곳을 두어 식민지 시절에 잘못 만들어진 표기를 모두 바로 잡았다. 우리 이창동 문화부 장관은 언론감시에 너무 열중한 탓인지 잘못된 언어 고치기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대학생들이 美國의 대안으로 내어놓은 것이 米國이다. 아름다울 美를 쌀 米로 바꾸어 놓았다. 대학 게시판에 보면 온통 米國 이란 글자로 도배를 하고 있다. “米國은 악의 핵심” “米國을 타도하자” 등등이다.
왜 하필이면 쌀이었을까.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한결같이 “아름다울 美자가 싫어서” 라고 답한다. 미국은 옥수수와 밀을 주로 생산하는 나라이다. 쌀과 별 인연이 없는 나라의 이름으로 쌀 米를 선택한 것은 아무래도 어색하다.
미국을 米國이라고 부르는 나라가 딱 하나 있다.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 아메리카라는 발음을 일본어 발음에 맞추어 독자적으로 만들었다. 亞米利加合衆國이 바로 그 것이다. 그 약자로 처음에는 亞국이라고 썼다. 아시아와 혼동을 피한다는 차원에서 나중에 두 번째 글자인 米를 따 米國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미워 美國이란 단어를 버리는 심정을 이해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우리 민족을 40년 간이나 불법으로 강제 통치하고도 제대로 보상도 않는 일본을 끌어들이는 것은 더 큰 화를 부르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항일독립운동을 하다가 죽어갔던 수많은 순국 선열들은 지금 지하에서 어떤 심정일까.
미국을 진심으로 극복하기를 원한다면 미국이 어떤 나라인지 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 미국이란 나라의 어원도 모르면서 미국을 이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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