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논란거리/사회

"노조 회계자료 공개는 국제 기준" 따져보니… [사실은]

by 체커 2023. 3. 4.
반응형

다음

 

네이버

 

정부가 노동조합을 상대로 회계자료 공개를 압박하는 가운데, 법적 근거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없다, 다른 한쪽에서는 있다, 해석은 서로 정반대입니다.

 

이에 정부는 줄곧 '국제 기준'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회계자료 공개 요구가 국제노동기구, ILO의 기준에 부합한다는 겁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지난해 4월 ILO 협약이 새롭게 발효됐는데, 그 기준에 맞춰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고용노동부도 같은 취지의 자료를 여럿 배포했습니다.

노동조합에 대한 회계자료 공개는 정말 정부 말대로 국제 기준, 정확히는 새롭게 발효된 ILO 협약에 따른 것일까요. ILO 협약에 그런 내용이 포함돼 있을까요.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이 검증했습니다.

사실은팀은 고용노동부에 ILO 협약에 의거해 회계자료를 요구한 것이 맞는지, 원론적인 질문부터 던졌습니다.

A. "정부는 ILO 핵심협약의 취지를 충실히 반영하면서, 국내 노사 관계 현실을 균형 있게 고려해 선제적으로 노동 관계 법령을 개정했다. ILO 협약 제87조는 노사가 자유롭게 운영하고 활동할 권리를 인정하고, 공공 기관이 이 권리를 제한하는 간섭을 삼가도록 규정한다. 이 취지를 우리가 훼손할 수는 없다."

고용노동부는 먼저, 정부가 ILO 협약을 존중하고 있다는 입장부터 밝혔습니다. 한국이 ILO 비준국인 만큼 이를 위반할 수 없다는 당위적 설명입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우리 헌법 6조 1항은 체결·공포된 조약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ILO 협약은 국내 법과 동등한 효력이 있다는 겁니다.

 

고용노동부가 말한 ILO 협약 제87조 원문을 찾아봤습니다.

<ILO 협약 제87호> 1. 근로자단체 및 사용자단체는 그들의 규약과 규칙을 작성하고, 완전히 자유롭게 대표자를 선출하며, 관리 및 활동을 조직하고, 계획을 수립할 권리를 가진다. 1. Workers' and employers' organisations shall have the right to draw up their constitutions and rules, to elect their representatives in full freedom, to organise their administration and activities and to formulate their programmes. 2. 공공기관은 이 권리를 제한하거나 이 권리의 합법적인 행사를 방해하는 어떠한 간섭도 삼가해야 한다. 2. The public authorities shall refrain from any interference which would restrict this right or impede the lawful exercise thereof.

그런데, 이 조항은 "어떠한 간섭도 삼가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정부가 노동조합에 회계자료를 요구하는 행위는 '간섭'으로 해석될 수 있고, 자연히 ILO 협약과 배치된다는 주장이 나올 법합니다.


이에 사실은팀은 회계자료를 요구하는 행위가 ILO 협약의 어떤 조항에 의거한 것인가, 그런 규정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물었습니다.

A. "노조 회계와 관련된 ILO의 기준은 협약과 관련된 ILO 결사의자유위원회의 판정례에서 확인 가능하다. ILO 판정례 제712번 문단을 보면, 상황이 심각한 경우, 당국의 행정 조치를 인정하고 있다. 행정 당국에 의한 재무 감사나 및 조사를 부정하고 있는 게 아니란 소리다."

ILO 협약이 '법률'이라면, ILO의 판정례는 일종의 '판례'입니다. 우리는 판례를 통해 사안의 적법성 혹은 위법성을 판단할 때가 많습니다. 고용노동부는 ILO의 판정례가 행정당국에 의한 감사나 조사를 부정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사실은팀이 고용노동부가 말한 ILO 판정례 제712번 문단을 직접 확인해 봤습니다.

<ILO 판정례 제712번 문단> 712. 위원회는 금융감사 및 조사 등 노동조합 자산에 대한 특정 행정통제 조치와 관련해 중대한 상황(예: 연차보고서의 부정이 의심될 때, 또는 조합원이 부정행위를 신고할 때)에 의해 정당화될 경우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용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712. As regards certain measures of administrative control over trade union assets, such as financial audits and investigations, the Committee has considered that these should be applied only in exceptional cases, when justified by grave circumstances (for instance, presumed irregularities in the annual statement or irregularities reported by members of the organization),

ILO 판정례는 감사와 조사에 들어갈 수 있는 조건으로, '중대한 상황'일 때라고 전제했고, 그리고 그 중대한 상황을 '노동조합의 연차보고서 부정이 의심될 때, 또는 조합원이 부정행위를 신고할 때'라고 명확히 쓰고 있습니다.

 

결국, 고용노동부가 ILO 판정례를 준용한 것이라면, 지금이 '중대한 상황'이라는 소리입니다. 이 부분, 노동조합에 전반적인 회계 부정이 인지된 것인지, 혹은 노동조합 전체의 문제로 볼 수 있을 만한 조합원의 문제제기가 있었는지, 즉, ILO가 말한 '중대한 상황'에 부합하는 구체적 사례가 있는지 물었습니다.

A. "조합원이 진정을 요구하는 게 많지는 않아도, 여러 차례 문제가 됐었고, 이런 문제들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 이건 노동조합 구성원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ILO 판정례 제710번 문단에서도 노동조합 구성원들을 자금 오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행정 당국이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노동조합 자치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고용노동부 주장이 맞는지, ILO 판정례 제710번 문단 원문을 확인했습니다.

<ILO 판정례 제710번 문단> 710. 위원회는 노동조합이 대개의 경우 (예를 들어) 매년 규정된 형태로 당국에 재무제표를 제시하고 앞선 문서에서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사항에 대한 기타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입법조항에 대해, 이것이 그 자체로는 노동조합 자치권을 침해하지 않는 것에 동의한다고 보았다. 710. The Committee has observed that, in general, trade union organizations appear to agree that legislative provisions requiring, for instance, financial statements to be presented annually to the authorities in the prescribed form and the submission of other data on points which may not seem clear in the said statements, do not per se infringe trade union autonomy.

실제, 그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어지는 문장을 자세히 확인해 보니, 단서가 있었습니다.

<ILO 판정례 제710번 문단> 그러나 이러한 종류의 조치들은 특정 경우에 공공 기관에 의한 노동조합 집행부(관리) 간섭의 위험을 수반할 수 있으며, 이러한 간섭은 협약 제87조 제3항에 반하여 조직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조직의 합법적인 (권리) 행사를 방해하는 성질을 지닐 수 있다. 감독권을 행사하도록 임명된 공무원이 행정 당국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독립성을 누리고 사법 당국의 통제를 받는 경우에는, 그런 간섭이 어느 정도는 보장받는다고 볼 수 있다. However, it would seem that measures of this kind may, in certain cases, entail a danger of interference by the public authorities in the administration of trade unions and that this interference may be of such a nature as to restrict the rights of organizations or impede the lawful exercise thereof, contrary to Article 3 of Convention No. 87. It may be considered, however, to some extent, that a guarantee exists against such interference where the official appointed to exercise supervision enjoys some degree of independence of the administrative authorities and where that official is subject to the control of the judicial authorities.

공무원이 독립성이 있다면, 그리고 사법부의 통제를 받으면 감독권 행사가 어느 정도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겁니다. 최소한 법적으로라도 독립성이 확보된 기관에서 조사와 감사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게 ILO 판정례입니다. 하지만, 지금 회계자료를 요구하는 고용노동부가 행정 당국으로부터 독립성이 있고, 사법 당국의 통제를 받고 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또 물었습니다.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은 공무원이 노동조합에 대한 감독권을 행사하는 것이 과연 정당하느냐는 겁니다.

A. 이번 회계자료 요구는 정부가 감독권을 행사하겠다는 게 아니다. 재무제표 전체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서류를 구비했는지 확인하는 차원이다.

이번 조치는 ILO 판정례가 규정하는 감독권 행사로 볼 수 없다는 겁니다. 간단한 서류 구비 여부를 확인하는 것을 감독권 행사로 보는 것은 노동조합의 과장된 주장이라고 고용노동부는 부연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의문이 생깁니다. 당초, 고용노동부는 이번 노동조합의 회계자료 공개 요구가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고 말하면서, 그 근거로 감독권 행사 관련한 ILO 판정례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위 질문에는 감독권 행사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결국, 이번 조치가 국제 기준에 따른 것이라는 고용노동부 주장에 모순이 생기는 셈입니다.

다시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A. "판정례는 일종의 판례로 국가마다, 개별 사건마다 해석이 다를 수 있다. 간접적으로 옳은 해석을 추정하는 것인지, 위반 여부를 확정할 수 없다. ILO 판정례가 말하고 있는 '대원칙'을 주목해야 한다. 판정례는 조직의 민주적 운영과 함께, 조합원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가 담겼다. 이번 조치가 조합원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임은 분명하다. 사안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이번 회계자료 공개는 조합원 보호를 위한 것이며, 조합원 보호는 ILO 협약이나 판정례가 전제하고 있는 대원칙이란 겁니다. 결국, 세세한 법 조항의 문제에서, 대의(大義)의 문제로 돌아왔습니다.

SBS 사실은팀은 "노조 회계자료 공개는 국제 기준에 맞춘 조치"라는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의 발언을 팩트체크 했습니다.

만일, ILO 협약 혹은 판정례에 노조 회계자료 공개와 관련한 명확한 원칙이 규정돼 있었다면 어느 정도 판단이 가능할 수 있지만, 딱 떨어지는 답을 얻기 어려웠습니다.

법 해석의 합리성과 타당성을 검증하는 것은 팩트체크의 영역이 될 수도 없습니다.

사실은팀은 "노조 회계자료 공개는 국제 기준에 맞춘 조치"라는 주장에 대한 판정을 유보합니다.

다만, 노동조합의 회계 자료 공개를 찬성하는 사람이든 반대하는 사람이든, 법 해석이 엇갈리고 있는 현실은 모두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쉽게 말해, 이번 조치가 법리에 부합하느냐 아니냐를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회계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노동조합에 대해 정부 지원금 중단과 환수, 과태료 부과를 포함한 초강수 카드를 내놨습니다. 전례 없는 행정 조치인 만큼, 또 그 수위도 높은 만큼, 법리 해석의 명확성이 전제 돼야 할 텐데, 지금으로서는 명확한 법적 근거를 특정하기 어려웠습니다. 행정 조치에 앞서 정부는 사회 공동체 구성원 상당수가 공감할 수 있는, 보다 합리적이고 타당한 법리적 근거가 제시돼야 한다는 게 사실은팀의 판단입니다.

(인턴 : 여근호, 염정인)
이경원 기자leekw@sbs.co.kr


반응형

팩트체크 보도입니다. 꼼꼼하게 했네요..

 

팩트체크 언론사는 판단을 유보했습니다. 그런데 정황을 보니... 고용노동부의 주장은 결국 거짓이 되었습니다.

 

일단 일관성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관련해서 언론사가 근거를 질문하니..ILO 협약을 언급했는데.. 확인해보니.. 오히려 반대여서..(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으로..) 판례라 할 수 있는 ILO 판정례를 언급함으로서 말을 바꾸었고..

 

판정례에 언급한대로 중대한 상황이냐 질문을 하니...중대상황은 아니지만.. 노조원들의 보호를 위해 국가가 개입해도 된다는 식의 판정례를 언급하며 논점을 바꿀려 했고..

 

그래서.. 노조 회계장부를 보기에 앞서서 독립성이 없는 공무원이 보는게 맞느냐는 질문에 감독권이 아니라는...지금까지 한 행동이 감독권 행사가 맞는데.. 현재 윤석열 대통령이나.. 윤석열 정권이 노조 회계장부 조사에 대한 입장과는 완전히 다른 답변에..

 

감독권이 아님에도 판정례를 왜 언급하냐는 질문에는 뜬금없이 조합원 보호라는 명목으로 답한 것을 보면...

 

하나하나 따져보니 자신들에게 명분이 없다는 것을 확인되어 말돌리면서도... 국가보조금을 받지 않는 노조까지도 회계장부를 국가가 봐야 한다는 논리를 펴는걸 보면... 일단 우기기 같네요.. 거기다.. 현재 노조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좋지 않으니 명분이 없음에도 억지로 밀어붙이는것 같고 말이죠..

 

그냥... 국제노동기구에 판단을 요청하는게 더 빠르고 확실한거 아닐까 싶군요..

반응형

댓글