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서울 신천동 쿠팡 본사 건물 1층 로비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물류센터)에서 근무하는 노조원이 1인시위를 했고, 한편에서 이 장면을 사진으로 찍던 회사 쪽 직원과 말다툼이 벌어졌다. 현장에 있던 노조 관계자가 사진 촬영 이유를 따지자 이 직원은 “(현장을 취재하던) 언론사 기자가 1인시위 사진을 찍다가 뒤편으로 쿠팡 직원들이 찍혔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라는 엉뚱한 답을 내놨다. 노조 관계자가 “양쪽 사진을 비교해보자”고 하자, 그제서야 그는 사진 파일을 삭제했다. 노조 쪽이 ‘직장 내 괴롭힘 근절’, ‘노조 할 권리 보장’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릴레이 1인시위를 시작한 지 21일째 되던 날이었다. 쿠팡 노조 관계자는 “가뜩이나 노조 탄압 우려가 큰데, 사쪽에서 노조 활동을 일일이 사진까지 찍으면 꼬투리라도 잡힐까 노조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쿠팡이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공룡 기업으로 성장하는 동안, 정당한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해온 물류센터 노조원들은 회사로부터 끊임없이 직장 내 괴롭힘의 대상이 됐다고 토로한다. 인천1센터에서 집품(상품 진열대에서 출고 제품을 카트에 담는 일) 업무를 하는 최효(30)씨도 그중 1명이다. 지난해 6월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기 시작한 그에게 여름은 더 뜨겁고, 겨울 공기는 더 차가웠다. 제대로 된 냉난방 장치가 없어 그가 근무하는 공간의 여름 실내온도는 30도를 넘었고, 겨울엔 영하 6도까지 떨어졌다. 점심식사 시간을 제외하면 물류센터를 벗어나 쉴 시간도 없었다. 물류센터에서 지난여름을 난 뒤, 최씨는 냉난방기 설치를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었다. “여름 더위뿐 아니라 겨울엔 너무 추워서 저체온증을 호소하며 조퇴하는 직원까지 생겼다. 냉난방 기기 설치는 당연한 요구였다”고 최씨는 말했다.
편들어준 동료들까지 사실확인서
회사로부터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 돌아왔다. 손팻말을 든 지 두달쯤 지난 1월11일이었다. ㄱ관리자가 아침 조회시간에 직원들에게 “각자 공정에 맞는 퇴근 대기 줄에 서라”고 지시했다. 인천1센터는 출입구 가까운 곳 업무부터 차례로 줄 서서 퇴근하는데, 최씨가 담당하는 ‘출고’ 공정은 출입구에서 멀어 뒷순이었다. 이 때문에 최씨는 퇴근길 선전전을 위해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대기 줄 맨 앞에 서왔다. 최씨는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앞줄인 포장업무 동료들에게 동의를 구했다고 설명했는데도, ㄱ관리자는 ‘포장 사원이 먼저 퇴근하는 게 사내 규칙이다’, ‘회사에서 허가하지 않은 사외 노조 활동을 왜 배려해야 하냐’며 많은 직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소리 질렀다”고 말했다. 회사 쪽 관리자가 노조 활동을 막기 위해 최씨를 겨냥한 것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행동이었다. 최씨는 ㄱ관리자에게 “계속 다른 공정에 줄 서면 모든 직원들의 퇴근시간을 늦추겠다”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사실상 선전전을 하지 말라는 압박이었다. 최씨는 “동료들이 ‘노조 때문에 퇴근시간이 늦어진다’고 생각할까 봐 관리자에게 ‘내 퇴근 줄에 서겠다’고 말했지만, 돌아온 건 사실관계확인서 작성 요구였다”고 말했다.
쿠팡은 직원들이 지시 불이행, 지각, 결근 등의 사유가 발생했을 때 노동자로부터 사건 경위를 묻는 사실관계확인서를 받고 있다. 노조는 이를 사실상 회사가 직원들에게 강제하는 ‘반성문’으로 보고 있다. 사실관계확인서를 자주 작성할 경우, 회사와 재계약 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에는 관리자가 직접 문서 내용을 작성한 뒤, 당사자에게 서명을 요구하고 있다. 최씨가 1월11일 받은 사실관계확인서엔 ‘타 공정 노동자에게 동의를 구했다고 하나 사실무근’, ‘개인 편향적 주장을 함’, ‘관리자 지시에 불이행’, ‘유휴시간 발생’이라는 일방적 내용이 적혀 있었다.
최씨는 “서명을 거부하자 관리자들의 집단괴롭힘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최씨와 대화를 나눈 동료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묻거나, 최씨가 퇴근 대기 줄 맨 앞에 서자 사진을 찍기도 했다는 것이다. 또 관리자들은 최씨에게 사실관계확인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하고, 최씨 편을 든 동료 2명에게도 사실관계확인서 작성을 요구했다고 최씨는 말했다. 또 점심시간에 최씨가 동료들을 상대로 노조 활동을 하자, 거리두기를 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최씨는 사실관계확인서에 끝까지 서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로부터 넉달이 지난 5월20일 사쪽으로부터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최씨는 “인천1센터 직원 80% 이상에게 냉난방 기기 설치를 요구하는 서명을 받아 회사 쪽에 제출했다. 그 답을 들으려 했는데 오히려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우려했던 일이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너무 황당하다”고 말했다.
노조원들을 상대로 한 관리자들의 압박은 최씨만 겪은 일은 아니다. 인천4센터에서 출고 전 진열대에 쌓여 있는 상품의 위치를 단말기에 입력하는 김태준(43)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지난 2월25일 밤 12시께, ㄴ관리자는 공개된 장소에서 김씨와 다른 노동자 1명을 언급하며 “한번만 더 업무 실수를 하면 손가락을 잘라버리겠다”며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을 내뱉었다.
김씨는 “로봇이 아닌 이상 일하다 실수할 수 있는데 극단적 표현까지 써가며 공개 망신을 줘서 너무 불쾌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사내 윤리채널을 통해 해당 내용을 알린 뒤에도 ㄴ관리자의 괴롭힘은 지속됐다. 김씨에 따르면, ㄴ관리자는 귓속말로 “노란(관리자가 입는 색)조끼 싫다고 했다면서요. 저는 태준님이 입고 있는 옷 색깔이 너무 싫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직장 내 괴롭힘을 겪더라도 별다른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 쿠팡이 안전상의 이유 등으로 물류센터 내 휴대전화 반입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쪼개기 계약’에 속수무책인 직원들
노조는 쿠팡이 노조 활동을 위축시킬 수단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교묘하게 악용한다고 보고 있다. 김혜윤 공공운수노조 전략조직차장은 “실제 관리자들의 노조 혐오를 겪은 뒤, 일부 조합원들은 노조를 탈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재계약까지 약 두달을 남긴 김씨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김씨는 “폭언 신고 이후, 회사 쪽 조처로 업무 공간이 분리된 이후에도 가해자가 계속 내가 일하는 층에 내려왔다. 관리자에게 면담 요청을 했더니 ‘사실관계확인서를 작성하면 면담해주겠다’는 답을 들었다. 나도 최씨의 수순을 밟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쿠팡은 “계약 종료는 노조 활동과 무관하며 재계약 여부는 객관적인 근무평가 기준을 통해 검토한다”고 주장했다.
쿠팡 노조 쪽은 최씨나 김씨처럼 부당한 노조 탄압 사례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노조가 취합한 ‘쿠팡물류센터 직장 내 괴롭힘 사례’를 보면, 두 사람 외에도 여러 사례가 포함돼 있다.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고, 사쪽이 피해자에게 적절한 보호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다. 또 신고자에게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금지하고 있다.(76조의2) 또, 노동조합법은 노조 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부당노동행위로 규정(81조)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문제 제기에도 쿠팡은 이를 방치 혹은 묵인하고 있다는 게 노조 쪽 생각이다. 실제 인천4센터에 일한 백아무개씨는 지난해 2월, 공공운수노조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쿠키런’(쿠팡 노동자의 노조 키우는 달리기)에 회사 교육수당 미지급을 꼬집는 글을 올린 뒤, 회사 관리자에게 “노조 하면 뭐라도 된 것 같냐” 등의 폭언을 속수무책으로 들어야 했다. 그러나 회사 쪽은 제대로 된 조사조차 없이 이 문제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피해자-가해자 분리조처 요청도 거부했다. 쿠팡 쪽은 “ 당시 신고 건에 대해 사실관계를 철저히 조사했다 . 조사 결과 ‘ 근무태도 개선을 위한 업무상 일회성 발언’이었던 점을 감안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고 해명했다. 그러나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인천북부지청은 지난해 11월 백씨 사건을 조사한 뒤, 쿠팡이 노조 활동과 관련한 질책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했다고 인정했다.
사실상 이미 부당노동 방치한 것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계약직 사원과 3개월, 9개월, 12개월짜리 쪼개기 계약을 하고, 이런 과정을 거쳐 힘겹게 2년을 다 채운 노동자 중 일부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 회사 쪽이 어떤 기준으로 계약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지 노동자는 사실상 알 수 없다. 계약이 연장되는 길목마다 계약직 직원은 현장 관리자를 쳐다볼 수밖에 없다. 특히 입바른 목소리를 냈던 이들의 ‘사실관계확인서’는 계약 연장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회사 쪽은 “ 사규 위반 행위 등에 대한 사실 관계를 명확히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평가 기준을 알 수 없는 노동자들은 관리자가 들이미는 사실관계확인서에 위축될 수밖에 없다. 최씨는 “관리자가 마음대로 작성한 걸 강요해도 서명을 안 하면 또 찍히기 때문에 재계약을 걱정하는 노동자 입장에선 서명을 거부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노동청도 쿠팡의 사실관계확인서 남용을 지적한 바 있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인천북부지청은 백씨의 사안을 판단하면서 “사실관계확인서 가운데 일부는 일종의 비공식 징계의 성격”이라고 꼬집었다. 당시 사건을 맡았던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사실관계확인서 작성 기준이 자의적이라고 볼 수 있어 개선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시작된 △시급 1만1150원 △휴게시간 보장 △냉난방 기기 설치 등에 대한 쿠팡 노사 교섭은 결렬됐다. 노사는 15차례의 실무교섭·본교섭을 했지만, 사쪽은 노조안에 어떤 입장도 내지 않았다. 지난달 20일 열린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에도 사쪽은 교섭안을 내놓지 않았다. 박소영 노무사는 <한겨레>에 “쿠팡은 조합원 해고·징계 등 불이익 처분과 교섭 거부·해태 등 법으로 금지한 부당노동행위를 사실상 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쿠팡 물류센터가 노동자에게 얼마나 열악한 곳인지 알게 해주는 보도라고 볼 수 있겠군요..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사람이 계약종료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사람.. 더운 여름날 물류센터에 에어컨 설치... 운영해달라 요구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노조원이네요..
1년만에.. 노조활동을 한 사람에 대해 계약종료를 시켰다고는 하니.. 노조원 없앨려는 의도는 알겠는데...
1년동안 일했다고 하니.. 퇴직금은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퇴직금이 없나 봅니다..
쿠팡이 노동자들에 대해 쪼개기 계약을 해서... 근속일수가 1년이 되지 않기 때문인것 같네요..
결국.. 쿠팡에서 일한다고 한다면... 쪼개기로.. 오래 일해봐야 퇴직금도 안나오고..
덥거나 추워도.. 에어컨.. 히터 없이 현장에서 일해야 하고..
뭐라 해달라 요구하면 쿠팡에서 계약 종료를 시켜버리는 현장이니..
이 모든걸 감당하겠다고 한다면.. 일을 하면 될테고.. 그게 아니면.. 잠시만 일한다는 생각에 몇개월만 버티고 나가는게 좋을듯 싶네요..
돈벌러 갔다 몸버리면.. 이후 미래는 불투명해질테니까요. 그리고.. 쿠팡 정직원들.. 관리직과도 인연을 쌓는것도 안하는게 좋아 보이네요..
어차피 쫓겨나든.. 몸이 망가져 나가든.. 상관없이 소모품으로 보는 것 같아 보이니까요..
무엇보다.. 쿠팡은 미국회사이고.. 오너 또한 미국인이니.... 기대하긴 힘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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